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북쪽 땅끝에서 30Km 정도 떨어진 오크니는 제주도 절반 정도 크기의 섬으로 예술가들이 시와 음악과 그림으로 여행의 감동을 그려낸 곳이다. 먹을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위주로 개발된 국내 여행지에 익숙한 한국인들은 얼마나 아름답길래? 하고 즉시 물을 것 같다.
오크니는 신석기 시대 거주지, 선돌, 무덤, 바이킹의 흔적들이 야생의 자연 속에 전시되어 있다. 아마도 여행객들이 개발의 손을 타지 않고 남겨진 태고의 자연환경과 이 속에서 더불어 숨 쉬고 살았던 선사시대 인류의 숨결을 느껴보려고 찾는가 보다.
오크니를 가려면 두 개의 선박 항로가 있다. 하나는 스크랍스터를 출발하는 페리를 타는 것이다. 이 항로를 선택하면 파도가 넘실대는 곳에 우뚝 솟은 돌기둥 ‘올드 맨 오브 호이(The Old Man of Hoy)’의 장관을 볼 수 있다. 한 영국인이 맨 처음 오크니에 가려고 표를 예약하고 폭우 속에 5시간을 자동차로 달려 페리 터미널에 도착했으나 결항으로 여행이 무산되었다고 한다. 두 번째 시도에 성공하여 이윽고 호이섬을 수호하려는 듯 바다 위로 우뚝 선 호이 노인을 보고 나니 감회가 이 항로 선택의 충분한 보상이 되고도 남을 만했다고 한다. 또 다른 항로는 질스베이에서 출발하는 것을 택한다면 질스베이 페리 터미널 근처에 있는 존 오 그로우츠에 들러 스코틀랜드 북쪽 땅끝에서 잠깐 멈추고 명상에 잠겨보는 것도 괜찮다.
이번 여행 목적지는 ‘루닉(Runic)’ 글씨가 남아 있다는 신석기 시대 무덤이다. 실내 벽에 나뭇가지를 가지런히 늘어놓은 듯한 무늬를 새겼는데 잉기거르쓰(Ingigerth)라는 가장 아름다운 여인이 쓴 것이라고 한다. 더불어 구절은 지극히 사랑했던 왕비의 죽음을 슬퍼하며 어느 왕이 남긴 애절한 추모의 시일 것 같은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이 유적으로 향하는 길은 스코틀랜드의 여느 섬과 하등 다를 바 없이 완만한 구릉지와 황량한 초원에 방목한 양떼와 소와 섬을 둘러싼 바다 경치의 연속이었다. 유별나다면 양과 소들이 풀을 뜯는 대신 사진을 찍는 사람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비(Evie)라는 마을을 지나는데 ‘Honesty Shop(정직 가게)’이라는 푯말이 보여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가게에는 마을에서 손수 만들어 군침이 돌게 하는 빵들이 진열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동전과 지폐가 담긴 돈 상자가 마련되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무인 가게였다. 손님의 정직을 신뢰하는 마을 사람들의 취지가 빵값을 치르고 미소는 덤으로 받는 기분이 들게 했다.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생기는 게 진정한 여행의 묘미라고 했던가. 이 가게는 이번 여행을 여기서 마쳐도 아쉬움이 남지않을 행운의 발견이었다.
반면, 한껏 기대했던 목적지 무덤에 도착해 사실을 알고 보니 실망스러웠다. 무덤의 주인은 5000여년 전 오크니에 살던 신석기인들이었다. 그러나 아름다운 여인 잉기거르쓰 이야기는 12세기 초 바이킹들이 태풍을 피하러 당시 버려졌던 무덤을 헤치고 들어와 벽에 새겨놓은 낙서(Graffiti)의 일부에 불과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이야기만큼이나 처절한 사랑의 이야기가 전해져 있을 것이라고 막연히 상상했던 기대가 와장창 깨지는 순간이었다.
스코틀랜드 페리에 자동차를 동반해 승선하는 경우
제주행 카페리를 타려면 자동차 키를 차에 남겨두고 운전자는 몸만 탑승하는 것과 달리, 스코틀랜드에서는 페리 승선 시 운전자가 직원의 안내에 따라 직접 자동차를 운전해 페리에 정차시킨다. 그런 후 “Apply hand brake and switch off the car alarm!(수동브레이크를 걸어놓고 차 도난방지 알람 작동을 끄세요)”라고 적힌 안내문에 따라 조치한 후 객실로 들어간다.
페리의 안전대책 안내방송
객실에 들어가자 안내방송이 들려온다.
“This is safety announcement.
(안전대책 안내방송입니다)
When you hear seven short blasts on the ship horn followed by a long blast, (고동이 짧게 일곱 번 울린 후 길게 한번 울리면)
go to the assembly point.
(집합장소로 가십시오)
The crew will hand out life jackets.(선원들이 구명복을 나눠드릴 것입니다)”
What's Up?
캄캄한 밤에 대관령 길 만큼 가파르고 비탈진 도로를 조심스레 빠져 나와 모퉁이를 도는데 20마리쯤 되는 밤비가 도로를 건너려고 차 앞에 무더기로 나타나자 안토니가 반사적으로 소리치는 말이, “What's up!”이었다. 이는 “What’s going on here!(여기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라는 말이 긴급한 상황에 맞춰 짧게 나온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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