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동이 트기를 기다려 집을 나섰다. 숲의 가장 중앙 높은 곳에 잔을 심기로 했다. 우탄과 졸개들은 알프 요정이 뿌려놓은 약에 취해서 깊이 잠들어 있었다. 레드가 커다란 삽을 들고 앞장섰고 래빗과 미미, 알프 요정, 빅이 따라 나섰다. 밖으로 나오니 숲은 막 깨어나고 있었다.
아침햇살을 받으러 일어난 풀들과 키 작은 나무들이 기지개를 켜고 있었다. “안녕, 미미!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반가워!” 클로버였다. “이제 막 해가 뜨는데 벌써 일어났어? 부지런하구나!” 미미가 인사했다. “우리는 아침 해가 만찬이야. 뷔페이고. 아침에 뜨는 햇살을 먹어야 쑥쑥 자랄 수 있단다. 건강에도 좋고.” 클로버가 대답했다.
“그럼! 잘 자라고 건강해야지. 지금 급하게 할 일이 있어서 얘기를 많이 못 나누겠네. 이따 또 만나!” 미미가 인사하고 길을 재촉했다. 조금씩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다 보니 파샤의 상황이 심각한 것을 알 수 있었다. 여기저기 베어진 나무들의 밑둥이 보였고, 아주 어린 나무들만 빼고 어느 정도 자란 나무들은 남아 있질 않았다.
큰 나무에 기대어 살던 동물들도 거의 다 떠나가고 숲은 황무지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직 어린 교목들과 키 작은 관목들, 그리고 풀들만 파샤를 지키고 있었다. 미미와 빅, 알프 요정은 이미 아몬드 숲에서도 인간의 문제점을 똑똑히 보았다. 인간의 욕심으로 죽어가는 사슴들과 시달리는 나무의 사연을.
그런데 파샤 숲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엄마를 잃고 울고 있는 어린 나무들의 슬픔이 마음으로 전해왔다. 래빗 또한 아빠와 형제를 잃은 나무였다. 래빗의 간절함이 아몬드 숲의 블루래빗에게 전해졌고 미미와 친구들을 이곳으로 부른 것이다. 이른 새벽이라 아직 인간들이 숲에 오지는 않았다.
인간이 오기 전에 얼른 은잔을 숲에 심어야 했다. 그들은 침통한 마음으로 묵묵히 길을 재촉했다. 헐벗은 숲을 지나는데 어디선가 ‘따다닥 따다닥’ 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 나는 곳을 보니 긴 부리를 가진 딱따구리가 커다란 죽은 나무에서 내는 소리였다. 딱따구리는 래빗을 알아보았다. “래빗, 어디 가는 길이야? 그렇게 돌아다녀도 돼?”
“마이갓, 잘 지내고 있어? 나 괜찮아. 친구들이 도와주러 왔어.” “안녕, 마이갓! 나 미미야. 너 정말 멋지다!” 딱따구리 마이갓은 윤이 나는 흰빛과 검은 빛의 날개에 하얀 부리, 그리고 붉은 볏을 지니고 있었다. 날렵한 몸매에 조화가 잘된 색상으로 아주 품위 있었다. “래빗의 친구구나, 귀엽네!” 마이갓이 씨익 웃었다.
“너 이름 참 좋은데, 마이갓!” 미미가 칭찬했다. “내 이름? 이건 별명이지. 인간들이 붙여준 별명이야.” 마이갓이 대답했다. “마이갓이 날개를 쫙 펴면 1미터나 된단다. 힘차게 날다가 순식간에 나무에 내려앉는 모습을 본 인간들이 ‘오, 마이 갓!’ 하고 탄성을 질렀는데 그게 별명이 되었어.” 래빗이 설명해 주었다.
“정말이야? 마이갓, 나한테 나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보고 싶어.” “뭘, 쑥스럽게! 하지만 래빗의 친구니까 한 번 보여주지.” 마이갓은 검은색과 흰색의 날렵하고 큰 날개를 펄럭이며 나무에서 날아 올랐다. 높이 올랐다가 순식간에 수직으로 휘익 하고 내려와서 낮은 나뭇가지에 앉았다. 미미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오, 마이 갓!” 그 바람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마이갓은 전설이야, 인간들이 그런 이름을 붙인 걸 알겠어.” 빅이 덧붙였다. “뭘, 이 정도 가지고.” 마이갓이 쑥스럽게 말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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