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어요?’라는 질문에 미국 토크계의 전설 래리 킹은 ‘가장 중요한 건 잘 듣는 것이다’라고 했다. 잘 듣는다의 뜻을 가진 ‘경청’은 기울어질 경(傾)과 들을 청(聽)의 한자로 구성되어 있다. 방향도 마음도 상대를 향해서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 포함되어 있다. 말로 표현하기 전에 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때 서로가 공감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다.
음악을 연주할 때도 악기 소리를 유심히 들어야 한다. 상대의 얘기를 경청하듯이. 잘 들을 수 있어야 소리의 조율이 가능하다. 좋은 연주를 위해서는 본인의 악기뿐 아니라 다른 연주자의 악기소리도 귀를 기울여 들어야 한다. 조화로운 연주를 위해 필요한 방법 중 하나가 반복해서 듣는 것이다. 귀가 있다고 해서 ‘들을 줄 아는 귀’가 되진 않는다. 악상의 변화뿐 아니라 음색, 타건의 다양성에 대한 시도는 귀를 기울여 들을 때만 가능하다. 경청하며 소리를 조율해 가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완성도 있는 연주가 된다.
경청은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상대의 말을 듣지 않으면 공감이 어렵고 대화를 이어갈 때도 대화 주제와 동떨어진 얘기를 하게 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상대의 의사를 존중하며 귀 기울여 들을 때 본인의 의견도 존중된다.
경청하기 어려운 상대가 바로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사이의 일상적인 대화가 반복되면서 상대의 의중을 살피기보다 습관처럼 듣게 된다. ‘밥 먹었어?’라는 아내의 말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을 수 있다. 실제로 식사를 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한 궁금함일 수도 있고, 같이 식사하며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얘기일 수도 있고, 밥을 먹고 왔으면 저녁을 차리지 않아도 되는지를 묻는 얘기일 수도 있다.
경청을 잘 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자신과의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다. 즉 자신의 생각이 정리가 될 때 상대의 말도 더 집중해서 듣게 된다. 본인의 내면이 복잡한 생각들로 머리를 꽉 채우고 생각이 꼬리를 물며 정리가 되지 않는다면 상대의 말이 들리지 않는다.
음악에서도 자신의 악기 소리에 대한 확신이 없는데 상대 악기의 소리까지 듣기는 어렵다. 또 본인이 어떤 소리로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소신이 서지 않았다면 깊은 소리와 감동의 여운을 주는 연주는 어렵다.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반응하고 집중할 때 상대의 목소리에 반응할 수 있다. 경청할 수 있다.
악보는 작곡가의 음악 언어가 쓰여진 책이다. 음표는 작곡가가 들려주는 줄거리고 음악용어, 악상기호는 이야기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표현수단이다. 연주자는 작품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전달하는 것이 1차 목표다. 연주자와 작곡가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동시대인이 아닌 이상 서로의 커뮤니케이션은 오로지 악보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악보를 통해 볼 수 있는 작곡가의 의도를 최대한 존중하고 경청해서 연주해야 한다. 1차적인 단순 해석을 넘어 그 안에 숨겨져 있는 작곡가의 진짜 생각을 이해할 때 감동적인 연주가 된다. 가족간의 ‘밥 먹었어’라는 말에 의도되어 있는 숨은 뜻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말이 곡해되고 와전되면 서로에게 신뢰가 쌓이지 않는다. 연주자의 해석이 작곡가가 의도했던 것과 전혀 다르다면 어떤 연주가 될지 상상이 된다. 상대의 말을 경청하다 보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는 따로 있다는 게 파악되기도 한다. 오해하고 왜곡되는 사실들이 난무한 현실이다. 이미 잘못 해석된 사실의 정보들이 더 부풀려서 알려지다 보니 한 편의 소설이 되기도 한다. 경청하자. 마음을 기울여 듣는 것만이 말을 가장 잘 하는 방법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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