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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수의 생활명상 즐기기] 자신의 신념이나 관념을 보는 눈이 혜안이다
자신의 내면에 없는 문제는 타인에게도 없다
김성수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6-16 06:32:00
▲ 김성수 작가 마음과학연구소 대표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 세상 천지 아무도 R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만약 그런 자를 이해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와 털끝까지 똑같은 사람일 터이다. 어떻게 인간의 탈을 쓰고 저럴 수 있을까.
 
그런 사람이 동료한테 화를 냈단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동료들이 땀 흘리며 일할 때 R은 두통이 있다고 병원에 다녀왔다. 일터에 복귀해서도 업무 태도가 건성이다. 우리 부서 일은 조그마한 부품을 조립해야 하는 일이다보니 집중해야 한다. 그만큼 중요한 것이 팀워크다.
 
참다참다 당신은 화가 나고 말았다. R 그 사람,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 남들 일할 때 병원에 다녀왔으면 그동안 못한 일을 벌충해도 시원찮을 판이다. 남들 일할 때 충분히 쉬었으면 그동안 자기 몫까지 했던 동료들 생각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
 
불행하고 싶으면 타인의 잘못을 헤아려라
 
그런데 반전이다. 다른 동료와 식사하면서 들었다. R에 대한 칭찬이 자자한 것이다. R이 있던 부서에서 이 팀으로 전근할 때 해당 부서장이 임원실에 가서 항의했다는 말도 듣는다. 그럴 리가? 당신은 이제 다른 사람에게 R에 대해 묻는다. 놀랍게도 여전히 호의 섞인 대답이 나온다.
 
그렇다면 뭘까. 무엇이 R에 대해 상반된 생각을 하게 만들었을까. 당신은 혼란에 빠진다. 하지만 당신이 누군가. 이 회사에 13년 봉직하면서 인사부서·홍보부서·재정부서 등 두루두루 섭렵한 사람이다. 그동안 자신이 직접 면접하여 뽑은 직원만 수 십 명이다. ‘그런 내가 R에 대해 헛다릴 짚다니. 인정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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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내면이 인정하지 못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 뭔가 이상하다. 뭐가 잘못됐을까. 그러면서도 R만 생각하면 신경이 곤두선다. 저런 사람과 한 부서에서 최소 1~2년을 계속 일해야 하다니…. 결국 당신은 팔자 타령으로 돌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R과 나는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나 보다.’
 
 
법륜 스님이란 분이 있다. 종교를 떠나서도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신 분으로 긴 설명 필요하지 않으리라. 그분이 대중적으로 크게 알려진 이유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릎을 치게 하는 ‘즉문즉설’ 때문이 아닐까. 그야말로 벽에다 이마를 찧고 싶을 만큼 답답한 사람이 오랫동안 가슴에 파묻고, 남이 알세라 쉬쉬 해 왔던 개인과 집안의 치부를 스님 앞에 드러내고 묻는다. 그것도 수백 명의 청중이 운집한 가운데 자기 혼자 우뚝 일어서서 남편과의 갈등·고부 갈등·자식과의 갈등을 고백하고 지혜를 구한다. 그런데 그 수많은 질문에 대한 스님의 답변이 천편일률이다. 거의 예외 없이 질문자에게 문제가 있다거나 질문자가 풀어야 할 사람이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나는 그 동안 스님이 단 한 번도 질문자 외의 사람이 잘못됐다고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다.
 
그런데 이상하다. 질문자가 그토록 낭패(?)를 보는데도 질문 행렬은 그치지 않는다. 그 심정 이해한다. ‘5000만 한국인이 온갖 일을 겪는다 해도 이런 해괴망측한 일을 겪는 사람은 오직 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심정일 터! 이를테면 “스님, 그 자가 저희 아들을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폭행했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애 애비라는 사람입니다” 하면 스님이 묻는다. “지금 그 아들은 어디 있죠?” “지금 학교에서 수업받고 있겠죠.” 스님이 답한다. “아이고, 아들이 버젓이 살아서 학교에 다니고 있구먼요. 일단은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겠네요? 그래요, 안 그래요?” 그렇게 대화를 해 나가다 보면 대중의 가슴이 뻥 뚫릴 만한 혜안이 열리게 된다.
 
알고 보면 혜안이란 게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자신이 움켜쥐고 있는 고정관념·신념·전통·인습·규칙 따위를 대범하게 탁, 내려 보는 것이다. 스님은 질문자가 쥐고 있는 핵심 신념이나 관념을 일단 뒤흔들어 놓는다. 아내는 이래야 하는데 저렇게 한다, 남편은 저래야 하는데 이러고 있다, 자식은 어때야 한다 등등의 숱한 신념이나 관념의 올가미들이 스님에 의해서 무참히 벗겨져 나간다.
 
R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직원은 이래야 한다·동료라는 건 이런 것이다·우리에겐 팀워크가 가장 큰 가치다’ 따위의 자기 신념이 보이는가. 그 단단한 동앗줄 같은 자기 신념이나 가치관이 선명히 보이길 바란다. 자기 내면의 단단하고 무성한 신념이나 관념들이 보이기 시작하면 R도 잘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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