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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영의 아트&컬처
동행(同行)에 동행하다
평인(平人) 제자 12명과 함께한 同行 춤판
궁중정재, 전통춤에 이채로운 창작춤 선 봬
‘禮’에 ‘舞’를 더해 전통의 당대적 가치 보여
이주영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1-28 09:30:42
 
▲이주영 공연칼럼니스트・문학박사
평인댄스컴퍼니, ‘이승주의 춤, 동행’
  
공연명은 공연을 대변한다. 주제와 방향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평인댄스컴퍼니가 마련한 이번 공연의 키워드는 ‘동행(同行)’이다. 단어 자체가 주는 따뜻함이 공연 전부터 은은하게 밀려온다. 포천시립민속예술단 예술감독이자 평인댄스컴퍼니를 이끌고 있는 평인(平人) 이승주 선생은 동행을 넘어 행복한 동행 춤판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다. 지난 해 12월 23일, 한국문화의집(KOUS)에서 개최된 <이승주의 춤 ‘동행, 함께 그 길을 걷다’>는 10개 작품, 12명의 평인 제자들과 춤 동행 길에 손을 맞잡았다. 동행자는 윤보배, 서지영, 전현진, 구슬기, 최우민, 여지민, 김지연, 김수민, 최예지, 박원정, 김태라, 윤승아 등이다.
 
▲산향(散香).무(舞)
  
동행의 첫 출발은 ‘산향(散香).무(舞)’가 열었다. 이승주의 솔로춤으로 시작해 현의 질감 속 움직임이 공간을 서서히 밀어낸다. 창작성 높은 4명의 군무 후, 이승주가 중앙으로 등장한다. 잠시 시간이 멈춘 듯한 가운데 궁중무 특유의 느낌을 담은 유유한 향기가 퍼진다. ‘흩어지는 향기를 춤으로 한데 모은다’는 의미 그대로다. 그윽한 춤 향기를 이어받아 최진숙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 중 ‘쑥대머리’로 임을 향한 짙은 슬픔을 호소력 있게 전달한다.
 
▲태평무
  
담백한 연주에 더 담백한 춤이 시선을 집중시킨다. ‘한영숙류 태평무’ 무대다. 대형 변화를 통해 입체성을 높이고, 기품있게 처리했다. 이어진 춤은 ‘종묘제례일무 정대업지무 中 소무, 독경, 영관’. 종묘제례일무는 종묘제례악의 기악과 악장에 맞추어 추는 춤이다. 특히 정대업지무는 헌가에서 연주할 때 추어지는 춤이다. 오른손에 든 목검 또는 목창으로 음을 강조한다. 이승주의 독무로 예(禮)에 무(舞)를 더했다.
 
▲춘앵전(春鶯囀)
  
처용무와 더불어 가장 오래된 검무. 여자 무용수 4명이 대무(對舞) 기반의 춤으로 ‘궁중검무’의 묘미와 춤 특질을 오롯이 담아낸다. 이어 궁중무 ‘춘앵전(春鶯囀)’이 겨울 속 봄을 노래한다. 작은 움직임 속의 깊이와 잔향이 무향(舞香)이 된다. 화려한 복식과 더불어 3인 춘앵전을 풀어낸 구도가 시선을 고정시킨다.
 
꽹과리 소리와 시작된 창작곡 ‘생’은 구음에 깊이가 더해진다. 진도씻김굿 가락과 장단이 담아내는 희로애락은 씻김과 위로 그 자체다. 이어 대금 소리와 함께 4명의 춤이 시작된다. ‘이매방류 살풀이춤’이다. ‘희다’의 뜻을 지닌 프랑스어 ‘블랑(blanc)’이 눈꽃같이 공간을 유영한다. 맺고 풀림의 한과 신명이 강약의 흐름을 탄다. 춤과 음악이 자연스럽게 합일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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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연(淸緣)
 
김진걸류 산조춤을 기반으로 현의 소리를 움직임으로 담아 낸 아쟁산조춤 ‘청연(淸緣)’. 맑고 깨끗한 인연의 의미를 지닌 청연의 숨소리가 아쟁의 농현 속에 산뜻하면서도 기품있게 아로새긴다. 가락에 춤 마디를 열고 닫은 여인의 춤을 이승주의 독무가 그려내다. 피날레는 ‘鼓高GO’가 장식했다. 2명이 장고춤으로 먼저 고(告)한다. 경쾌하다. 진도북춤으로 3명이 이어받는다. 사물, 태평소가 합세한다. 5명의 북춤이 일사불란하다. 활달한 움직임, 화려한 의상이 북의 기운을 돋운다. 축제다. 동행의 북소리다.
 
▲鼓高GO
   
이승주 감독은 궁중정재, 민속무, 전통춤과 창작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춤을 섭렵하고 이를 무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무용가다. 평인댄스컴퍼니 창단 이후 줄곧 무용단이 걸어온 길 또한 동일하다. 전통의 당대적 가치, 현대적 계승에 대한 노력의 한페이지를 이번 무대에서도 보여줬다. 동행의 길이라 의미가 더하다. 같은 길을 가는 것을 넘어 같이 길을 가는 ‘동행(同行)’. 같이 가는 사람이 필수다. 그 조건을 넉넉히 갖춘 평인의 춤길에 동행자는 더 많아지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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