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도 영월군 영월읍 영흥리에 자리한 조선 6대왕 단종의 능 <사진=뉴시스>
비운의 단종 릉을 보면서
왕릉 입구 좁은 문을 지나
가파른 언덕길
을씨년스런 바람에
흔들리는 앙상한 가지 사이로
구불구불 삶 같은 돌계단을 오른다.
석상(石像)만이 외롭게 지키고 있는
단종왕릉
어린나이에 폐위(廢位)되어
살아서도 얽매였던 몸
무슨 한(恨)이 서려 백골 되어도 밧줄로
얽어매어 놓았는가.
생(生)과 죽음(死)이 시끄럽게
교차하는 시간
비애(悲哀)의 어린 단종
지그시 눈을 감은 채
설음을 되새김질 하는데
왕비의 혼령이 찾아 든 것일까.
어둠이 드리우는 산등성이
어디선가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는 듯
비가 내려 옷을 적신다.
<深頌(심송) 안호원>
☞ 국가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 비운의 어린 조카에게 만고의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주는 것이 국가 권력이란 것인가. 한민족 역사 최고의 성군 세종대왕이 왕세손으로 책봉해 후계를 삼은 단종을 가장 악랄하게 죽인 단초가 국가라는 권력욕에 근거한다.
▲ 시와 시평 ⓒ스카이데일리
수양대군과 그를 따르는 한명회, 권람 등의 권력욕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성군 세종을 따르던 충신들과 사육신, 생육신 등의 영령들이 구천을 떠돈다. 시인이 영월까지 가서 단종을 만난 이유가 무엇일까. 늘 위정자들의 한심한 작태를 입에 거품 물고 비난해 온 시인이다. 아마도 권력의 무한 회오리바람을 잠잠하게 해달라고 단종께 상소하고 싶었을 것이다.
<소회(素懷)> 이상적이라는 현대조직인 국가집단, 결속력이 가장 끈끈한 집단이라는 민족집단, 자유민주주의의 정형화된 시스템인 공화정, 허울뿐인 평등주의로 인간을 말살하는 사회주의 등을 모두 부정한다면 현실 파괴적인 입장이다. 하지만 그 배경을 인간성 회복에 둔 파괴로 본다면 인간을 무시한 파괴, 권력 지향적인 파괴는 아니다. 인본주의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가면들의 파괴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국가와 민족을 해체하지 않고서는 인본주의를 지향할 수 없다는 것이며, 그래서 국가와 민족의 버팀목이 되는 국가 권력 시스템도 민주진영이나 사회진영 모두 발전적 해체과정을 밟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파괴적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철창 속에 갇힌 인간성을 끄집어내는 것은 철창을 만들기 좋아하고 갇혀 있기를 바라는 권력의 욕구본능들을 일깨우는 것인데, 그 첫 단추가 국가와 민족의 해체라고 보고 싶다.
시인은 국가주의와 민족주의가 투철하다. 하지만 소주 한잔 먹고 취할라치면 인본주의가 최우선이다. 단종 릉을 바라본다면 권력의 망치를 부숴 버리고 싶은 것은 비단 국가와 민족주의가 투철한 시인조차도 그러할진대 모두의 가슴에 그냥 흘러가는 구름은 아닐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문화팀=안호원 시와 시평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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