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태평무–5人의 아이콘과 코드’
다섯 명이 뭉치다. 춤으로 그린 5인의 춤 여정은 특별했다. 태평무(太平舞) 단일 종목에 집중해 세 유파의 춤적 DNA를 의미있게 추적했기 때문이다. ‘2021 태평무 – 5人의 아이콘과 코드’(2021.10.20, 한국문화의집)는 중견 춤꾼들의 농익은 춤멋과 더불어 춤의 전형을 비교해서 볼 수 있는 이채로움이 매력으로 다가온 무대다. 이수자 지원사업으로도 명실상부했다.
중견무용가 최경자, 김기화, 김경숙, 임성옥, 전은경은 ‘태평무 5인 프로젝트’라는 야심찬 구성답게 알찬 구성과 내용, 해설 등을 통해 태평무가 지닌 비밀의 문을 명료하게 열었다. 그 문을 통해 바라본 춤의 역사성, 문화성, 예술성은 무형문화유산의 당대적 가치 추구라는 명제를 관통했다. 세 유파별 춤의 전승과 계보, 춤 특질에 대한 탐미는 전통문화가 문화전통이 되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태평무는 승무, 살풀이춤과 더불어 한국무용을 대표하는 춤이다. 민속춤을 무대예술로 승화시킨 우리춤의 거목인 한성준(韓成俊)으로부터 시작해 각 유파별 대(代)의 전승이 풍요로운 춤이다. 뿌리 없는 역사가 없듯 춤의 미래 또한 과거의 숭고한 노력들에 기반한다. 통사적 맥락과 동시적 관점이 직조된 태평무 아이콘과 코드 추적기는 다른 종목에서도 시도해 발전시킬 가능성과 확장성이 크다.
태평무 5인의 첫 무대는 최경자 국립국악원무용단 지도단원이 연다. 국가무형문화재 학연화대무 이수자, 전북무형문화재 호남산조춤 이수자인 최경자는 한영숙-손경순-최경자로 이어지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선보였다. 원형성에 정박의 춤 기법을 담백하되 유유한 몸짓으로 춤 공간을 열고 닫는다. 단아한 한영숙류 특유의 전체적인 춤풍에 자신의 춤사위와 개성을 담았다.
확연히 드러나는 복식부터 눈길을 끈다. 두 번째 무대를 이끌어간 김기화는 이동안류를 선보였다. 이동안-박정임의 춤을 전승하고 있는 김기화는 이동안-박정임 춤 보존회 대표로 국가무형문화재 발탈, 경기도무형문화재 승무・살풀이춤 이수자다. 그녀는 2004년 김복련에게 경기도무형문화재 제8호 승무・살풀이춤을 이수한 이후, 이동안의 춤 예술세계를 조명하는데 있어 누구보다 열정을 보이고 있다. 둔탁한 듯 가벼운 듯 사모관대를 입고, 흰색 바탕 끝에 붉은 단을 붙인 한삼의 움직임이 춤 중간 중간 “얼씨구” 내는 소리에 태평의 기운 또한 상승한다.
이어지는 무대는 (사)한국춤협회 부이사장이자 국가무형문화재 종묘일무 이수자인 김경숙의 무대다. 한영숙-이애주-김경숙으로 이어지는 태평무를 선보인다. 김경숙은 스승 이애주가 도당굿 현장을 찾아 태평무 춤 미학을 탐미할 때 동행하며 체득하기도 했다. 이번 무대에서는 서정성이 강하면서 숨은 서사성까지 동시에 보여줬다.
네 번째 무대는 임성옥의 강선영류 태평무이다. 국가무형문화재 태평무 이수자, 평안남도무형문화재 김백봉부재춤 이수자, (사)우리춤협회 부이사장인 임성옥은 한성준-강선영-임성옥으로 이어지는 춤의 역사를 올곧게 보여줌으로써 강선영류의 춤 아이콘을 명징하게 객석에 전달했다. 춤 학습, 실연, 교육과 연구 등 춤 제반에서 열정과 역량을 동시에 갖춘 임성옥은 화려한 복식만큼이나 화사하게 때론 은은하게 여유로움을 담은 기품으로 태평무의 내재성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강선영류의 묘미를 손색없이 보여줌으로써 춤 계보의 역사성과 춤적 가치를 고양시키는 데 일조했다.
피날레는 전은경이 장식했다. 한영숙-정재만-전은경으로 이어지는 한영숙류 태평무를 유려하게 선보인다. 한영숙 특유의 맺고 풀어가는 기법에 스승 정재만의 춤 미학을 순도 높게 수용했다. 발디딤, 자태, 표정, 선의 유동성을 자신만의 색깔로 채색해 춤의 깊이를 더했다.
5인의 중견무용가들이 함께 모여 태평무의 춤 미학을 보여준 이번 무대는 세 유파 태평무의 공통성과 개별성, 일반성과 특수성을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참신한 기획을 통해 표출된 우리춤의 전승과 확장은 전형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공유에서 시작된다. 아이콘(icon)과 코드(code)의 단초를 이끈 무대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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