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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의 톡톡 클래식
음악에서 내면의 소리를 듣다
이지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1-12-30 09:25:42
 
▲이지영 피아니스트·음악학박사
/무대에 서는 것은 늘 긴장이 동반, 결국 자신과의 대화
/관객 박수 소리에 묻혔다가 피아노 앞에 앉으면 몰려와
/자기 소리 듣기는 음악 표현과 연주하기 위한 기본조건
/내면에 강함이 생기면 나만의 소리와 색깔도 창조 가능
 
무대에 서는 것은 늘 긴장이 동반된다. 빠르게 뛰는 심장박동소리는 관객들의 큰 박수 소리에 묻혔다가 조용해진 연주홀의 피아노 앞에 앉자마자 다시 포르테(f, 크게)로 뛴다. 피아노(P, 작게)로 시작하는 곡일수록 심장은 고장난 메트로놈(박자를 맞출 때 사용하는 음악기기)처럼 빨라진다. 적어도 16마디까지는 떨림 반 음악 반으로 지나간다.
 
무대에 서는 것이 편하다고 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무대에 서면서 알게 되는 긴장을 관리하는 방법은 비단 연주자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모임에서 자기소개를 할 때, 회의에서 의견을 말해야 할 때 등 다양한 무대에서 필요하다. 실패와 성공의 반복이 쌓일수록 긴장을 경영하는 방법을 익히게 된다.
 
자기 소리 듣기는 음악을 잘 표현하고 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방법 중 하나다. 악보를 보며 따라 치기 바쁜 초보일 때는 소리를 들을 여유가 생기지 않는다. 바흐부터 쇼팽까지 다양한 음악을 연주해보며 배움이 짙어질 때 자신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자신의 소리는 처음부터 존재했지만 그동안 들을 수 없었고 듣지 못했던 것이다.
 
자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를 알게 되면 새로운 소리도 창조할 수 있다. 음악적 표현이 자유로워지고 자연스러워짐을 느끼게 된다. 연주하는 순간에 기쁨과 환희심을 느끼기도 한다. 가슴을 꽉 차게 했다가도 다시 비워지는 순간들을 경험하면서 음악과 하나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감이 온다. 손끝에서 음악이 흘러나오고 음악이 곧 ‘나’인 경험은 긴장과는 멀어진 얘기다. 긴장의 경영을 넘어선 ‘무아’의 경지가 된다. 두려움, 남의 시선, 평소와 다른 환경은 무대에 서 있는 주체에 더 이상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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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주회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길게는 1년, 짧게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을 보낸다. 자신의 소리에 얼마나 귀 기울였냐에 따라 무대는 달라진다. 자신이 내는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과 같다.내면에 강함이 생기고 연주에 대한 만족도도 커지면서 창조할 수 있는 나만의 소리와 색깔도 짙어진다.
 
쇼팽은 피아노곡을 드라마틱하게 연주하기 위해 템포 루바토(tempo rubato)를 소개했다. 템포(tempo)는 ‘박자’를 의미하고, 루바토(rubato)는 ‘훔치다’는 뜻을 가진 이태리어 루바레(rubare)에서 유래되었다. 템포 루바토란 박자를 훔치듯 연주자의 재량에 따라 빠르게 또는 느리게 연주하고 원래 박자로 돌아오라는 뜻의 음악용어다. 예를 들어 가수가 클라이막스에서 원래 박자보다 시간을 끌면서 노래할 때 감동이 배가 되는 효과를 보여 주는 것과 같다. 나만의 소리와 색깔을 창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요세프 호프만은 “루바토를 연주하는데 필요한 것은 안목”이라고 했다. 안목이 있는 연주자는 템포 루바토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박자 뿐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 마음을 훔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점점 느리게만 연주하면 처지는 느낌이 들고, 반대로 계속 빨라지면 쫓기는 느낌이 든다. 안목이 있는 연주자는 어떤 속도로 언제, 어떻게 다가가야 할지를 감각적으로 알아낸다.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연주자만이 가질 수 있는 감각이다.
 
내면의 소리에 집중하자. 자신이 가진 소리를 직접 들으며 더 나은 소리로 바꾸어 가는 과정이 연습이다. 정확히 어떤 소리를 원하는지가 명확해야 하고 원하는 소리를 위해 끊임없이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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