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의 질이 신체와 정신 건강을 좌우한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의 수면의 질은 글로벌 평균보다 2배 가까이 낮다.
불면증은 인구의 최소 30%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병이 되었다. 그렇다 보니 수면 문제를 해결하려는 ‘슬립테크’ 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수면 기능성 음료·스마트 매트리스 등과 같은 숙면을 돕는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진다. 하지만 과연 수면에 좋다는 제품을 쓰기만 하면 꿀잠을 잘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숙면이라는 소원을 이루지 못하고 있으니 어딜 가나 잠에 관한 질문을 자주 받는다. “잘 때 어떤 자세가 좋은가요?” “옆으로 누워서(엎드려서) 자도 괜찮나요?” “어떤 베개를 쓰면 푹 잘 수 있나요?” 등등.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나는 종종 되묻는다. “잠을 자는 동안 자세를 통제할 수 있나요?” 이렇게 말하면 질문한 사람들은 웃고 만다. 우리는 눈 뜨고 있을 때 만들어진 몸으로 잠을 잔다. 그러므로 해답은 낮 동안에 몸을 어떻게 쓰느냐에 있다. 몸의 긴장과 불균형 상태를 다루지 않고 잠을 재촉한다면 숙면은 영원한 버킷리스트로 남을 뿐이다.
자는 내내 편안함을 유지하려면 취침 직전에 먼저 몸을 부드럽게 만들어야 한다. 몸이 부대끼지 않아야 자는 동안에도 자세가 평탄할 수 있다. 의식이 깨어 있을 때 몸의 앞뒤·좌우를 골고루 풀어서 균형이 잡힌 상태를 만들어 놓는 것이야말로 ‘잘’ 자는 핵심 비결이다. 그래야 몸이 알아서 자세를 적당히 바꿔 가며 자게 된다. 자고 일어나서 목이 돌아가지 않는 재앙(?)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눈 뜨고 있는 동안 몸을 내버려두면 안 된다.
많은 사람들이 기상 직후 고개를 돌리려다가 윽, 하는 통증을 겪는다. 한방에서는 이를 낙침(落枕)이라고 부른다. 머리가 베개에서 떨어졌다는 뜻이다. 자는 동안 낙침된 시간이 길어지면 다음 날 목 주변 근육이 삔 것처럼 아프다. 소위 목 주변 근육에 담이 결린 상태다. 담 결림은 목뿐만 아니라 등·가슴팍·옆구리에도 찾아오는 불청객이다. 이 손님을 피하려면 몸이라는 공간의 환경부터 바꿔야 한다.
하루 종일 앉아서 지내거나 서서 일한다면 몸의 앞뒤·좌우가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되어 있다. 몸의 여러 부위를 골고루 쓰지 못하니 자연히 움직임이 매우 제한적이 되고 관절의 가동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한 가지 자세로 오랜 시간을 보내면 백약이 무효하다. 거북목·새우등 자세는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척추를 바르게 세운다 해도 마찬가지다. 가만히 있으면 등 전체가 뻣뻣해지고 통증이 생기는 걸 피하지 못한다. 이런 몸으로 그냥 잠자리에 들면서 잘 자기를 바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숙면을 위한 3가지 움직임 습관
내 몸을 숙면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꾸려면 낮 동안 틈틈이 몸을 움직여 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1시간에 한 번씩은 알람을 설정해 두고 자리에서 일어나 최소 1·2분 정도 걷거나 움직이는 루틴을 만든다. 자리를 떠나기 어렵다면 앉은 자리에서 골반을 앞뒤로 굴려 준다. ‘굴반 굴리기’는 골반과 가슴을 앞으로 내밀었다가 뒤로 밀었다가 하는 동작을 천천히, 또는 빠르게 반복하는 것이다. 마치 골반과 척추가 앞뒤로 웨이브를 타듯이 하며 원하는 속도로 움직여 본다. 호흡의 리듬에 맞춰 최소 1분간 반복한다. 몸통 전반의 긴장을 완화하는 데 좋다.
두 번째는 매일 잠자리에서 두 가지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다. 몸이 온종일 앞쪽으로 굽어지기 때문에 뒤로 젖히는 후굴 자세가 필수다. 가슴 부위를 활짝 열어 주면서 팔을 뒤로 보내 상체가 뒤로 활처럼 휘게 만든다. 이때 팔꿈치를 구부려 손과 팔을 알파벳 W자 모양으로 만들고 좌우 손바닥은 바깥쪽으로 향하게 한다. 일명 치킨 윙(chicken wing) 자세. 낮 동안 움츠렸던 가슴을 열게 되고 구부정해져서 늘어진 등을 조여 주어 몸통의 앞뒤 균형을 잡아 준다. 이 자세를 엎드려서 하면 등과 허리 근육 강화에도 좋다.
잠자리에서 하는 또 다른 운동은 옆구리 스트레칭이다. 한 손을 위로 쭉 뻗었다가 좌우 교대로 넘겨 옆구리를 늘려 주었을 때 기울어지는 정도의 차이나, 더 뻐근한 쪽이 있는지를 살핀다. 잘 안 되는 쪽을 몇 번 더 반복한다. 마무리로는 입으로 숨을 길게 뱉고 코로 마시는 호흡과 함께 몸을 좌우로 가볍게 흔들어 준다. 잠자리 스트레칭은 앉아서도, 서서도 할 수 있다.
꿀잠에 진심이라면 자기 전에 10분만이라도 시간을 내자. 상체를 뒤로 젖혀 주고, 좌우 옆구리의 균형을 맞춰 조율한다. 낮 동안에는 몸통이 통나무처럼 뻣뻣하게 굳어지지 않도록 틈틈이 걷거나 골반과 척추를 굴려 주자. 인생의 3분의 1을 투자하는 잠이 ‘보약’이 되게 하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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