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출근은 어떤 의미일까. 출근 시간에 대한 세대별 생각 차이를 보여 주는 영상이 엄청난 조회 수를 기록했다. 9시까지 사무실에 나오면 된다고 이야기하는 MZ세대와 9시부터 근무하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기성세대의 의견이 대립한다. 근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9시보다 그 이전에 와야 한다는 주장과 퇴근할 때 준비시간을 주지 않듯 출근에도 준비 시간은 개인 재량이라는 의견의 차이다.
직업·직장·일에 대한 세대별 생각은 점차 달라지고 있다. 직장에서 맡은 업무만 진행하고 그 외 회사 일에는 무관심한 조용한 퇴직(Quiet Quitting)이라는 개념이 등장했을 정도다. 첫 직장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 안에서 살아 온 세대는 놀랍다는 반응이다. 평생 가족을 부양할 수 있는 토대가 되었던 직장의 개념은 사라진 지 오래다. 승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일에 몰입하며 개인의 행복과 가족과의 시간을 후순위에 두었던 사람만이 인정받는다는 것도 옛말이다.
직장 밖에서 행복을 추구하거나 직장 생활과 함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고 실현하는 등 나의 일이 곧 내 삶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나의 가치는 회사를 통해서만 정해지지 않는다. 행복은 꼭 직장에서만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 소위 요즘 MZ 세대의 시각이다. 일에 대한 MZ 세대의 새로운 인식은 직장, 나아가 일하는 공간에 대한 다양화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코로나 대유행으로 사무실에 출근할 수 없었던 기간도 한몫했다. 사무실에서 온종일 함께하지 않아도 업무가 진행될 수 있다는 사실에 다들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을 때,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시대의 장기화는 직장의 형태가 정해진 사무실과 시간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시간이 흘러 다양한 근무 형태를 고민한 기업들은 재택이냐 사무실이냐는 이분법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소규모 사무실이 필요하거나 이동 또는 회의가 많은 이들이 사용하는 공유 오피스에서 착안하여 지역별 거점을 만든 것도 한 예이다. 대중교통 접근성, 업무 집중도, 업무 연관성, 보안 등 재택근무 때 발생하는 주요 한계점을 보완하기 위해 본사 근무로 돌아가는 방안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하는 시도이다.
여기서 더 나아가 근무 공간을 다른 지역으로 확장하는 업무 형태도 나타났다. 일(Work)과 휴가(Vacation)를 조합한 워케이션이라는 근무 형태가 다양한 지역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앞장서서 지역 활성화를 위해 워케이션을 전략적으로 추진 중이다. 숙박비·체험비 등 비용을 지원하며 업무가 용이한 네트워크 환경 등을 구축한다.
업무 시간 이외에 방문하기 좋은 관광지를 추천하여 일하러 가지만 휴가도 즐길 수 있는 목적지로서 지역을 소개한다. 일주일 미만의 일시적인 경험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한 달 살기 등 장기적인 프로그램과 결합하여 지속가능한 모델을 선보이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관광 전략의 하나로 적극적으로 워케이션을 도입한 일본의 경우, 워케이션을 휴가형·업무형으로 유형화하고 있다.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개념을 만드는 일본에서는 워케이션에 이어 브레저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출장지에서 장기적으로 머무르며 여가를 즐기는 형태의 비즈니스(Business)와 레저(Leisure)를 합친 말이다.
또한 정주하지 않지만 지역과 지속하여 다양한 관계를 맺는 사람들과 기업을 관계인구, 관계기업으로 부른다. 워케이션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주요한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특히 중요하게 다룬다.
워케이션을 지원하는 기업은 MZ세대에게 기업 복지 중 하나로 워케이션 제도를 소개한다. 출퇴근을 자유롭게 하는 시간 중심의 유연 근무뿐만 아니라 공간을 유연하게 활용하는 제도는 기업의 유연한 문화를 홍보하기에 아주 적절한 예시이기 때문이다. 기업이 시간과 공간을 활용하는 태도에서 기업의 철학이 읽힌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각기 다른 환경에서 일하는 동료들과 원활한 소통을 위한 문화도 함께 필요하다는 의견도 강조된다. 워케이션은 휴가 모드와 근무 모드를 유연하게 전환하기 위한 시도이다.
사무실에 나와야만 일하는 사람으로 보는 시각, 자택이나 다른 장소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근무 태도를 일괄적으로 비판하는 시선은 개선되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동료를 믿고 일하는 문화는 시공간의 유연성을 확보한 변화에 반드시 더해져야 하는 과제이다.
코로나가 한창일 무렵, 메타버스에서 근무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자는 의견이 등장했다. 가상 사무 공간과 화상회의 플랫폼을 제공하는 게더타운을 통해 가상 사무실이 제공되었다. 놀랍게도 사무실을 도면으로 그려놓은 모습 그대로 가상 세계로 옮겨간 모양이었다.
가상 세계에서도 여전히 나란히 놓여 있는 책상과 의자는 사무실의 건조한 분위기까지 재현하고 있는 듯했다. 게더타운을 이용한 다른 이들의 사무 공간도 우리와 다르지 않았다.
아마도 우리 머릿속에 사무실은 이래야 한다는 사고가 견고하게 자리 잡은 모양이다. 워케이션과 원격근무가 활성화된 이후에 만들어지는 가상 세계의 사무실은 좀 더 유연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그간 진행된 신도시 건설에서의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직주 근접이었다. 통근하기 편한 직장과 거주지의 적당한 거리. 적당한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적절한 교통수단과 체계, 적당한 위치의 토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이제 사무실은 더 이상 영원히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다. 주거와 사무 공간의 유연성 안에서 일과 삶의 적당한 거리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 하겠다.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