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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석의 도쿄타워] 일본 천황가의 재산 얼마나 될까
박정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5-13 06:31:10
▲ 박정석 일본통신원·칼럼니스트
일본인에게는 천황 제도가 아주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제국 헌법 제1조 1항에는 만세일계(万世一系·같은 혈통이 영속됨)라는 용어를 기입하여 신격화를 강조하고 있고, 일본의 주권을 가진 ‘일본 국민의 총의에 기초하고, 일본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다’고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헌법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연합사령부가 일본을 천황 중심으로 통치하기 쉽게 만든 ‘맥아더 초안’에 기초하여 헌법학자들이 만들었다.
 
천황은 패전 후 맥아더의 힘에 떠밀려 신(神)의 위치에서 내려와 인간 선언을 했다. 1945년 9월27일 미국대사관을 찾아가 크고 잘 생긴 맥아더 장군 옆에 작고 긴장한 모습으로 서 있는 히로히토 천황의 초라한 사진을 보고 일본 국민은 충격을 받았다. 처음 본 천황의 모습에 크게 실망을 했을 법도 한데 국민의 맹신적 존경은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일본 학자들은 패전 후 정치와 전통 종교인 신도가 강제 분리되고, 천황이 인간 선언을 한 것이 잘못된 일이라 부정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천황에 대해서는 ‘일본의 어버이 역할’을 강조하며, 일본 황실은 서방의 그 어느 왕실보다 존경받고 있다.
 
일본의 황실은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왕조다. 일본 천황가는 126대라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고, 만세일계 혈통이 단 한 번도 단절된 적이 없다. 만세일계는 메이지시대를 준비하며 1867년 이와쿠라 토모미가 천황가의 신격화를 위해 처음 사용한 말이다. 한마디로 고대부터 있었던 단어가 아니다. 만세일계니 자연 부(富)니 하는 것에 대해선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126대의 긴 황실 역사는 경제적 부와 비례하지 않았다.
 
일본 천황은 역사적으로 사실상 쇼군(将軍·1185∼1867년 일본을 지배한 도쿠가와 막부(德川幕府)의 우두머리)이 일본을 지배했을 때는 약 1만 석에 해당하는 작은 다이묘(大名·지방 영주) 수준의 경제력을 갖고 있었다. 쇼군으로부터 재정을 관리받으며 때로는 밥 걱정을 할 때도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막부가 무너진 후 고대의 화려한 천황 권력이 ‘메이지 천황’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일본제국의 천황 입헌군주제는 헌법에 따르면 신성불가침의 천황이 주권을 가지고 절대 권한을 행사한다. 통치권을 살피고 군통수권과 내각 임면권을 가진다. 그러니 마침내 천황가의 부가 축척되기 시작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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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쿄 도심 금사라기 땅의 황거(皇居). 주위에는 국회의사당과 모든 정부 기관이 들어서 있다. 필자 제공
 
▲ 일본 천황이 사는 황거 입구. 필자 제공
 
▲ 126대 나루히토 천황 즉위식 장면. 필자 제공
 
지구상에는 아직 왕족이 존재하는 국가가 여럿 있다. 영국·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카타르·아랍에미리트공화국(UAE)·스웨던·스페인·모나코·태국 등등. 세계 1위의 부자는 역시 산유국인 사우디의 왕가다. 사우디 왕가는 재산이 1조4000억 달러(약 1738조)로 압도적이다. 1위에서 4위까지의 왕가는 모두 중동 산유국의 왕가들이다. 이는 ‘오일 파워’와 정치적 후진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2위는 쿠웨이트, 3위는 카타르, 4위는 UAE다. 영국 왕실은 5위로 산유국을 제외하고 세계 제일의 부자 왕가다. 대영제국 영화의 그림자가 남아 있는 셈이다.
 
초대 진무천황에서 2600년간 이어져 현재 126대 나루히토 천황까지 계승되어 온 천황가의 재산을 알아보자. 천황이 사는 황거(皇居)는 도쿄돔 경기장 25개 규모다. 도쿄역 옆에 위치하므로 공시지가 기준 토지 가격도 불경기 때 기준으로 약 40조 엔으로 계산되나 지금은 50조 엔(약 440조 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천황가 관련 전 재산을 2차대전 전 기준으로 하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일본의 근대사에서 ‘존왕양이(尊王攘夷·왕을 높이고 오랑캐를 배척함)’론으로 천황이 메이지시대 정치의 중심이 되면서 급격하게 재산이 불어났다. 이는 메이지시대에 들어와서 법 개정을 통해서 에도막부와 다이묘 등의 재산을 몰수하여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엄청나게 비대해진 천황가의 재산과 국가 예산 밖에서 집행되는 초법적인 메이지시대의 권력은 승전국 미국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것이었다. 미국은 이런 천황의 힘에 칼을 들이댔다. 1946년 1월1일을 기해 신격화된 천황에게 인간 선언을 하게 했다. 아울러 천황가의 전 재산을 국가로 귀속시켰다. 지금의 천황은 봉급도 있으니 사적 재산도 있을 수 있으나 중동의 왕실에 비교할 수는 없다. 아래 내용은 국가가 공표한 천황가의 예산으로 천황가의 경제력을 짐작할 수 있다.
 
◆황실 예산 3종류(2019년 기준)
△황실 내 생활비(内廷費) 3억2400만 엔: 황실법상 천황과 직계 자녀들의 일상 생활에 지출되는 비용으로 식비·의복비·교통비 등 지극히 사적인 지출이다.
△황족비(皇族費) 2억6400만 엔: 천황의 가까운 친척으로 황실법전에 규정된 황족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다. 규정된 황족에서 분리 독립되어 나갈 때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지원금도 포함된다.
△공적 활동비(宮廷費) 111억 4900만 엔: 외국 방문 등 공적인 활동을 하기 위한 비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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