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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원의 성경&정치·경제
신 정부, 국민통합 소홀히 한 대가 치룬 현 정부 반면교사 삼아야
한 사회 전체를 책임지는 자세 보여야
이장렴 같은 충신도 대거 기용해야
안호원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3-19 14:00:18
▲ 안호원 칼럼니스트‧목사‧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사회복지학과주임교수
“어리석은 자는 그의 마음에 이르기를 하나님이 없다 하는 도다.” <시편 14 : 1>
 
조선 말기의 왕족인 이하응은 조선왕조 제26대 고종의 아버지다. 이하응의 아들 명복이 12세에 임금에 오르게 되자 이하응은 대원군에 봉해지고 어린 고종을 대신해 섭정을 했다. 그런 이하응이 젊었던 시절 이야기를 말하고자 한다. 몰락한 왕족으로 기생집을 드나들던 어느 날이었다. 술집에서 추태를 부리다 금군별장(종 2품 무관) 이장렴이 말렸는데 화가 난 이하응이 큰소리를 쳤다. “그래도 내가 왕족이거늘 감히 일개 군관이 무례하구나.” 그러자 이장렴은 이에 굴하지 않고 이하응의 뺨을 후려치면서 큰 소리로 호통을 쳤다. “한 나라의 종친이면 체통을 지켜야지. 이렇게 추태를 부리고 외상술이나 마시며 왕실을 더럽혀서야 되겠소.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뺨을 때린 것이니 그리 아시오.” 세월이 흘러 이하응이 흥선대원군이 되어 이장렴을 운현궁으로 불렀다. 이때 이장렴은 흥선대원군의 부름을 받자 죽음을 각오하고 가족에게 유언까지 했다.
 
이장렴이 방에 들어서자 흥선대원군은 눈을 부릅뜨면서 물었다. “자네는 이 자리에서도 내 뺨을 때릴 수 있겠는가.” “대감께서 지금도 그때와 같은 못된 술버릇을 갖고 있다면 이 손을 억제하지 못할 것입니다.” 이장렴의 말에 흥선대원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조만간 그 술집에 다시 가려고 했는데 자네 때문에 안 되겠군. 하지만, 내가 오늘 좋은 인재를 얻은 것 같네.” 흥선대원군은 이장렴을 극진히 대접하고, 그가 돌아갈 때는 문밖까지 나와 배웅했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금위대장 나가시니 앞을 물리고, 중문으로 모시도록 하여라”고 엄명을 내렸다. 오직 나라를 생각하는 충신과 지혜로운 주군, 요즘 난잡한 정치권의 추태를 보면서 이하응과 이장렴의 대화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것 같다.
 
16일 예정됐다 무산됐던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회동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동안 빚었던 한국은행 총재 등 인사 문제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 의견을 청와대가 수용하면서 돌파구가 마련된 것 같다는 말도 있다. 한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지난 협의에 앞서 윤 당선인 측은 “협의를 마친 인사들을 실제로 임명한다는 취지의 ‘구체적 약속’을 요구했고, 이에 청와대는 ‘대통령의 인사권 침해’라고 반발했다”며 “특히 청와대는 당선인 측 요구를 ‘사실상의 문서 계약서’ 의미로 해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갈등과 오해가 추가 협의 과정에서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다시 회동 날짜를 잡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게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같은 기류는 문 대통령이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빠른 시일 내, 격의 없이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갖는 게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청와대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밝히면서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 대변인도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국민이 보기에 바람직한 결과를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회동이 결렬된 이후 사전 실무 협상을 맡은 청와대 정무수석과 장제원 당선인 비서실장이 계속해 물밑 작업을 하면서 양측의 이견이 상당 부분 좁혀진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갈라져 싸우는 추악한 모습은 국민으로서는 참으로 괴로울 정도였다. 크고 작은 지저분한 갖가지 의혹 제기가 꼬리를 물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저질적인 말까지 난무했다. 그 숱한 의혹들을 확인하거나 해소하는 데 목적이 있기보다는 상대를 비난의 도구로 쓰고자 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한 여당의 중진의원은 “요즘 대선이 끝나면서 많은 사람들이 우울증에 시달리면서 의료기관에 환자들이 늘고 있다”며 “이재명 후보의 낙선을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고 있다. 반면 윤석열 후보가 당선되었음을 기뻐하며 환호한 국민이 당연히 더 많다. 이재명 후보가 낙선이 되니까 우울증 환자가 늘어났다는 여당 의원의 말은 어이가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일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지탄을 받을 일도 아니다. 누군가 본인들이 지지하지 않는 정치인을 지지하거나 본인들의 의지와는 다른 주장을 한다는 이유로 상대를 비난하거나 자신들의 심정을 그럴싸하게 만들어 국민들을 호도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당연히 대통령이 이를 말리거나 자제를 요구해야 하는데 자제를 요구하기는커녕 침묵을 지키며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같은 추태가 더욱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이번 대선은 역대급의 비호감 대선이었다는 말들이 나올 정도로 말이 많았던 선거였다. 후보 본인은 물론 배우자, 자식까지도 도덕적, 윤리적 측면에서 논란이 되었던 대선이었다. 이번 대선의 경우 자기가 표를 찍은 후보가 좋아서 찍기보다는 싫은 후보가 당선이 되는 것이 싫어서 찍었다는 말이 널리 공유된 현실이 아닌가. 현직 대통령 개인을 지나치게 좋아하는 나머지 우울증 환자의 증가를 그런 식으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특히 대통령에 대해 지적을 하거나, 비판하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으려고 하는 분위기는 이제 사라지기를 희망한다. 누구라도 알 듯 현대의 대통령은 신성불가침의 대상도 아니고, 절대 군주(왕)도 아니다. ‘지켜줘야 할 약자’도 아니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 중 다수가 단지 5년 동안 국가를 이끌어가라고 책임을 위탁한 정치인에 불과하다. 따라서 본인이 선택한 대통령이 아니라도 다른 다수의 유권자가 선택했다면 그가 속한 정치 세력이 사회를 잘 이끌어나가도록 협조를 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잘하는 부분은 인정하고, 그렇지 못한 점은 비판을 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 사회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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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말해 국민은 정치인을 무조건적인 애정의 대상으로만 보는 게 아니고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고, 정치인은 자기를 지지하는 지지자뿐만 아니라 반대를 하는 국민까지도 이 사회 구성원으로써 포용할 줄 알아야 한다. 그럼에도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자기가 지지하는 정치인을 위해 다른 쪽 지지자들을 공격하며 비난하고 정치인들은 자기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국민을 내 편으로 인정하고 그들만 바라보며 편 가르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제20대 대선에서 박빙의 표차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참으로 아니러니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 ‘적폐청산의 칼’로 쓰였던 윤 후보가 문 정권을 갈아엎는 도구로 점지되었다는 것이다. 그동안 문 정부는 자화자찬 일색이었지만, 국민으로부터 초라한 집권 5년 성적표를 받았다. 이재명 후보조차 선거 내내 ‘정치교체’를 거론하며 문 정부와 거리를 두고 차별화하려고 안간힘을 썼으나 현명한 유권자들은 그 말에 현혹되지 않았다. 정치사상가 마키아벨리는 일찍이 권력층 스스로 정권교체의 빌미를 제공한다는 속성에 대해 “서글픈 현실이지만, 인간은 권력을 가지면 가질수록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이 서툴러 점점 남이 참기 어려운 존재가 된다”고 했다.
 
국민이 지난 5년간 민주당의 도덕성에 의구심을 갖게 만든 사례는 이루 열거할 수 없을 만큼 차고 넘칠 정도다. 누구 말대로 문 대통령의 업적을 들자면 ‘단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유일하게 그 공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 하나만 놓고도 이들이 벌인 ‘작업’은 어느 정치인 표현대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달려든 것과 다름없었다는 게 중론이다. 도덕성 상실의 끝은 포퓰리즘이었다. 어느 나라에든 포퓰리즘은 정권 획득에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는 야당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보자고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에서 무리하게 벌이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특이하게도 집권 여당이 권력을 끝까지 놓지 못하겠다고 안간힘을 쓰며 포퓰리즘에 앞장서는 일이 벌어졌다. 나라의 살림을 제대로 못했으면 그 책임을 지고 정권을 내주는 게 마땅한 것이 아닌가. 그런데도 민주당에서는 그 같은 상식의 공감대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우파 세력이 좌파 세력의 타락에 돌을 던질 수 있었던 것은 우파가 깨끗해서가 아니라 권력의 철저한 편 가르기로 인해 시험대에 설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야당은 정권을 되찾기 이전의 절실했던 초심을 지키지 못하면 언제든지 그 칼날은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여당은 이번 선거결과에 대해 반성은커녕 170여석의 의석수를 말하며 당선인을 향해 식물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노골적으로 으름장을 놓고 있다. 당의 일원이 아닌 국민이 뽑은 의원이라는 것을 그들은 잊고 있다. 아직도 정신차리지 못한 이런 정치인들은 6월 선거에서 퇴출시켜야 한다. 그나마 채이배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이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사엔 반성문을 남기고 떠났으면 한다”며 작심 비판했다. 이어 “‘나 잘 했어요’만 쓸 게 아니라, 편 가르기와 정책 실패 등을 인정하고 반성해야 국민이 제대로 평가를 해 줄 것”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계기는 조국 사태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이라도 나는 민주당 지도부의 일원으로서 반성하고 사과드린다”고 했다.
 
임기 말의 문 정부는 귀를 막지 말고 차기 정부에 대해 ‘최소한의 예의’ 차원에서 몰상식한 인사를 되풀이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선거가 끝나면서 차기 정권에 ‘통합과 협력의 정치’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두 달 후면 차기 정권이 들어선다. 4년의 임기로 임용되는 공공기관의 장에 대한 임용은 아무리 현 정권이 할 수 있는 일이라지만 차기 정부에 맡기는 게 마땅하다. 상식선에서도 그렇다. 정권이 바뀌지만 기후재앙과 코로나 사태, 부동산 혼란, 출산율 저조, 울진 산불의 재앙을 넘어 최근 대통령 선거를 통한 갈등의 불씨까지 당장 우리가 넘어야 할 높은 산들이 눈앞에 산재해있다. 승자나 패자인 양쪽 진영은 자기들을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들의 말을 듣고 그 이유가 무엇인가를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당선된 쪽은 더욱 그렇다. 선거가 끝났으면 이제 지지자들뿐만 아니라 한 사회 전체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말로만 외칠 게 아니라 이제는 실제로 통합을 위해 행동으로 보여주는 모습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특히 윤 당선인의 신 정부도 국민통합을 소홀히 한 대가를 치룬 현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초박빙의 득표율 차로 드러난 민의는 그래서 절묘했다. 현 정권의 오만과 무능과 불신을 심판하면서 6월 선거도 대비해야 한다. 잘못된 자의 뺨을 때릴 줄 아는 이장렴 같은 인물이 아쉬운 때인 것 같다.
 
“너희는 여호와를 영원히 신뢰하라. 주 여호와는 영원한 반석이심이로다.” <이사야 26 :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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