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결혼을 눈앞에 둔 대다수 부모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는 살 집을 마련해주는 것이다.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전세 값만해도 수억 원 대에 이르기 때문이다. 결혼적령기에 달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주택문제다. 극소수 부자 부모를 둔 신혼부부를 제외하고 대다수는 사실상 내 집을 마련하기가 매우 어렵다. 국토교통부 통계에 의하면 생애 최초 주택마련 가구주 연령은 전체 가구 기준으로 대략 38~40세이다. 최근 4년 내에 주택을 마련한 가구주 연령은 전체 평균 44.2세이다.
보통 직장인들이 서울에서 국민주택평 아파트를 구입하려면 11.7년 동안 연봉을 한 푼도 안써야 한다는 통계도 있다. 대출이나 빚을 내지 않고는 정상적으로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이다. 주택공급을 이야기 할 때 거론되는 대표적 통계는 ‘주택보급률’이다. 주택수를 가구수로 나눈 값이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주택보급률은 102.2%이나, 전체 국민의 34%인 1508만9000명 만이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주택보급률이 1백 퍼센트를 넘었다지만 쪽방이나 지하·옥탑방, 판잣집에 거주하는 사람이 160만 명에 이르고, 서울의 경우 전체 331만 가구 중 10.7%인 35만5000 가구가 지하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상위 10%가 대한민국 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통계에 서민들은 분노할 수밖에 없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올 2월 전국 주택 미분양 물량이 7만5438호로 최고치를 돌파했다. 올해 1분기 전국 신규 분양 아파트의 60% 이상이 미분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공급이 남아도는데 살 사람이 없다는 소리다. 주택 수요는 넘치는데 분양가가 비싸 구입할 엄두를 못낸다고 봐야 한다.
사실 전임 문재인 정권의 주택정책 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의 폭등과 하락이 윤석열정부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이제 주택 문제는 가진 자와 안 가진 자 간의 계층 간 갈등을 증폭시켜 이를 계속 방치할 때 정권을 넘어선 체제 위협요인으로 부각될 것이다. 국내 사회주의 세력들은 혁명의 여러 명분 중 하나로 자본주의의 병폐라며 주택문제를 제기해 온 바 있다. 트로츠키계열의 사회주의그룹인 ‘사회주의대오 추진위원회’는 2020년 11개 항목의 과제를 제시했는데, 토지국유화·1가구1주택 초과 소유주택 몰수·노동자정부(사회주의권력)의 수립 등이 포함되어 있다.
칼 마르크스와 함께 공산주의를 창시한 프리드리히 엥겔스(1820-1895)는 1872년 ‘주택 문제에 대하여’를 저술했다. 당시 독일 대도시에도 주택난이 매우 심각했다. 90% 넘는 사람들이 집이 없었고, 비싼 임대료 때문에 악취 나는 지하방에 살거나 쪽방에 여러 가구가 함께 살아야 했다. 당시 엥겔스는 주택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이라며 자본주의 폐절과 사회주의혁명을 설파했다.
프랑스의 저명한 건축가인 르 코르뷔지에(1887-1965)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주택난에 처한 유럽 노동자들이 사회주의혁명을 통해 이를 해결하려고 했을 때 “건축이냐 혁명이냐”(Architecture ou Révolution)라고 묻고 ‘기계’(“집은 살기 위한 기계”라고 정의)를 대량 공급하면 혁명을 피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문제가 혁명의 도화선이 된다고 경고하고 이의 해결을 강조한 것이다.
이의 심각성을 직시한 국내 사례를 보자. 노태우 정부 시절 문희갑 경제수석은 “주택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혁명이 일어난다”고 역설하며, 수도권 신도시 분당·일산·중동·평촌·산본 등 전국에 200만 호를 건설했다. 대규모 아파트 건설으로 혁명을 막았다고 자찬하고 있을 정도이다. 해결책 없는 주택문제의 심화는 ‘양극화’(이는 ‘계급투쟁’의 변형된 용어다)를 심화시키고 필연적으로 혁명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주택이냐 혁명이냐”를 되새겨봐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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