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마음에 드는 아카시아와 계약을 하셨겠지?” 이레니아 2세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여왕님. 한동안 아무 문제없이 잘 지냈습니다. 아카시아는 우리에게 집과 먹을 것을 제공하고 우리는 아카시아를 해치는 것은 모조리 쫓아냈습니다. 그것이 곤충이든 동물이든 인간이든지 말입니다. 그런데 요즈음 아카시아가 이상해졌습니다. 먹을 것을 제대로 해 주질 않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우리 부족이 굶어 죽게 생겼습니다.”
“저런! 도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진 게야? 그렇담 새턴 부족이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는가?” 여왕이 물었다. “여왕님, 우리 여왕께서도 그 생각을 안 하신 게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사를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다시 적당한 아카시아를 골라야 하는데 지금은 갈만한 곳이 없습니다.” 외교대신이 대답했다.
“아카시아는 무어라고 합니까?” 빅이 물었다. “제가 아카시아에게 따졌더니 요즘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음식 만들기가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건강이 회복되면 좋아질 테니 기다려 달라는 대답뿐 입니다. 그래서 그 말을 믿고 기다린 지가 오래되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무관심한 게 아닌가 합니다.”
“흠…, 이건 아카시아의 명백한 계약위반이군요. 새턴 부족의 위기의식이 느껴져요.” 이호가 심각하게 말했다. “너무 염려말게나, 우리 부족의 어려움을 해결해 준 백년의 동물 미미가 빅의 친굴세. 미미는 어떤 식물들과도 이야기가 잘 통하고 또 지혜와 용기도 있다네. 자네 부족이 그런 어려움을 겪는 걸 미미가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걸세.” 여왕이 격려했다.
“여왕님, 저희 부족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외교대신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서로 돕고 사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 아닌가, 빅과 함께 떠나게나.” “이번에 저도 가도 되겠습니까?” 이호가 여왕께 청했다. “자네도 함께하도록 하지, 빅에게 큰 힘이 될 걸세.” 여왕이 허락했다.
그들은 여왕에게 작별을 고하고 나무 아래서 기다리고 있는 미미와 블루를 만났다. 미미는 빅에게서 새턴 부족의 일을 자세하게 들었고 그들은 서둘러 새턴으로 떠났다. 개미는 용감하고 협동심 좋기로 소문난 종족이다. 그들의 긴 더듬이는 무엇이든 잘 탐지하고 단단한 턱은 어떤 상대든지 제압한다.
개인적으로도 강하고 똑똑하지만 돋보이는 건 그들의 단결력이다. 여왕을 중심으로 뭉쳐 있는 그들은 함께 먹이를 나르거나 밖에서 적이 쳐들어올 때 일사불란하게 대응하는 종족이다. 그중에서도 새턴 부족은 용맹하기로 소문났다. 그들 모두 날랜 군사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른 부족처럼 먹이를 구하러 나가는 개미들도 없다.
식물에 주둔해 살면서 그 식물을 지켜주는 대가로 궁정과 식사를 제공받으며 지내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체로 아카시아 나무속에 살면서 적들로부터 아카시아를 지켜준다. 새턴 부족과 아카시아 사이에는 아주 오랜 세월동안 이러한 관계가 형성되어 왔다.
블루의 등 위에서 미미는 외교대신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전설적인 새턴 부족을 만나게 되니 가슴이 설레네요. 아카시아는 개미 종족과 유난히 가까운 사이인 것 같아요, 지난번 이레니아 부족의 일을 해결하는 데도 아카시아 꿀이 큰 힘이 되었답니다.”
“미미 님의 활약이 컸던 걸 알고 있답니다. 이번에도 꼭 좀 도와주세요.” 외교대신이 간청했다. “물론이죠, 제가 최선을 다할 게요. 그런데 대신 님의 이름은요?” “아, 저의 이름은 세로입니다.” 세로 대신이 공손하게 대답했다. 그 사이 블루가 물었다. “저기 아카시아가 보입니다. 새턴 왕국이 저기가 맞아요?” “맞아요, 빅.” 세로가 대답했다.
[글: 최문형 / 그림: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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