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적으로 핵보유국은 핵무기 연구개발, 핵무기 운용준비, 핵무기 작전운용, 핵전력 현대화의 네 단계를 거친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의 작전배치 등 운용준비를 마치고, 핵전력의 작전운용 단계를 거치는 중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후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핵무기 운용준비 측면에서는 2013년 4월 ‘핵보유국법’을 제정했다. 2014년 전략군을 창설해 핵무기를 투발하는 부대편성과 작전배치를 단행했으며, 2016년 3월 ‘전략적 핵무력에 대한 유일적 군체계 확립’을 지시하는 등 핵 지휘통제체계를 확립했다.
북한은 이미 3단계를 지나 4단계의 핵전력 현대화의 일부를 진행 중인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은 2017년 국가핵무력 완성 선언 이후 기술적으로 대미 핵 억지력 구축 단계에 진입했으며, 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전략핵무기뿐만 아니라 전술핵탄두의 추가 확보와 이를 투발하기 위한 각종 전술유도무기 개발에 역량을 집중해 왔다.
핵전력 현대화의 핵심은 전략핵인 ICBM과 SLBM의 2축 구축과 다종의 전술핵무기 개발이다. 북한은 미국에 대한 억지력을 갖추기 위해 ICBM을 개발하고 있고, 특히 북한이 SLBM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바로 은밀성과 생존성을 보장받아 2격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북한의 핵능력이 억지·보복·격퇴 등의 다양한 전략임무와 핵태세를 보장할 충분한 역량을 갖췄다고 보긴 어려우나, 북한이 지난해 1월 제8차 당대회에서 ‘국방과학발전 및 무기체계개발 5개년 계획’을 채택한 이후 다양한 투발 수단의 지속적인 시험발사를 통해 점점 고도화돼가는 핵능력에 부합하는 핵태세의 변화를 꾀할 수 있음을 간과해선 안 된다.
북한은 8차 당대회를 통해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핵무력 증강을 발표했고, 계속 중·단거리탄도미사일 등 투발 수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전술핵무기의 개발과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중·단거리탄도미사일에 탑재가 가능한 전술핵무기 개발을 위해 추가로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 북한이 전술핵무기를 이용해서 한·미 동맹을 느슨하게 만들고 더욱 공세적으로 압박함으로써 한국은 핵 그림자 아래 놓이고, 강압을 통해 핵 인질화 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북한이 소형화·경량화되고 다양한 투발 수단에 탑재가 가능한 다종의 전술핵무기를 개발해 실전 배치한다면 공세적인 핵태세를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은 고강도 국지도발 감행 등 현상 변경을 위한 강압과 전략적 확증 보복뿐만 아니라 한반도에서 전술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제 전술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전쟁수행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북한은 이미 사실상의 핵보유국에서 더 나아가 지역 핵강국으로의 부상을 추구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9월8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7차 회의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 정책에 대해(핵무력정책법)’를 최고인민회의 법령으로 채택했다. 이 법령은 총 11개 조항으로 구성됐는데, ‘실제 전술핵무기를 적극적으로 운용하는 전쟁수행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고 명시함으로써 평시부터 적절한 핵태세를 유지할 것임을 밝혔다.
이날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력정책법’ 채택을 통해 “핵보유국으로서 우리 국가의 지위는 불가역적이 됐다”라며 “우리가 먼저 핵포기, 비핵화를 하는 일은 없으며, 이를 위한 어떤 협상과 공정에서 서로 맞바꿀 흥정물은 없다”라고 선언했다. 또한 “미국이 사상 최대의 제재를 통해 핵 포기를 기도하고 있지만 지금 겪고 있는 곤난을 잠시라도 면해보자고 자위권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며, 그 어떤 극난한 환경에 처한다 해도 핵 적수국인 미국을 전망적으로 견제해야 할 우리로서는 절대로 핵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최고인민회의 법령 ‘핵무력정책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3조 2항)고 규정했다. 아울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3조 1항)라고 명시했다. 오직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핵무기 관련 결정권이 있다고 법으로 못 박은 셈이다.
특히 ‘핵무력정책법’ 6조는 핵무기 사용조건을 북한에 핵·비핵 등 각종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로 규정해, 선제적 사용 가능성을 감추지 않았다. 아울러 “국가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제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3조 3항)라고 명시해, 김정은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라도 핵을 공격적으로 사용할 의지를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비핵보유국도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5조 2항)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혀놨다.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정기적으로 연합훈련을 하는 한국과 일본 등을 염두에 둔 조항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전술핵무기를 포함한 핵능력이 고도화될수록 한·미의 전략적 선택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북한의 전술핵무기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제는 북한이 남한을 향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의 전술핵무기 관련 위협을 전면적으로 재판단해야 한다.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의 증원 전력 차단이나 협상·엄포·강압용만이 아니라, 남한을 비롯한 실제 전장에서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심각하게 숙고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이 국제사회의 북핵 관련 각종 우려에 대해 적극적 해명을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을 향한 북한의 강력한 메시지, 멀어지는 비핵화 등을 고려할 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대화를 통한 북한 비핵화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겠지만, 북한의 전술핵무기 개발에 따른 전시 대비는 물론 평시 위기관리부터 북한의 전술핵무기 위협에 대한 한·미 맞춤형 억지전략의 실행력과 신뢰성을 제고해야 한다. 북한의 평시 고강도 국지도발에 따른 효과적인 위기관리와 북한의 핵무기에 기반한 전쟁수행전략에 대응하는 시스템 전반에 재검토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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