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에서 댓글을 소개하는 것이 유행이다. 특정 뉴스를 전한 뒤 뉴스 말미에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하며 어떤 댓글이 달렸는지 알려주는 식이다. 한 종편 방송에서는 기계적인 균형을 맞추기 위해 소개하는 찬·반 댓글의 분량을 맞추기도 한다.
‘중국과 러시아와는 친할수록 한국 안보와 경제에 좋다. 이런 상식을 외면한 윤석열의 바보짓에 대한민국이 멍들고 있다’란 댓글을 소개한 뒤 ‘중공은 기본적으로 미개하고 야만적이다. 그렇게 큰 나라가 기본적 도리도 양심도 없다’처럼 반대되는 댓글을 실어 균형을 맞춘다.
그런데 후쿠시마 오염수에서 돈 봉투 사건까지 요즘 뉴스에 달리는 우리나라 댓글을 보면 장난도 아니다. 댓글에 목숨을 건다. 서로 죽이지 못해 난리인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총기 보유를 허용해서는 안 될 거란 생각이 강하게 든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는 어떤지 한번 알아봤다. ‘야후 재팬’에서 현안이 뭐가 있나 뒤져 봤더니 △저출산 △최저임금이 나왔다. 두 가지 현안을 결합했더니 이런 기사가 나왔다.
‘최저임금을 1000엔으로 인상하지 않으면 젊은이들의 희망인 결혼과 출산을 실현할 수 없고 저출산 추세도 되돌릴 수 없다.’
최저임금을 노동이 아닌 인구문제로 보는 시각이 색달랐다. 그러면 일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과 저출산 대책을 다룬 이 기사에 어떤 댓글이 달렸을까. 정치 관련 기사로는 드물게 댓글이 4000여 건이나 달려 있었다. 내용은 다양했다.
첫째, 이해하기는 좀 힘들지만 매우 진지한 댓글이 있었다. ‘흔히들 하는 말이지만 디플레이션 극복이 모든 것의 근본 원인입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단순히 물가와 관련시켜 보아서는 안 됩니다. 수요와 공급의 균형은… 반대로 정부가 최저임금을 포함한 이른바 임금 인상에 개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디플레이션이며…’
둘째, 정감있는 댓글이다. ‘과연 일본은 아이들의 사랑스러운 미소가 넘치는 나라를 구축하는 걸 목표로 삼고 있을까요? 저는 그렇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셋째, 우리와 달리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댓글을 달고 있었다. 개그맨도 그중 하나다. 개그맨의 댓글은 ‘일본에 아이를 사랑하고 키워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을까. 그렇지 않다. 결국 저출산은 최저임금이 아니라 아이 갖기 싫어하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문화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넷째, 흔히 생각할 수 있는 댓글들. ‘국회의원 같이 열심히 일 안 해 본 사람은 모르겠지만 임금 10엔 올려 주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하는가’ ‘임금을 올리지 말고 세금을 낮춰라’ 등.
마지막으로 우리 정서에 맞는 것들. 댓글 중 가장 많은 것이 ‘국회의원도 시급 1000엔짜리 직업으로 만들자’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국회에서 졸든 쉬든 월급이 나온다. 거기에 교통비와 통신비는 무료다. 이제부턴 월급 대신 시급을 줘라. 최저임금 1000엔은 국회의원부터 실시하라. 혹시 일하다가 비용이 발생했다면 반드시 영수증을 내게 해라. 우리 같은 택시기사들도 다 영수증을 낸다. 그리고 연말에 여론조사를 해서 높은 지지율이 나온 의원에게는 보너스를 줘라.’
임기가 끝났을 때 종합평가를 해서 수년치 시급을 한꺼번에 지급하자는 의견도 많았다. 댓글에는 ‘기시다 총리의 연봉은 4015만엔(3억6359만4385원. 환율 100엔 대
905.59원 기준)’이고 ‘그가 그렇게나 많은 돈을 받는다는 사실을 서민들은 알지 못할 것’이란 것도 있었다.
다들 그렇고 그런 댓글이다. 하지만 재미는 있었다. 다양하기도 했다. 이에 비해 우리는 단순했다. 뉴스의 주제가 무엇이건 네티즌들이 다는 댓글은 무조건 다음의 둘 중 하나다.
첫번째, 국민의힘 비난 유형.
‘국민에게는 안하무인·후안무치, 중국에는 상호존중 큰소리, 미국·일본·핵폐기수에는 저자세에 유구무언. 이상한 놈이네. 천방지축 ㅂ ㅕ ㅇ 시 ㄴ 육갑에 선무당이 나라 잡는다. 어찌 이런 놈을 대통령으로 뽑았나. 모두 손가락을 잘라라.’
두번째, 민주당 비난 유형.
‘대통령의 중심 잡기는 정말 중대한 명제다. 외교에서 상호존중은 초등학생에게 물어보면 답이 나온다. 대통령이 중국 가서 혼밥했으면 시진핑도 같은 대접해야 하는 것이 외교의 abc이다. 중국인이 우리나라에서 토지와 주택을 매입하는 것을 허용해서는 안 되고, 의료보험도 어떤 경우에도 혜택을 볼 수 없게 해야 하며, 중국인들이 한국의 지방자치단장 선거에 투표하게 해서는 안 된다. 윤통은 이런 사례를 모두 바로잡으라고 국민이 찍어 준 거다.’
댓글이 원래 투쟁적이긴 하지만 “이건 좋고 저건 나쁘다. 그러니 이렇게 하자”는 건설적인 의견 제시는 애당초 없다. 우리편이냐 적이냐로 나눌 뿐이다. 자신의 의견이 아니라, 자기편의 의견만 낸다.
하지만 댓글 수준이 좀 그렇다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버릴 필요는 없다. 댓글은 ‘개딸’처럼 올리는 사람만 죽어라 올리기 때문에 여론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서다. 그러니 크게 열 받지는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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