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전에 대학 동창에게 일본은 잘사는 나라라고 알고 있었는데 사람이 참 검소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일본인을 대표하는 키워드가 바로 ‘검소’다.
하지만 이것은 좋게 말하면 물건을 잘 아껴 쓴다는 뜻이고 나쁘게 말하면 지독한 구두쇠(ケチ, 게찌)라는 의미다.
가끔 일본 텔레비전(テレビ, 테레비)를 보면 자신의 집에 있는 물건을 하나도 버리지 않고 쓰레기장(ゴミす(捨)てば(場), 고미스데바)에 버려진 것까지 아까워서 집에 가지고 와 자신의 집을 쓰레기 저택(ゴミやしき, 고미야시키)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이 나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이 보면 단순한 잡동사니(がらくた, 가라쿠다)일 뿐인데도 아까워하는 병(もったいない病(びょう), 못다이나이뵤)을 가진 사람이 일본에는 많다. 영어권 국가에서도 ‘もったいない(못다이나이, 아까운)’라는 일본어가 통한다고 하니 일본인의 ‘아까워하는 병’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일본에는 재활용(リサイクル, 리사이쿠루) 숍이 많다. 헌책방(ふるほんや, 후루혼야)이나 망가진(こわれた, 고와레타) 가구(家具, かぐ, 가구, 우리말과 발음 같음)를 수리(修理, しゅうり, 슈리)해서 파는 가게도 인기다. 신제품(新品, しんぴん, 신삥)을 특히 좋아해서 새것을 구입(購入, こうにゅう, 고우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우선 재활용 숍을 둘러본 다음 매장으로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점은 두 나라의 음식점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우리나라에서는 반찬이 모자라면 무료(無料, むりょう, 무료, 우리말과 발음 같음)로 얼마든지 더 주문(注文, ちゅうもん, 쥬몽)할 수 있지만 일본에서는 반찬을 더 먹으려면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므로 음식을 남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일본인의 아까워하는 병은 높은 물가와도 관계가 깊다. 일본에서 뷔페 같은 음식점은 음식 쓰레기가 매우 많이 나온다. 넉넉하게 음식을 담아와서 남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 뷔페에서 음식을 남기면 벌금(罰金, ばっきん, 바낑)을 물게 하는 곳이 많다.
어느 뷔페식당에서는 남은 음식을 전부 팩에 담아 하나에 500엔(한화 5000원 정도)에 파는 곳도 있다. 당신이 음식을 남겼으니 돈 내고 가져가라는 뜻이다. 일본인은 철저한 경제적인 동물이다. 일본인 사전에 공짜는 없다.
일본인은 뭐든지 적은(すくない, 스쿠나이) 것을 좋아한다. 이것은 무엇이든 조심스러워 하는(えんりょがち, 엔료가찌) 일본인의 성격을 나타낸다. 일본 요리만 봐도 음식이 종류별로 조금씩 나오는 것을 알 수 있다. 음식이 조금씩 나오면 그 음식이 값어치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양보다 질(りょうよりしつ,료요리시츠)’이라는 말이 있다. 일본인은 양은 적어도 맛있는 음식을 찾는 사람이 많다. 정말 맛집으로 유명한 집이 있다면 직접 찾아가 1~2시간이라도 기다려 먹어봐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도 일본인이다.
일본인에게 ‘대충대충’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아니면 말고 식’ 사고방식(かんが(考)えかた(方), 강가에가다)도 마찬가지다. 확실하고 책임지는 국민성이 일본을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 이끈 밑바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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