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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수의 新삼국사 산책
은령총 무덤주인은 호우총과 부부관계
복호 서자 보준의 신라왕족 출신 부인
정재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2-09-01 08:03:04
 
▲ 정재수 역사작가
경북 경주에 있는 은령총(139호분)은 경주 옛 노서리고분에 속하며 8·15 광복 직후인 1946년 호우총(140호분)과 함께 우리가 중심이 돼 발굴 조사한 고분이다. 
 
무덤양식은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이며 북쪽에 연접한 호우총(140호분)과 더불어 쌍무덤(瓢形墳)을 이룬다. 발굴 당시 봉분 주위의 둘레돌(護石) 배치 상태에 의거해 봉분은 대략 지름 20m, 높이 5m 정도로 추정한다. 
 
인접한 호우총(지름 16m)보다 약간 크다. 은령총 명칭은 무덤주인이 소지한 작은 손칼에 달린 은방울(銀鈴)로 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출토 유물로 본 피장자
 
출토유물은 착장유물과 부장유물로 나눈다. 착장유물은 금동관, 금제 관드리개(冠垂飾), 금제 귀걸이, 곡옥이 달린 유리구슬 목걸이, 은제 팔찌와 반지, 은제 허리띠와 띠드리개(腰佩), 금동 신발 등이다. 부장유물은 금은장식 작은 손칼, 쇠투겁창(鐵矛), 쇠도끼, 철제 화살촉, 쇠낫 등의 무기 및 이기(利器)류, 철제복륜(鐵製覆輪), 철제발걸이, 금동장식 재갈, 금동장식 종모양말띠드리개(鍾形杏葉) 등의 마구류, 그리고 십(十)자형 손잡이가 달린 청동합(盒), 쇠솥, 칠기(漆器), 각종 신라 토기 등의 용기(容器)류이다. 특이한 점은 가락바퀴(紡錘車) 1점과 볍씨껍질 약간도 채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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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덤주인은 무기류와 마구류가 일부 포함되어 있지만 둥근고리자루 큰칼(환두대도·換頭大刀)이 없고 가락바퀴(방추차) 등이 출토된 점으로 보아 여성으로 추정한다. 무덤 조성 시기는 신라 돌무지덧널무덤 축조의 후기에 해당하는 5세기 말경에서 6세기 초엽까지로 본다. 
 
▲ (사진 위)1946년 은령총 발굴 장면. (사진 아래)은령총과 호우총 도면도. [사진=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청동합은 고구려 양식의 유물
 
특히 출토유물 중에 십(十)자형 손잡이(꼭지)가 달린 청동합(盒·그릇)이 눈길을 끈다. 신라 고분에서 나온 합은 손잡이 모양에 따라 원(圓)형, 십(十)자형, 보주(寶舟)형, 고리(環)형, 탑(塔)형, 조(鳥)형 등으로 나뉜다.
 
이 중 원형·십자형·보주형 등은 고구려적 요소가 강하며 고리형·탑형·조형 등은 신라적 요소가 강하다. 은령총 청동합은 길림성 집안의 고구려 무덤인 칠성산96호분 청동합 손잡이와 경주 대릉원 서봉총(129호분) 은합 손잡이와 모양이 똑같은 십자형이다.
 
서봉총 은합의 경우 뚜껑 안쪽 면과 몸체 바닥면에 ‘연수원년(延壽元年) 신묘년’의 글자가 새겨있다. 신묘년(辛卯年)은 서기 451년으로 고구려 장수왕이 아버지 광개토왕의 즉위 60년(391년 즉위)을 기념해 시행한 주기제(週期祭)에 사용한 제사용 은합이다. 서봉총은 광개토왕의 주기제에 참석한 고구려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여성의 무덤이다. 마찬가지로 은령총 청동합 역시 고구려에서 제작되어 신라에 유입된 그릇이다.
 
▲ 금속합. 왼쪽부터 은령총, 칠성산96호분, 서봉총. [사진= 필자 제공]
  
무덤주인은 복호 서자 보준의 부인
 
은령총 무덤주인(여성)은 호우총 무덤주인(남성)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두 무덤의 주인공은 부부일 가능성이 높다. 호우총 무덤주인(남편)은 복호의 서자이자 광개토왕의 외손자인 보준(宝俊)이다. 보준은 광개토왕의 딸 마련공주 소생으로 서기 411년 출생해 480년 전후로 사망하며 광개토왕의 외손자 증표인 청동호우를 무덤으로 가져갔다.
 
은령총 무덤주인(부인)은 누구일까? 보준의 혼인 기록이 없어 정확히 특정할 수 없지만 은령총 봉분(지름 20m)이 호우총 봉분(지름 16m)보다 다소 큰 점은 하나의 단서이다. 쌍무덤의 경우 봉분을 부인(여성)이 남편(남성)보다 크게 만드는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은령총 무덤주인의 왕족골품이 호우총 무덤주인(보준)보다 높음을 말한다.
 
그래서 몇 가지 조건을 가지고 ‘신라사초’와 ‘상장돈장’ 기록을 면밀히 조사했다. 이 조건은 ① 왕족 골품의 최상위인 눌지왕 직계일 것 ② 남편 보준보다 나이가 적을 것 ③ 보준과의 나이 차이가 최대 15년을 넘지 않을 것(411년~426년 사이 출생) ④ 여성의 혼인 기록이 없을 것 등이다.
 
 
▲ 은령총 무덤주인 추정. [사진=필자 제공]
  
이에 해당하는 여성이 한 사람 나온다. 눌지왕의 정실왕후 아로(阿老)가 424년에 낳은 눌지왕의 둘째 딸 초생(草生) 공주이다. 아로왕후는 조생(鳥生·418~487), 초생(424~?), 호생(好生·427~?) 등 눌지왕의 딸 셋을 낳는다. 이들은 명실공히 당대 최고의 왕족골품을 보유한 정실소생의 공주들이다. 특히 첫째 딸 조생은 복호의 적장자 습보(習寶)와 혼인해 신라 22대 지증왕을 낳았다.
 
초생 공주는 424년 출생해 보준(480년 사망 추정)보다 더 늦은 시기인 490년을 전후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은령총이 호우총보다 늦게 조성된 고고학적 판단에 근거한다.
 
십자형 청동합의 출토 이유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고구려제 십자형 청동합이 호우총이 아닌 은령총에서 출토된 이유이다. 여러 가능성이 존재한다. 원래는 호우총에 묻혀야 하는데 이를 빠뜨리는 바람에 차후 은령총에 묻었을 경우와 호우총 조성 이후 십자형 청동합이 유입된 경우 등을 들 수 있다. 물론 우리가 모르는 두 부부사이의 어떤 사정이 있을 수도 있다.
 
 
▲ 은령총 위치. [사진=필자 제공]
   
 
그럼에도 십자형 청동합이 은령총에서 출토된 점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역설적이지만 만일 은령총에서 십자형 청동합이 나오지 않았다면 은령총과 호우총의 무덤주인이 서로 부부관계임을 증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령총 무덤주인은 신라 왕족 출신 여성으로 골품이 매우 높은 호우총 무덤주인의 부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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