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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영국 ‘외길 도로(Single Track)’의 관광객 운전예법
토착민에 대한 배려 당부하는 관광안내문 인상적
“모두가 관광객은 아니랍니다(Not every one is on holiday)!”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2-11 17:55:28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제주도의 산과 바다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아름답지만 최근 제주도의 건설 현황과 도로 교통상황은 하루가 다르게 빼곡해지고 복잡해지는 것 같다, 특히 제주도 도로의 교통량은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이 부쩍 늘어나 제주시와 공항 근처를 지나려면 교통 체증을 고려해 여분의 시간을 계산해 두어야 할 정도다. 한편 몇 년 사이 도로에 통행하는 렌터카들이 눈에 띄게 늘어 교통량 증가의 한 몫을 차지한다. 더불어 빈번한 교통사고 소식이 들리고 토착민들이 그 원인을 렌터카 차량 증가로 돌리는 견해를 많이 듣게 된다,
 
사실 제주의 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휴가객이 운전하는 렌터카가 풍경에 도취 되었는지 속도를 줄이고 천천히 가 교통의 흐름을 방해하는 예들을 흔히 목격한다. 반면 제주가 생업과 일상생활의 터전인 토착민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관광객의 탐닉을 곱게 봐 줄 여유가 쉽게 생기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이와 같은 이해충돌의 상황을 굳이 정책적으로 중재해야 할 문제도 아닌 것 같다. 그러니 토착민 편에서 느끼는 불만감은 해소할 방도 없이 더욱 깊어질 것이 자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스코틀랜드의 한 관광지 안내문에서 관광객의 이해 부족으로 자칫 끼칠 수 있는 폐를 미리 계몽하는 내용을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끈다.
 
스코틀랜드의 섬들을 여행하노라면 많은 경우 외길 도로(Single Track)를 만나게 된다. 이 도로는 자동차 한 대가 지나갈 넓이여서 도로 간간이 ‘지나가는 곳(Passing Places)’이라는 표지판과 함께 도로를 넓혀놓아 쌍방통행을 하도록 한다. 보통 외길 도로를 여행할 때 쌍방 자동차가 마주치면, ‘지나는 곳’ 표지판에 가까운 차가 이 장소에 멈춰서 헤드라이트를 번쩍여 상대차가 먼저 지나가도록 기다려준다. 그런데 안내문을 살펴보니 이전에 몰랐던 외길 도로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한다.
 
▲ 스코틀랜드 하일랜드 지역의 도로에 소가 걸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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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문은 관광객 운전자들에게 아름다운 주위풍경에 넋을 잃지 말고 운전에 집중하도록 당부하며 시작한다. 이뿐 아니라 때때로 뒤를 살펴 혹시 영업 중인 차량이 꼬리를 물고 있으면 ‘지나는 곳’에 비켜서 뒷차들을 먼저 보낼 것을 권고한다. 왜냐면 외길 도로를 운전한다고 모두 나 같은 휴가객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외길 도로의 ‘지나가는 곳’은 쌍방을 오고 가는 관광객을 위해 마련된 편리시설이기 이전에 토착민이 필수로 사용해야 하는 일상생활과 생업의 터전임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외길 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은 토착민이 앞뒤에 있을 수 있으니 그들에게 먼저 양보하고 생업의 피해를 줄이도록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안내문이 당부하는 것은 관광객이 방문한 섬은 토착민들이 가축과 양들을 방목하고 있음을 명심하라는 것이다. 운전 중 가축과 양들이 울타리 설치가 되지 않은 외길 도로로 뛰어드는 경우를 만날 수 있으니 대비하고 있으라는 것이다. 덧붙여 당부하는 안내 구절은, 양·소·다람쥐·꿩 등을 운전 중 가까이 접촉하지 못하는 한국인이 듣기에 특히 재치가 넘치고 도움이 된다. ‘운전자는 도로에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양들이 인간의 상식으로 행동하리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라’는 내용이다,
 
스코틀랜드의 외길 도로 안내문을 읽고 나니 한국에서도 ‘손님이 왕이다’라는 식으로 제주도에서 관광객이 항상 배려의 우선 순위가 될 필요는 없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오히려 아름다운 섬을 소개할 뿐 아니라 관광객에게 방문하는 섬과 토착민에게 배려할 최소한의 예의를 부탁하는 스코틀랜드식 안내문이 전문가답고 설득력이 있어 인상적이다.
 
“Not every one is on holiday! (모두가 휴가 온 사람들은 아닙니다)”
 
“Remember to check your mirrors for vehicles behind you and be prepared to pull over into a passing place and let them through as not everyone is on holiday. (모두가 휴가를 즐기는 중이 아니니 기억하셔서 백미러로 뒤에 오는 차량을 점검하시고 지나가는 장소로 차를 빼서 뒤 차량이 추월하도록 준비하십시오.)”
 
“Try not to be distracted by the stunning scenery.
(넋을 잃게 하는 풍경에 주의가 산만해지지 않도록 노력하십시오.)”
 
“Keep an eye out for sheep that are free to roam across the unfenced roads and never assume that they will behave sensibly. (울타리가 쳐지지 않은 도로에 자유롭게 배회하는 양들을 주의하시고 그 양들이 상식적으로 행동하리라고 절대로 추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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