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빗, 나의 이번 생의 임무는 이렇게 파샤를 구하는 거야. 너의 아버지 물푸레나무 족장의 명을 완수할 수 있어서 기뻐. 지난 세월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지. 내가 다음 번에 다시 태어날 때는 울창한 숲과 그 속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동물들을 만날 수 있겠지!”
타이탄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타이탄의 품에는 많은 프레들이 편안하게 안겨 있었다. 미미가 프레들을 위로했다. “소중한 파샤 숲을 살려주어서 고맙다. 내 친구 프레!” 프레들이 날갯짓으로 미미에게 대답했다. “이제 인간들이 이 숲에 오지 못하겠지?” 알프 요정이 당당하게 말했다.
그들은 타이탄과 프레와 작별하고 래빗의 집으로 향했다. 마이갓도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레드는 집으로 돌아와 우탄과 졸개들을 풀어주었다. “레드,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이제 우리를 모두 죽이려고?” 우탄이 겁먹은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너희를 다 풀어주고 나면 오히려 너희가 나를 죽이지 않겠냐, 우탄?” 레드가 여유 있게 말했다.
“우탄, 내 말 잘 들어. 못된 인간들이 오늘 숲에서 쫒겨 났어. 물푸레 족장이 정성껏 키운 타이탄과 타이탄의 친구인 프레의 활약이 컸어.” “아, 그 전설적인 타이탄? 더 말하지 않아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것 같네. 이제 인간은 파샤에 얼씬 하지 못할 거야.”
우탄이 감동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탄! 이제 너도 네 잘못을 뉘우치고 본래 너의 모습으로 돌아가야지, 안 그러냐? 너도 이제 그들의 심부름이나 할 이유가 없어. 예전처럼 수문장으로 사는 거지.” “그럴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나는 너의 부하들을 죽였고 래빗 아가씨를 괴롭혔고 이제까지 숲에 나쁜 짓만 했어.” 우탄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잦아드는 음성으로 말했다.
“다시 수문장으로 돌아가고는 싶은 거야?” “물론이지, 레드! 하지만 래빗 아가씨와 숲의 친구들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줄 수 있을까?”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네가 나를 도와주면 돼.” “무슨 일을? 뭐든지 시키기만 해. 이제 나는 예전의 우탄이 아니야. 레드, 여기 갇혀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 나의 말도 안 되는 욕심과 배신을 후회하고 반성했어. 정말이야, 날 믿어줘!”
우탄의 말 속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우탄과 졸개들이 모두 레드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우리가 할 일이 있어. 인간이 오늘 물러가긴 했지만 내일 다시 올 수도 있어. 나는 파샤의 수문장으로서 물푸레 족장에게 받은 임무가 남아 있어. 너희들이 힘을 합쳐 나를 도와주면 그걸로 속죄한 걸로 치자. 래빗 아가씨와 숲의 모든 가족도 그렇게 이해해 줄 거야.” “그렇게 할게, 레드!” 우탄이 대답했다. “레드님 명령에 따르겠습니다!” 우탄의 졸개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그들은 날이 밝기를 기다려 숲의 입구에 갔다. 레드는 빠른 속도로 숲의 가장자리를 달리며 산불을 만들었다. 레드가 붉은 털을 한 가닥씩 뽑아 던지면서 숲의 둘레에 불이 붙었다. 우탄과 부하들은 불이 숲의 안쪽까지 타들어가지 않도록 지키는 임무를 맡았다.
숲 가장자리의 산불은 두 가지 이유로 중요했다. 하나는 인간의 침입을 막는 것이고 다른 이유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불은 숲을 깨끗하게 만들고 식물이 살기 좋은 조건을 만들어 준다. 자연에서 자연스럽게 불이 나는 것은 그런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숲이 몽땅 불타버리면 안 되므로 우탄과 부하들은 레드를 따라 다니며 경계선을 그었다. 우탄의 부하들과 레드는 파샤숲의 수문장답게 힘을 합하여 임무를 수행했다. 산불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그동안 레드는 잠시도 쉬지 않고 불을 내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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