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카이데일리
여의도의 봄
여의도의 봄이
곱게 단장을 하고
봄 맞이를 한다.
낮에는
철쭉꽃과 목련화 그리고
진달래 개나리 벚꽃으로
밤이면 선유대교에
영롱한 빛을 뿜어내며
상춘객을 부르고 연인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밝은 만큼 어두운
여의도의 낮 과 밤
표정 없는 사람들의 발길에
무수히 채이고 밟힌 꽃잎들이
소리 없이 운다.
<深頌(심송) 안호원>
☞ 정치·경제 1번지
여의도는 정치 1번지이자 금융 1번지 그리고 방송 1번지라는 것으로 권력의 산실임을 대변해 준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무한권력의 표상 군사 퍼레이드 1번지로 활약이 대단했던 그 땅이다. 부의 상징으로는 비싼 땅 1번지 축에 든다. 지금은 꽃놀이 1번지, 유람선 선착장 1번지로 또 다른 이름의 발길을 찾는 사람들의 이름표를 달았다. 시인은 지금 새로 단 이름만 보고 있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여전하게 여의도에 주소지를 두는 것만으로도 부와 명예의 상징이다. 시인은 그걸 안 본다. 시인의 눈에는 봄에 아름다운 꽃들이 만발하는 넓디넓은 여의도공원이 망원경 안에 들어오는 그런 땅이 여의도다. 부와 명예하고는 담 쌓고 살아 온 시인은 그렇게 극명한 대립적 표현으로 비난의 칼을 번뜩인다.
4월의 여의도에는 흐드러지게 핀 개나리며 진달래를 보면서 따스한 햇볕을 받기 위한 상춘객들이 몰려들고 벚꽃이 필 때는 피크를 이룬다. 그렇게 아름답고 우아한 여의도의 밤을 시인은 어정쩡하지만 극단적으로 다른 게 걸음걸이를 한다. 여의도의 밤낮을 “밝은 만큼 어두운 여의도의 낮 과 밤”으로 날카롭게 각을 세웠다. 낮에 그토록 아름다운 자태를 드러냈던 꽃잎들이 밤에는 밟혀서 운다고 동병상련의 느낌을 함께 갖으면서 말이다. 그것도 “표정 없는 사람들의 발길”이 앞장섰다. 표정 없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위선과 거짓의 사람들이기에 웃어도 표정이 없다고 했다.
삭막한 여의도의 밤거리. 시인은 실상 낮에 그런 풍경을 보고 싶지 않았던 게다. 낮의 풍경이 그러한데도 낮에는 보고 싶은 꽃만 고성능 망원경을 동원했다. 1번지가 말이 좋아 그렇지 인간학으로 본다면 살육의 전쟁터 1번지다. 부와 명예를 쫒는 군상들의 집합소가 여의도로 정의됐다.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사람들이 즐비하지만 그 뒷전에서는 악귀들의 전쟁터나 다름없는 싸움이 한날한시도 쉼 없이 진행되는 무서운 땅으로 일그러져 보인다. 후끈후끈 거리는 여의도의 낮이 시인에게 곱게 들어올 리 없다. 그걸 밤으로 대신해 썼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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