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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일본과 잘 지내야 하는 건 ‘득’이 되는 게 있어서다
통쾌하게 복수할 ‘글로리급’ 원수가 아니라면
과학적으로 접근해 당당히 우리의 실리 얻자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4-07 10:40:36
▲ 이혁재 수석논설위원

일본특파원 할 때 ‘필승카드’가 있었다. 서울 본사에서 “요즘 기사 안 쓰네”라고 압박해 오면 필승카드, 즉 4가지 기사 중 하나를 보내면 됐다. △독도 △종군위안부 △교과서 왜곡 △자위대. 이 ‘4총사’는 기막히게 먹혔다. 90% 확률로 ‘1면 톱’이 됐다. 
 
수십 년 지난 요즘도 TV를 켜면 그때의 나 같은 기자들이 보인다. 한·일 관계보다 기사 나가는 것만 신경쓰는 ‘기사 기술자들’. 나라 생각 안 하는 야당 비슷하다. 양국 관계 발전보다는 무조건 죽창가다. 그런데 말이다, 우리끼리 그러는 건 우스운 꼴이 아닌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은 철천지원수까지는 아니고, 그저 여의도의 라이벌 사이 정도라면 억지와 선동만으로 공격하는 건 반칙이다. 대한민국 발전이라는 최우선 공동 목표를 정권 장악이라는 두번째 목표 뒤에 두는 건 레드카드다. 
 
또 하나. 좀 세련됐으면 한다. 명색이 정당인데 탈북민보다 못하면 좀 그렇지 않은가. 요즘 MZ 탈북민은 북한 인권문제를 제기할 때 더는 눈물로 호소하지 않는다. 탈북민 조셉 김(33) 조지 W. 부시센터 연구원은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유창한 영어로 북한 실상을 증언하며 안보리 이사국들의 행동을 촉구했다. 김 씨는 북한 내 최하층민인 ‘꽃제비’ 출신이다. 탈북민 이서현(32)  씨도 유엔에서 북한 입장을 두둔한 중국 외교관을 중국어로 찰지게 반박했다. 그런 세련미를 민주당에게서 볼 수 있길 바란다.
 
민주당엔 요즘 필살 무기가 하나 추가됐다.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의 방사능 오염수 방류다. 하필이면 북한도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괴(怪)물고기 출현 같은 괴담을 유포시키라’는 지령을 우리 노동계에 내렸다. 민주당과 북한의 작전은 어느 정도 성공해 40%대를 달리던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30%대로 떨어졌다.
 
물론 후쿠시마 오염수는 당연히 제기해야 할 문제다. 옆집 사람이 우물터에 핵 오염 처리수를 버린다는데 가만 있을 사람이 어디 있나. 하지만 정확하게, 논리적으로 추궁해야 한다. 후쿠시마까지 찾아가 삿대질하는 건 우리에게 득이 안 된다. 일본을 사랑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원만하게 지낼 필요 정도는 있어서다. 그 이웃과 내가 앞으로 100년 정도 핵심 관계를 유지할지도 모르잖는가. 그러니 당당히 원칙을 세우고 과학적으로 차분하게 얘기하자.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을 과학적으로 정리하자면, 후쿠시마 방류수 중 문제가 되는 것은 삼중수소다. 자연계에서 매년·저절로·새로 만들어지는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삼중수소 연간 해양 배출 계획량(22조베크렐)의 2500배다. 작년 한국 원전들의 삼중수소 배출량은 후쿠시마 방출 예정량의 10배다. 캐나다는 후쿠시마 방류 예정량의 85배·영국은 70배·프랑스는 623배의 삼중수소를 바다로 내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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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은 물 2000t 중에서 방사성 물질 한 방울을 검출해 내는 능력을 갖췄다. IAEA(국제원자력기구)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프랑스·스위스 등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보내 검증하고 있다. 후쿠시마 일대 바다에서 채취한 어류·해조류·해저 퇴적물 시료도 4국에 배달됐다. 4국의 평가 결과는 IAEA에 모이고 IAEA의 종합평가 작업에는 우리 전문가들이 참가하고 있다. 그 결과는 곧 나온다. IAEA 검증 결과가 그간 일본 설명과 거리가 있다면 해양 방류는 어렵다.
 
그래도 불안한지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달 “원전 오염수 투기를 한·미 정상회담 정식 의제로 끌어올리라”고 요구했다. 그런데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미 지난달 “후쿠시마의 해양 방류 결정에 대한 IAEA의 원자력 안전 기준을 강력 지지하며, 국제사회에 대한 일본의 투명성과 긴밀한 공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여전히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는 윤 대통령이 빚은 외교 참사라고 주장하며 깎아내린다. 그렇게 말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자유국가니까.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에서 ‘혼밥’ 하면서도 중국을 ‘대국’이라 표현했을 때보다, 대한민국 주중 대사가 신임장을 제정하면서 과거 제후가 천자 앞에서 충성을 맹세할 때 쓰는 말인 ‘만절필동’(萬折必東)을 방명록에 적었을 때보다 대한민국 외교사에 더한 외교 참사는 없었다는 주장 역시 할 수 있다. 자유국가니까.
 
문 정부 시절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은 2021년 4월 국회에서 “일본이 IAEA 기준에 맞는 절차를 따른다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를) 굳이 반대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젠 야당이 된 민주당은 윤 정부에 무조건 반대하고 그저 뭐라도 트집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트집 잡아 물고 늘어지다 보면 지지율이 올라갈 수도 있다. 지지율이 올라가 잘하면 정권까지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니다. 면피하고 말 바꾸고 정권 잡는 데만 신경쓰는 그들은 역사의 주역이 아니다. 주역이 되어선 안 된다. 욕먹는 한이 있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하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안 된 사람은 국민을 행복하게 해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복해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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