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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사냥꾼 근성으로 ‘클라레 저그’ 품은 브라이언 하먼
우투좌타로 야구한 덕분에 왼손 골프 스윙
170cm도 안되는 작은 키로 최고 대회 제패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07 06:30:50
 
▲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지난해 7월 남자 골프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151회 ‘디 오픈’에서 우승컵 클라레 저그를 들어올린 브라이언 하먼(미국)은 여느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선수와 자못 다르다. ‘디 오픈’은 원래 브리티시 오픈으로 불렸다. 그러다가 브리티시 오픈이야말로 오픈 대회의 대명사라는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힘입어 디 오픈으로 명칭이 바뀐 것이다.
 
최고의 대회인 디 오픈 개막 전 그가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2017년 5월 웰스 파고 챔피언십 이후 6년 2개월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한 그는 이미 한물간 선수로 분류됐다. 메이저 대회 우승 경험도 없었기에 디 오픈에서 하먼의 우승은 깜짝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그것도 김주형 등 공동 2위와는 무려 6타 차이가 나는 압승이었다.
 
 
키(170㎝)도 작고, 몸무게도 70㎏밖에 나가지 않은 왜소한 체격의 하먼은 키 185㎝ 이상에 몸무게 90㎏ 안팎의 거구들이 득실대는 PGA투어에서 마치 어린아이처럼 보인다. 하먼은 실제로는 키가 170cm가 안된다. 이마저도 굽 있는 신발을 신고 잰 키다.
하먼은 골프에서 체격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고 용기를 준 ‘작은 거인’이다. 왜소한 체격 때문에 하먼은 우드 3번으로도 300야드를 날리는 장타자가 즐비한 PGA투어에서 비거리는 150위권으로 바닥이다. 게다가 PGA투어 무대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왼손잡이 골퍼다.
 
내성적인 성격인 그는 소셜미디어(SNS)를 하지만 팔로워가 고작 1만6000명에 불과하다. 12년 동안 모은 팔로워 수다. 2020년 이후에는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린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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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먼은 2009년 프로로 전향했고 2012년부터 PGA투어에 합류했다. 정규투어에서 12년을 뛴 베테랑이지만 디 오픈을 제패할 때까지 이렇다 할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그래서 그에 대해선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차라리 무명에 가깝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하먼은 어릴 적 야구에 관심이 많았다. 좋아했던 야구 경기에서 우투·좌타(오른손으로 던지고 왼손으로 타격)했던 영향으로 골프를 하면서도 왼손잡이로 굳어진 셈이다. 다른 것은 다 오른손으로 하고 골프만 왼손으로 할 뿐이다. 하먼은 디 오픈 최종 라운드 마지막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은 뒤 공을 던져 주는 팬 서비스도 오른손을 사용했기에 많은 갤러리들이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하먼은 원래 야구 선수가 되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의 반대가 극렬했다. “키가 너무 작아서 야구로 성공하긴 힘들다”는 게 그 이유였다. 하먼은 야구를 과감하게 그만두고 골프로 전환했다. 결국 ‘도살자’라는 별명까지 얻으며 ‘메이저 킹’에 올랐다.
 
하먼은 아마추어 시절엔 발군의 실력을 자랑했다. 미국 조지아대 재학 당시 출전하는 대회에서마다 우승 트로피를 수집했다. 2003년 US 주니어 아마추어에서 우승했고, 2005년 올해의 아마추어 선수상을 받았다. 2007년 포터컵에선 대회 최다 언더파 기록인 22언더파 258타를 작성했다. 미국을 대표해 출전한 2005년과 2009년 워커컵·2007년 파머컵에서 우승했다.
 
17세인 2004년 프로에 데뷔한 하먼은 투어에 나서지 않으면 사냥에 전념한다.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면서 사냥을 배웠고, 지금도 사냥에 열심이다. 8세 때 사냥한 사슴 가죽을 벗기고 해체하는 법을 배웠다. 그는 잡은 동물을 직접 손질하며, 사냥한 고기는 먹거나 다른 사람에게 준다. ‘도살자’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다. 그는 개인 사냥터까지 소유하고 있는 헌팅 마니아다. 하먼은 실외 활동을 많이 선호하는 스타일이다. 사냥뿐 아니라 시간이 있으면 낚시를 하며 스킨스쿠버 자격증도 갖고 있다.
 
영어 속담에 ‘오이처럼 차갑다(As cool as a cucumber)’는 표현이 있다. 극도로 긴장되거나 곤란한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 사람을 묘사할 때 쓰는 표현이다. 이 말은 오이가 겉보다 속이 훨씬 더 차가운 것에서 유래됐다. 소총 대신 활을 들고 사냥하는 걸 즐긴다는 그는 사냥터에서 다져진 고도의 집중력과 냉정함 ·승부 근성을 메이저 중의 메이저 대회 우승으로 연결한 셈이다. 한 마디로 오이처럼 차가운 멘탈의 소유자다.
 
존 람(스페인)·로리 매킬로이(북 아일랜드)·제이슨 데이(호주) 등 세계적인 선수들이 역전을 노리는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그만의 경기를 해 나갈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가 지닌 정신력의 덕이었다. 산돼지·노루 등 야생 동물을 쫓으며 활시위를 당길 때와 깃대를 향해 아이언 샷을 날릴 때 머릿속은 확신으로, 가슴속은 냉정함으로 가득 채워져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간발의 차로 사냥감을 놓쳤을 때는 다시 마음을 추스르며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쫓는 끈기도 갈고 닦았음은 물론이다.
 
하먼은 30번째 메이저 도전 끝에 마침내 디 오픈에서 ‘일생의 꿈’을 성취한 뒤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세계 랭킹은 9위로 톱10을 지킨 게 그나마 다행이다. 이제 2024시즌 개막전인 더 센트리에서 공동 5위에 오르며 기지개를 켠 만큼 올해에는 보다 더 꾸준히, 높이 비상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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