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1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공격적으로 변한다.
서울시장 선거 이틀 전 오후 택시 안. 다양한 분들을 만나는 직업이니 만큼 생생한 시장 선거 민심을 들어 볼 욕심에 기사에게 “투표는 하실 건가요?”라고 넌지시 말을 걸었다. 40대 초반쯤으로 보이는 기사는 대뜸 “누구 찍으실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아직 결정을 못했다”고 하자 “박원순을 지지하시는 분들에게는 말을 걸기가 부담스러워서 물어본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택시기사 얘기를 요약하면 ‘박원순 지지자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지지 의사를 표하는 편인데, 다른 의견을 보이면 굉장히 공격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말을 하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장면2 강남좌파의 막말은 용서가 된다?
서울시장 선거가 있던 지난 26일 저녁, 압구정동의 한 식당에서 지인들과 개표방송을 기다리면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방송사 출구조사결과 박원순 후보가 앞선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이 때 어디선가 “난 강남좌파다. 압구정동 00아파트에 살고 성형외과 의사다”라는 큰소리가 터져 나왔다. 식당 손님들의 시선은 그곳으로 모였고, 그 자리에는 노신사 한 분이 홀로 막걸리를 마시면서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돼야한다”며 큰소리를 이어갔다. 옆 테이블에 앉아있던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자신도 박원순을 찍었다고 나지막이 얘기하자 노신사는 신이 난 듯 “쥐뿔도 없는 것들이 나경원을 찍는다”며 큰 소리로 화답했다.
표현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스치는 순간 식당 입구 쪽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노신사 한 분이 “나는 나경원 찍었는데, 내가 쥐뿔도 없는 사람이냐?”면서 “말이 지나치다. 조용히 해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자칭 강남좌파라는 노신사는 아랑곳하지 않으며 “내 생각을 말하는데 왜 참견이냐?”며 되받아쳤다. 식당 주인의 만류로 그들의 언쟁은 마무리됐다.
#장면3 내가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지난 24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박원순 후보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선거만은 이념과 정파의 벽을 넘어 누가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누구의 말이 진실한지, 또 누가 '과거가 아닌 미래를 말하고 있는지를 묻는 선거여야 한다”고 이번 선거의 의미를 규정했다.
이어 “선거 참여야 말로 시민이 주인이 되는 길이며,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은 박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한 편을 비상식적이고, 특권을 누리며, 편법을 부리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이분법적 선동 발언을 쏟아냈다. 화합을 위한 표현으로는 적절치 않아 보인다.
서울시장 재보선 이후 첫날인 27일 서울대 학장회의에 모습을 드러낸 안 원장은 기자들 앞에서 “자신이 가진 생각과 다른 세상 모든 사람들을 적으로 돌리는, 그런 것에 대해서는 우리 모두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안 원장부터 그런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또, 자신이 지지한 박원순 시장이 시의원들과의 오찬을 겸한 상견례 행사를 불과 3시간 전에 통보한 것이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끌어낼 적임자의 적절한 행동이었는지도 묻고 싶다.
다언삭궁(多言數窮), 약팽소선(若烹小鮮)
다언삭궁은 ‘말을 많이 하면 결국 좋지 않은 상황에 빠진다’는 의미다. 약팽소선은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삶는 것과 같다’는 뜻으로 리더가 나서서 이리저리 강요하는 것보다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가장 좋은 정치란 의미다.
두 가지 경구는 모두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실린 말이다. 노자는 ‘말없는 가르침으로 상대방을 설득하라’고 강조했다. 요즘말로 표현하면 ‘조용한 리더십’을 강조했다고 하면 맞을 것이다.
내년은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정치의 해’이다. 나라가 이념 간, 세대 간 갈등으로 어지러워질 것이다. 정치권이 저마다의 민심을 부르짖으며 표 얻기 쟁탈전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은 군웅할거의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노자의 가르침을 한번쯤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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