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출범 42년째를 맞는 한국 프로야구 KBO리그는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의 복귀로 큰 호재를 만났다. 좌완 투수 류현진은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토론토 블루제이스에서 예상 외로 빨리 그것도 순조롭게 KBO리그에 연착륙했다.
그동안 MLB를 경험하고 돌아온 선수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빅리그에서 큰 발자취를 남겼기에 ‘몬스터(괴물)’라는 별명이 붙은 것 같다. 류현진은 MLB 전체 평균자책점 1위(2019년)·올스타전 선발 등판(2019년) 등 코리안 빅리거 최초 기록을 만들었다. MLB 통산 성적은 78승 4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3.27. 류현진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모이는 빅리그에서 ‘괴물 투수’로 불렸다.
류현진을 향한 야구계와 팬들의 반응은 신드롬 그 자체다. 류현진이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기 위해 일본으로 출국한 날에는 오전 6시라는 이른 시간인데도 국내 거의 모든 매체의 취재원들이 인천공항에 집결했다. 다른 구단의 스프링캠프를 방문하기로 했던 매체들이 일본 오키나와 한화 캠프로 일정을 변경한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프로야구 시범경기가 열린 지난 주말 대전의 한화생명 이글스파크는 9일과 10일 이틀동안 전 좌석이 매진됐다. 12년 만에 친정팀 한화 독수리 둥지로 돌아온 류현진이 낳은 효과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복귀는 전국구 스타 부재에 허덕이던 한국 프로야구에 대형 호재다. KBO도 분위기가 잔뜩 고무돼 있다.
지난해 프로야구는 우여곡절 끝에 810만 관중을 달성했다. 프로야구에 800만 이상 관중이 몰린 것은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국내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을 넘어 900만·1000만 관중을 동원하기 위해선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는 게 중요하다. 이런 면에서 ‘슈퍼 스타’ 류현진의 복귀는 엄청난 호재임이 틀림없다.
11년의 빅리그 생활을 거치면서 류현진의 제구는 더 날카로워졌고, 변화구는 다양해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엔 팔꿈치 부상 복귀 첫해임에도 타구 속도·추적률(방망이가 딸려 나오는 비율)·강한 타구 비율·땅볼 비율 등에서 리그 상위권의 기록을 남겼다. 국내 시절 주무기였던 체인지업보다 커터 구사율이 갈수록 좋아지는 것도 눈에 띈다.
흥미로운 건 류현진의 현재 볼 스피드가 메이저리그 진출 이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MLB에서 류현진은 평균 구속 142.6㎞를 기록했다. 야구 통계 사이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이는 MLB 투수 전체 백분위수 하위 2%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류현진은 미국 진출 전인 2010년에도 평균 141.5㎞, 2011년에도 142.3㎞로 지금과 비슷한 평균 구속을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에 보여 준 150㎞대 공 때문에 류현진을 광속구 투수로 기억하는 이들도 있지만 평균 스피드만 놓고 보면 류현진은 20대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류현진의 평균 142.6㎞의 구속은 국내 좌완 선발투수 기준을 놓고 보면 그렇게 느린 구속도 아니다. 지난해 시즌 100이닝 이상 좌투수 평균 구속 1위 이의리(KIA)가 146㎞, 2위 김광현(SSG)이 144.2㎞를 기록했고 3위는 142.4㎞의 최승용(두산)이었다. 류현진의 스피드는 리그 좌완 중상위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12년 전과 별 차이 없는 구속에 다양한 구종을 보유한 현역 빅리그 투수란 점에서 류현진은 다른 투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슈퍼 에이스’가 될 게 분명하다. 류현진의 복귀는 현역 메이저리거의 KBO리그 등장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류현진은 다른 빅리그 출신 선수들처럼 나이를 먹고 기량이 떨어져서 할 수 없이 돌아온 게 아니다. 충분히 대형 계약을 맺을 수 있는데도 KBO리그를 선택한 것이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같은 구단의 3년 2000만 달러(약 260억 원)대 계약을 마다하고 KBO리그로 돌아온 류현진이다. 류현진의 위상과 객관적 평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7월 부상 복귀 이후 11경기 평균자책점 3.46으로 건재함을 과시한 류현진이 올시즌 리그를 지배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현 시점에서 가장 주목을 끄는 부분은 등판 일정이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류현진은 이달 23일 지난해 챔피언인 LG 트윈스와의 개막전에 선발로 등판할 예정이다. 잠실벌엔 구름 관중이 몰릴 조짐이다. 벌써 개막 전 티켓 구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에 비유된다. 한화는 그동안 성적이 바닥권에 머물렀지만 원래 만만찮은 흥행 성적을 자랑하는 팀이다. 중계방송 시청률이 상당히 잘 나오는 팀 중 하나가 한화다.
류현진이 국내로 돌아오면서 프로야구는 더 재미있어질 것 같다. 삼진을 잡지 않더라도 류현진이 마운드에 오르는 것 자체가 확실한 팬 서비스다. ‘괴물 투수’가 만들어낼 끊이지 않는 얘깃거리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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