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국회에서 ‘입법 폭주’ 중인 간호법·양곡법·노란봉투법·학자금대출법은 특정 집단의 표를 얻기 위한 것이다. 각각 간호사·호남 농민·노조·대학생을 표적으로 삼는다. 국회 다수당 의석으로 법을 통과시켜 해당 집단에게 이익을 주고, 다음 선거에서 지지표로 돌려받는 ‘기브 앤 테이크’ 전략이다.
이 법들은 민주당이 야당이 된 뒤 꺼내들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편 가르기’의 달인인 민주당도 정권을 잡았을 때는 차마 내놓지 못했다는 얘기다. 거래 관계가 너무 노골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0.73%p 차이로 정권을 내준 뒤 ‘표만 되면 뭐든 한다’는 극단주의로 넘어갔다.
민주당 안에는 이런 선거 공학적 계산만 하고 있는 담당자가 따로 있는 것 같다. 이들은 분열·갈등·파탄 같은 이 법들의 도덕적·재정적 문제는 안중에 없다. 어느 이익집단의 표를 세어보니 얼마인데, 이 표를 우리한테 가져오면 다음 선거 결과는 어떻게 될 것이라는 시나리오 짜기에 골몰할 뿐이다.
대통령이 해당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관련 집단의 분노는 대통령을 향해 직행하므로 더 이득이다. 증오가 커질수록 득표 성과는 좋아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과연 민주당이 노리는 바 대로 결과가 도출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국민의힘도 이번 민주당처럼 ‘살라미 전술’은 아니었지만 지난 대선 때 ‘이대남’을 끌어들이기 위한 득표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이 전략의 ‘최종 성적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선이 끝나고 452만 명의 유권자들을 표본으로 조사한 결과에 잘 나와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20대 연령층의 투표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높았다. 20대 후반 여성의 투표율은 75.2%, 같은 연령대 남성의 투표율은 이보다 8.9% 낮은 66.3%에 그쳤다. 한편 지난 대선 때 지상파TV 3사의 출구조사에서 20대 여성은 58대33의 비율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이 표적으로 삼았던 20대 남성은 58대36의 비율로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해 이보다 낮은 결집력을 보였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득표 전략에서 배제 당한 ‘이대녀’들이 더 많이 투표장으로 달려갔고, 더 많이 상대 후보를 지지했다. 국민의힘의 노림수는 어긋나 버린 셈이다.
간호법에서도 비슷한 낭패가 벌어졌다. 민주당은 이 법으로 간호사 면허를 갖고 있는 45만 명을 확고한 지지층으로 잡으려 했다. 의사들이 간호법에 거세게 반대하지만 그들의 숫자는 기껏해야 13만 명에 불과하다며 저울의 무게를 쟀을 것이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났다. 72만 명 규모의 간호조무사, 6만 명의 임상병리사 등이 이 법에 반발하면서 의료 직역에서 간호사의 두 배가 넘는 100만 명의 반대 세력이 갑자기 형성됐다. 국회 통과든, 거부권 행사든 다 오케이라며 회심의 미소를 짓던 민주당은 전세 역전에 황망했을 것이다.
정치는 생물(生物)이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감정이나 판단은 가변적이기 때문에 유권자의 반응도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예컨대 하나의 이익집단을 노린 선거 전략이 나오면 그로부터 소외되어 반발하는 집단이 있게 마련이다. 집권을 갈망하는 정당에게 더 무서운 것은 나머지 다수의 유권자가 그들끼리의 ‘기브 앤 테이크’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는 점이다. 정당들은 목소리 큰 이익집단에는 신경을 곤두세우지만 제3의 침묵하는 유권자들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각 분야에 사회적 갈등이 고조되면서 우리나라 유권자들의 정치적 감수성도 따라서 예민해지는 중이다.
미국의 경제학자 맨슈어 올슨은 이익집단에 대해 “조직이기주의로 사회 전체에 피해를 준다”며 ‘경제 성장의 중대한 적(敵)’으로 규정한 바 있다. 무슨 단체나 협회들이 죽기 살기로 뭉쳐 사회 분열을 일으키면서 실제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보다 훨씬 많은 몫을 챙겨간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강성 노조에 대한 민심이 많이 악화된 걸 보면 이런 공감대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여기서 시야를 더 넓히면 민주당의 ‘득표 만능주의’ 행보에는 납득하기 힘든 모순이 발견된다. 지독한 짝사랑을 연상시키는 친북·친중국·친러시아 노선이 그것이다.
올해 서울대 아시아연구소의 조사에서 한국인들의 호감도 최하위 3개국은 북한·중국·러시아 순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민주당은 북한에 맹목이고, 한국을 깔보는 중국 외교에는 침묵하며, 우크라이나 전쟁에선 침략자 러시아 편을 든다. 대다수 국민이 꺼리는 대상에 과도하게 집착하고 균형감을 상실하는 것은 선거에서 표를 잃는 길인데 민주당은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생각이 추호도 없다.
이익 앞에서 손해를 볼 게 분명한데도 사람이 마지막까지 움켜쥐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성이다. 이들 친북·친중 노선의 종착점은 어디일까. 온갖 수단을 동원해 권력을 잡은 뒤 뭘 하겠다는 것인지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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