2018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41만9000 호에 가깝다. 지난 2015년 106만9000 호로 집계된 빈집은 3년 만에 30만 호가 훌쩍 넘게 증가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빈집 증가율이 가파르게 오른다는 점이다.
2016년 4.8%였던 빈집 증가율은 2018년 12.2%로 늘었다. 전체 가구 수 대비 빈집 비율인 공가율은 7.18%다. 그리 높은 수치가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동(洞)지역의 평균 공가율이 5.68%에 그치는데 반해, 시골 중심지인 읍(邑) 평균 공가율은 10.49%, 시골동네인 면(面) 평균 공가율은 14.12%로 치솟는다.
빈집을 판단하는 기준은 거주 여부를 확인한 날로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않은 주택이다. 따라서 빈집은 통계보다 더 많을 수 있다. 1년 이상 된 빈집은 심각하고 6개월 이하의 빈집은 문제가 없겠는가. 기간은 편의상의 판단 기준일 따름이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지방소멸위험지수 2019’에 따르면,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소멸위험 지역은 97곳(42.5%)이며, 지역을 세분화해 읍·면·동으로 보면 1503개가 30년 이내에 소멸이 우려된다. 비수도권의 모든 ‘도’ 지역과 비수도권 광역시 중 부산과 대구 역시 소멸주의 단계에 들어섰다.
올해에는 소멸위험 지역이 100곳을 넘겨 전체 시·군·구의 절반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빈집이 많은 대표적인 지역들은 대부분 지방 8개도(경기 제외)다. 특히 부동산경기가 좋지 않은 지역의 빈집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빈집과 부동산경기는 다르지 않다는 말이다.
미분양통계를 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을 추려보면 미분양주택이 가장 많은 지역과 유사하다. 물론 순위는 좀 달라진다. 하지만 부동산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 빈집을 만드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는 말이다.
그럼 미분양만 빈집을 증가시킬까. 그렇지는 않다. 가장 중요한 요인은 고령화에 따른 도심 집중이다. 나이가 들면 산 좋고, 물 맑은 곳을 찾아갈 것 같지만 사실 노인들이 가장 살고 싶은 곳은 도심이다.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고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비 된 도심이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주거공간이 되는 것이다. 특히 나이가 들면 의료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는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특히 대형병원을 선호한다. 대형병원이 도심에만 위치하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럼 젊은이들은 도심을 싫어할까. 이들도 도심을 선호하기는 마찬가지다. 밀레니얼세대, 에코붐세대로 일컬어지는 30대 직장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지역은 도심이다. 교외의 한적한 생활을 즐기던 선진국 직장인들마저 도심의 주상복합 거주를 선호하는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 원래부터 아파트 문화에 익숙한 우리 젊은 세대에게 가장 큰 이슈는 직주 근접이다. 전국의 어느 지역을 조사해도 이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은 직주 근접이 가능한 도심 또는 그 배후 주거지역이다.
이들이 집을 선택하는 기준 중 가장 중요한 요인도 직장이다. 투자목적과 교육환경 때문에 주택을 구입했던 베이비붐세대와는 다르게 에코붐세대는 실수요자가 많이 분포하기 때문에 직장과의 접근성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 정치인이 언급해서 유명해진 ‘저녁이 있는 삶’은 에코붐세대의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풍토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과거 베이붐세대와는 다르게 직장에서는 초과근무를 시키기가 쉽지 않고, 맞벌이부부가 많은 점 등을 고려하면 직주근접이라는 부동산시장의 대명제는 더욱 크게 다가온다.
빈집이 지금보다도 훨씬 더 많이 증가하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그럼 더 이상 부동산투자는 무의미한 것일까. 일본의 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명확히 알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빈집이 가장 많고 고령화로 몸살을 앓는 일본도 여전히 아파트 가격이 오르는 중이다. 도심, 직장, 역세권 등을 기준으로 주택을 선택한다면 고령화와 빈집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급 확대에 대한 언급으로 정부는 4기 신도시를 검토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이 0점대를 유지하는 우리나라에서 더 이상 신도시를 개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줄어든 인구 대부분 도심에 모여 산다면 나머지 지역은 인구유출과 생활 인프라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이런 현상이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낸다면 도심 외곽 빈집 발생확률 또한 급속히 늘어날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해 도심을 높게 개발하는 것이 대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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