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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호 칼럼] 위대한 서사 없는 정당의 승리는 요행일 뿐
김대호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10 06:31:10
 
▲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선거 막판에 정당과 후보들이 전력투구하는 부분은 지지층을 투표장에 많이 나오게 하는 것이다. 양대 정당의 경우 내가 승리해야 할 이유(이익·희망·비전 등)보다는 저들이 승리하면 안 되는 이유(공포·혐오·분노 등)를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그런데 선거 시작부터 끝까지 승패의 관건은 산토끼나 스윙보터(swing voter)로 불리는 무당층·중도층·부동표를 잡는 것이다. 물론 집토끼가 달아나지 않는 것을 전제로! 그리고 대통령 임기 중에 치러지는 선거에서는 야당은 예외 없이 정권심판론을 주무기로 삼기에 대통령 지지율이 승패의 핵심 변수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아는 선거의 상식이다.
 
하지만 무당층·중도층·부동표의 심리도, 대통령 직무 긍정율(지지율)의 등락도 풀기 힘든 수수께기다. 천하의 수많은 재사(才士)들도 열지 못한 블랙박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연히 대통령실도, 여당·야당도, 열성 지지층과 언론도 수많은 가설을 내놓았지만 정설로 굳어진 것은 별로 없다. 
 
오랫동안 일관된 기준으로 여론조사를 해 온 한국갤럽은 2024년 3월4주 조사(조사일 3월26일~28일)에서 자신의 이념 성향을 보수라 답한 사람이 31%·중도 29%·진보 30%·모름이나 응답 거절 10%라는 결과를 내놨다. 이들 중 ‘대통령 잘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의 비율은 각각 65%(보수)·23%(중도)·9%(진보)·42%(모름/응답거절)다. ‘대통령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사람은 각각 27%·68%·88%·36%다.
 
각자의 이념 성향의 근거는 조사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잘한다’ 혹은 ‘못한다’고 판단한 이유는 조사했다. 긍정 평가자 338명(34%)이 든 이유는 의대 정원 확대 22%, 외교 8%, 결단력·추진력·뚝심 7%, 경제·민생 5%, 국방·안보 4%, 서민 정책·복지 4% 등이다. 부정평가자 580명(58%)이 든 이유는 경제·민생·물가 23%, 독단적·일방적 9%, 의대 정원 확대 8%, 소통 미흡 7%, 경험과 자질 부족·무능함 4%, 인사(人事) 4% 등이다. 
 
그런데 2020년 3월 말과 2016년 3월 말 조사에서도 부정평가 이유의 상위권에는 경제 문제와 소통·독단 문제 등이 있었다. 저성장 시대 대통령제 하에서는 일종의 상수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갤럽 조사는 중도층 표심이나 대통령 지지율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이 별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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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이는 3대 동인은 손익·이념·호오(好惡)의 감정이다. 손익은 세금·연금·예산·규제(면허·최저임금·근로시간 등)와 일자리·승진·보직 등이다. 가장 포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지하철 노선과 도로·공항, 그리고 토지용도·형질 등 소유 부동산 가치나 생활 편의에 영향을 주는 국토·도시 계획이다. 이념은 정의(옮음)와 불의(그름)를 가를 뿐만 아니라 인간의 혐오·증오·경멸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인간은 빵(이익)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의의 편이라거나  혹은 불의와 싸우는 정의로운 존재라는 자의식을 먹고 산다. 그런 점에서 과거와 현재(모순·부조리)를 연결시켜 자신이 정의의 편에 선 존재라는 것을 확신시켜 주는, 아니 착각이라도 하게 만들어 주는 내러티브 혹은 서사(敍事)는 표심이나 대통령 지지율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한국갤럽 등 여론 조사는 이를 잡지 않고 있다.
 
개인미디어나 사적 대화에서는 자신의 벌거벗은 정치 심리(분노·혐오·공포·경멸 등)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자신이 딛고선 서사와 의지하는 프레임을 거리낌 없이 말한다. 민주당의 핵심 자산인 ‘민주화 서사’와 ‘친일 독재와 항일 민주의 대결’이라는 프레임은 희망과 비전이 아니라 주류·보수와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과 폄훼로 점철되어 있다. 한마디로 민주당은 친일·독재와 비양심·기회주의 등 오욕으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확 뒤집어엎기 위해 싸워 온 위대한 정치세력이라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견고하게 만든 것은 허구적 서사 외에 최저임금 폭등·공공부문 폭증·경직된 주52시간제·한전공대 등 지지층(세대·지역)에 집중적으로 제공한 특수 이익도 빼놓을 수 없다. 반면에 국민의힘은 장엄하고 위대한 서사의 힘을 모른다. 한반도 150년 근대화·문명화 주도 세력이라는 서사와 정체성이 있음에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았다. 자랑스럽고 위대한 서사와 비전이 없으니 자부심과 동지애와 소명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국힘은 진보와 중도의 과도한 경멸과 폄훼를 제대로 받아치지 못한다. 그래서 도덕성·막말 시비를 하면 꼬리 자르기나 하면서 달아난다. 지방선거 공약으로 제격인 에스컬레이터·쇼핑몰·지하철 역사, 혹은 무슨 학교·특구 등 소소한 물질적 이익을 앞세운다. 딛고 선 서사와 프레임을 보아야 중도·진보의 표심과 대통령 지지율이라는 블랙박스를 열 수 있다. 위대한 서사 없는 정당과 정부의 승리는 요행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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