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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재의 지구촌 IN & OUT] 솔직히 말해 당신은 깨끗합니까?
이혁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19 06:31:10
▲ 이혁재 수석 논설위원
처음엔 조심스럽게, 이어 조금씩 소신을 갖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기사를 썼다. IAEA(국제원자력기구)가 최종결론을 내린 뒤론 과학 불신론자들을 향해 겁박하듯 썼다. 그러나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적어도 내년 총선까지는 후쿠시마 논란을 끝낼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를 방류할 경우 평균적인 한국인이 받게 될 방사선량은 높게 잡아도 0.0000000035mSv, 즉 흉부 X선 1000만분의 1 피폭량에 불과하다” 같은 친절한 설명은 더는 안 하기로 했다. 어차피 들을 귀가 없는 그들이다. 그래서 ”너는 깨끗하냐”고 물어보는 식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젠 좀 솔직해 보자. 환경부장관에게 “200년 후까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으며 인류애로 가득한 인생을 살아온 척하지 말자. 필자 먼저, 살아오며 목격했던 ‘솔직의 순간들’을 고백하겠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들의 일본 내 기자회견 때였다.
 
한숨과 눈물이 뒤범벅된 할머니들 증언이 끝나자 일본기자가 물었다.
 
“방금 말씀하신 만행의 증거를 좀 대 주실 수 있나요?”
 
하지만 할머니는 계속 눈물을 흘리며 일제 만행을 규탄했다. 그러자 할머니와 함께 일본에 온 위안부 단체 사람이 ‘증거 있냐고 묻고 있다’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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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그 사람을 보며 목소리를 죽여 가며 말했다.
 
“있으면 얘기했지!”
 
당장 댈 증거가 없다고 종군위안부 역사가 지워지진 않는다. 하지만 당시 기자회견장에선 혹시나 일본 기자들이 할머니 말을 알아들을까 봐 가슴 졸였었다.
 
종군위안부 할머니를 돕는 일본 인권단체들은 우리와 추구하는 바가 다르지 않나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종군위안부를 주제로 일본 민영TV가 토론회를 개최했을 때다. 토론회는 갈수록 열기를 더해갔고 마침내 서로 말을 끊어 가며 공격하기에 이르렀다. 그런 열기 속에 일본 인권단체의 민낯이 드러났다. 흥분한 인권단체 여성은 이렇게 물었다.
 
“그럼 귀하는 여권(女權)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여권과 종군위안부 인권이 같은 것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다른 것 아니냐고 솔직히 느꼈었다.
 
광우병 사태에 대해서도 솔직해 보자. 미국 소고기가 위험하다고 그토록 떠들었는데 왜 햄버거·스테이크로 끼니를 때우던 수백만 재미교포·한국인 유학생·주재원·여행객들은 “먹고 있다”고 솔직히 말하지 못했을까. 워싱턴 한국 대사관에서 미국 소고기로 만든 갈비·육개장으로 만찬했던 민주당 의원들은 왜 솔직히 먹었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차라리 청산가리를 먹겠다”던 여배우는 LA 촬영 중 미제 햄버거를 자주 먹었다는 사실을 왜 솔직히 말하지 않아서 후배 여가수가 고생스럽게 후쿠시마 바닷물을 떠 와 주한 일본대사관까지 가져가게 만들었을까.
 
민주당이 일본 방문 시 손잡은 일본 사민당에 대해서도 솔직해 보자. KBS·MBC·SBS·YTN은 민주당이 사민당 의원단과 잇따라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만 보도했다. 사민당은 중의원(하원) 465석 중 1석, 참의원(상원) 248석 중 2명을 보유한 ‘극소수’ 야당이다. 하지만 위의 언론들은 의석수를 중시하지 않았다. 왜 그랬던 건지 솔직히 얘기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이젠 본론에 들어가 보자. 야당의원들은 일본 총리관저 앞에서 “오염수 투기는 반세계적, 반인륜적 행위다” “바다는 핵 쓰레기장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그런데 그라시 IAEA 사무총장은 “중국을 비롯해 한국·미국 등 세계 많은 원전에서 예전부터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삼중수소를 처리해 왔다.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했다. “잘난척 말아라. 너도 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그러니 이제 “우리도 바다에 민망한 걸 버리던 때가 있었다”고 솔직하게 얘기해 보자. 
 
1988년부터 전라도 군산, 경상도 포항·부산의 먼 바다에 우리는 축산 분뇨·하수 슬러지·식품 가공 찌꺼기 등 오물을 엄청 버렸다. 육지엔 처리 시설이 부족했고 바다에 버리는 것이 싸게 먹혀서였다. 바다의 확산력·자연 정화력을 믿고 연평균 600만t을 공해상에 버렸다. 
 
'탈원전'을 외친 문재인정부는 바다뿐 아니라 공기로도 방사성 물질을 배출했다. 2016년과 2021년을 비교했을 때 국내 원전의 전체 발전량은 2.5% 줄었지만 방사성 물질 배출량은 11.4% 증가했다. 2021년 국내 원전에서 대기와 해양으로 배출한 방사성 물질은 420조1000억 베크렐(Bq)이었다. 그때 한수원이 한 말은 “방사성 물질은 대기·해양으로 배출될 때 크게 희석되기 때문에 주민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였다. 생각해 보자. 일본 국민은 안전 문제에 신경 쓰지 않는 바보들일까. 일본 정부는 자기 영해에 ‘독극물’을 뿌리는 미친 집단일까. 세계 5대 노벨상 수상국인 일본 과학자들 모두 양심이 없어서 떠들지 않는 것인가.
 
간음하다 잡힌 여인을 끌고 온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너희 중에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했고 순진하고 솔직한 이스라엘 백성들은 흩어져 돌아갔다. 우리나라에서 이런 말 했다간 죽창가 들으며 돌에 맞아 죽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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