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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이의 도시인문학
걷기를 통한 새로운 도시 질문
도시에서 ‘걷기’에 관한 논의는 시대에 따라 변화
단순한 이동이 아닌 도시 이해로 이어지는 기회
유영이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5-25 10:50:15
 
▲유영이 도시공간문화 전문 칼럼니스트
 1959년 주요 신문 1면에 차도 보행자 단속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차도를 자기네 운동장으로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는 계몽을 받지 못한 시골 사람들의 행동과 같다, 사람들이 차도를 걸으며 교통 흐름을 방해하여 교통난을 초래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보행자의 안전과 보행환경에 대한 논의보다는 보행 규칙을 모르는 사람들에 대한 비난이 섞인 목소리였다. 제대로 걷지 못하는 보행자들은 차량 교통의 흐름에 방해 요소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이었다.
 
이후 1970년대에 들어서면 보행에 대한 시각이 조금씩 변화된 사실은 기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걷기 운동에 많은 학생과 시민들이 참여한다면 교통난 해소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런지요.” 1973년에 있었던 보행에 관한 한 좌담회 사회자는 교통난의 원인이 마치 보행자인 것처럼 여기며 토론자에게 질문을 했다. 
 
이에 참석한 시민은 현명한 답을 한다. “걷기 운동은 건강 관리와 정신 교육을 위한 것이 첫째의 목적이고 교통난 해소에 관한 것은 부수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건강과 수양을 위한 걷기라는 보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드러난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서며 걷기에 대한 논의는 점차 도시 환경과 보행의 권리로 이어진다. 취객이 만취 상태에서 걷다 맨홀에 걸려서 크게 다친 사고를 다뤘던 1989년도의 기사를 통해 온갖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서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이전까지 보행은 ‘잘 걷는다’라는 규칙의 대상으로 여겨졌지만 점차 좋은 걷기에 대한 논의로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이후 도시에서의 걷기는 도시계획을 법제화하면서 법의 테두리 안에 자리 잡게 된다. 1980년 1월, 건축법 제8조 2 도심부 내의 건축물에 대한 특례가 제정됨으로써 도시계획이 제도화되었고 이후 계획된 잠실 지구 등 새로운 도시들은 보행자에 대한 고려를 하나둘 공간 설계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가로의 쾌적성, 장소성, 식별성 등 항목이 추출되었고 보행자의 시각과 체험이 주요한 도시 설계의 목표로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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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행권에 대한 논의도 함께 시작됐다. ‘걷고 싶은 도시라야 살고 싶은 도시다’라는 고(故) 강병기 교수의 말처럼 걷고 싶은 도시 만들기 시민 연대 등 다양한 움직임들이 1990년대 이후 도시 보행에 대한 중요성을 실천했다.
 
사실 서울은 100여년 전만 해도 걷기에 좋은 도시의 규모를 자랑했다. 도시가 지금의 모습처럼 확장하기 이전인 19세기까지만 하더라도 서쪽과 동쪽 끝(지금의 돈의문 터와 흥인지문 기준)은 약 1시간 정도면 걸어서 다다를 수 있었다. 지금 사람들에게 서울을 걸어서 종횡단한다는 이야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처럼 들릴 테지만, 분명 서울은 한때 걸어서 만날 수 있는 적정한 규모의 도시였다.
 
서울뿐만 아니라 여러 도시가 걸어서 만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데에는 크게 두 가지 원인이 작용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에 걸쳐서 일어난 도시 확산과 자동차의 등장이 이유이다. 자동차의 등장과 함께 도시는 보행자를 위한 길과 자동차를 위한 도로로 이분화되어야 했고, 교통 규칙을 통해 서로 안전하게 통행할 수 있도록 선이 그어져야만 했다. 속도 또한 변화했다. 
 
느리고 빠르게 걷는 움직임뿐만 아니라 빠르게 이동하는 다양한 이동 기계의 출현은 도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이러한 가운데 1950년대 신문 기사는 자동차의 흐름을 방해하는 사람에 대해 교육받지 못했음을 증명한다는 지탄을 내비친 것이다.
 
▲도시를 만나는 새로운 시간으로 조금은 느린 걷기를 추천해본다. @javigabbo
  
그러나 걷기는 이제 안전하고 건강한 걷기를 넘어 도시를 탐구하는 새로운 방법론으로까지 의미와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일상 속 무의식 안에서 걷던 길에서 도시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하는 연구의 배경이 되고, 사람들의 기억을 모아 도시를 기록하는 방법으로 쓰이기도 한다. 덴마크의 도시계획가 Madsen 연구팀은 실제 지역 주민들과 함께 걸으며 도시를 탐구하고 과제를 찾는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의 목적은 지역민의 건강에 해롭거나 안전하지 못한 요소를 발굴해내는 것이었다. 지역 주민들을 섭외하고 조별로 지도 위에 탐방로를 설계하도록 했다. 기억 속에 존재하는 동네의 위험 요소를 기재하고 현장 확인을 위한 보행 계획을 주민들 스스로 만들었다. 이후 주민들이 직접 만든 지도를 가지고 현장 탐방을 나섰다. 주민들끼리 나누는 대화와 이동의 양상, 즉 어디에 멈추고 무엇을 바라보는지를 모두 기록한 끝에 실제 이 지역에서 해결되어야 할 몇 가지 사안들을 추려낼 수 있었다. 연구팀은 해당 방법론의 결론으로 시사점을 남겼다. 도시 연구의 방법론으로서 ‘걷기’가 직접적으로 도시 디자인의 해법으로 연결될 수는 없겠지만 그 문제 요소들을 찾아내는 데에는 적극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사전에 만든 지도와 현장에서의 발견의 차이를 언급하며 우리의 기억 속의 도시와 현장의 차이 안에서 또 다른 도시적 문제들을 찾아내는 기회가 됨을 이야기했다. 결국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단순한 이동이 아닌 도시를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기회로 작용한 것이었다.
 
너무나 익숙해서 신경 쓰지 않고 지나친 오늘의 출근길을 떠올려본다. 지하철역으로 이동하고 버스를 타기에 바빴던 시간 속에서 매일 같은 장소를 지나오지만 지나쳐버린 수많은 요소가 숨어 있다. 도시를 관찰하고 나와 장소의 교감에 집중하는 시간으로 도시에서의 걷기에 대해 새로운 시선들이 더 나은 도시를 위한 질문으로 이끌어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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