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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안토니 디쉴드의 한국영국 두 나라 이야기
‘멍멍’ 소리가 영국인들을 ‘뻥’ 터뜨리게 한 사연
나라마다 다른 의성어… ‘퍼훠’ vs ‘통통배’
“How does a dog bark in Korea?”
이진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5-26 09:00:15
 
▲ 이진·안토니 디쉴드 작가·화가
 영국에 간지 거의 일 년이 다 되어서야 영국인들이 일상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영어 의성어가 한국어와 전혀 다르다는 걸 깨닫게 된 사건이 있었다. 한 영국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 이 사실이 대화의 주제로 발전하게 되었는데, 이는 그 친구의 웃음보를 터뜨려 놓았고 이를 진정시키느라 한참 애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한국어 의성어가 던진 충격이 영국 친구 한 사람의 웃음보를 터뜨리는 것으로 그칠 일이 아니라는 걸 전혀 예상치 못했다. 이 일은 한동안 필자가 알고 지내던 주위 영국 사회에 적지 않은 파동을 불러일으키고 말았기 때문이다.
 
한동안 뭇 영국인의 웃음보를 터뜨리게 한 문제의 한국어 의성어는 개가 짖는 소리였다. 사건의 발단은 필자가 영국 친구가 영어 의성어로 개 짖는 소리를 묘사해 별생각 없이 한국의 개가 짖는 소리를 참고로 알려주게 된 순간에서 시작됐다. 영국 친구는 갑자기 얼굴이 얼어붙은 듯 표정이 굳어지더니 잠시 후 귀를 의심하는 듯 한국의 개 짖는 소리를 되물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한국의 개 짖는 소리를 ‘멍멍!’하고 말해주었더니 그 친구는 최대한 비슷하게 ‘멍멍!’을 따라 하며 배꼽을 잡고 웃기 시작했다. 영국 친구의 눈물 어린 웃음이 가라앉기를 영문도 모른 채 기다리자니 별로 기분이 유쾌하지 않았지만 크게 불쾌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멍멍!’하고 개 짖는 소리는 영국 친구의 마음에서 쉽사리 지울 수 없는 대단한 뉴스거리였나 보았다. 그날 저녁 하숙집에 돌아오는 다른 영국 친구들 앞에 2차로 불려가 ‘멍멍!’ 소리를 들려주어야 했고 그들의 웃음보가 기진할 때까지 또 참고 기다려야 했다. 그러나 ‘멍! 멍!’ 소리 공연은 이차로도 부족했던 모양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영국 친구의 어머님이 방문하자 필자는 다시 한번 3차로 한국의 개 짖는 소리 ‘멍멍!’을 선보여야 했고 즉시 영국인 부모님이 쓰러질 듯 웃으시는 모습을 봐야만 했다. 한 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들리는 의성어가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이토록 재미있는 웃음거리가 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스코틀랜드에는 ‘퍼훠(Puffer)’라는 배가 있는데, 이 배의 이름도 이 배가 운항할 때 ‘퍼후! 퍼후!’하며 엔진이 연기를 내뿜는 소리를 기반으로 한 영어식 의성어라 하겠다. 즉, 스코틀랜드인들이 이 배를 ‘퍼후! 퍼후! (Puff! Puff!)’하며 가는 배라는 뜻에서, ‘퍼훠’라 이름 붙였다 한다. 스코틀랜드의 퍼훠에 필적할 만한 한국어 의성어를 따 붙인 배가 생각난다. 필자가 어렸을 적 인천 연안부두에서 서해의 섬을 오가던 여객선이 요란하게 엔진을 ‘퉁! 퉁!’ 거리며 검은 연기를 내뿜어서인지 ‘통통배’라고 불리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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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스코틀랜드의 글라스고우 지역에서 건조된 퍼훠들은 전성기 시대에는 무려 400여 척에 이르렀다고 한다. 여러 선박회사에서 운영되던 퍼훠는 특별히 스코틀랜드 서부의 섬에 살던 사람들에게 가축·석탄·곡식 등 생활필수품을 실어나르는, 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배달 도우미였다. 그러던 중 제2차 세계대전 때에는 세계에 퍼져있던 영국 해군기지에 물품을 배달해주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긴요한 수단이 되었고 그 업무를 훌륭히 수행해내게 되었다 한다. 전시에 물품을 영국 해군에게 성공적으로 조달할 수 있었던 것은 퍼훠의 밑창이 평평해 선착장이 없어도 바닷가 어느 곳이나 쉽게 배를 댈 수 있다는 장점이 큰 몫을 차치했다고 전해진다. 더불어 퍼훠는 아주 작아서 적군이 포착해도 중요한 전시 임무를 수행하는 중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유리한 외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현재 스코틀랜드에는 제2차 세계대전 시 영국 해군에 물품을 조달했던 퍼훠 VIC32가 민간인의 후원 하에 보존되어 12명의 여객을 싣고 스코틀랜드 서부 해안을 유람하며 다니고 있다.
 
이 통통배 퍼훠는 석탄을 연료로 하여 수증기의 힘으로 움직이는데 멀리서 보아도 요란하게 ‘퉁! 퉁!’대는 엔진소리와 하늘을 물들이는 검은 연기로 대번에 퍼훠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퍼훠를 사랑하는 후원자들과 달리 필자에게 퍼훠가 특별해진 이유가 따로 있다. VIC32 퍼훠의 선장이 젊었던 시절 1960년대 초반에 한국에 들렀다가 김치와 김에 대한 강한 인상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 ‘How does a dog bark in Korea?’-한국에는 개가 어떻게 짖나요?
◇ 영어의 다양한 의성어
    ‘Woof! Woof!’(우프! 우프!)- 개가 짖는 소리
    ‘Pitta patta’(피터패터)- 비가 ‘후두둑!’ 떨어지는 소리
    ‘Splash!’(스플래쉬!)-‘첨벙!’ 하는 소리
    ‘Buz buz’(버즈 버즈)- 벌이 ‘윙! 윙!’대는 소리
    ‘Chirp! Chirp!’(첩! 첩!)-새의 ‘짹짹’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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