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칼이라도 가정주부나 요리사가 쓰면 이기(利器)가 되지만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쓰면 흉기가 된다. 국회와 정당의 권력도 칼과 같다. 잘 쓰면 이기가 되지만 잘못 쓰면 흉기가 된다. 지금 한국 정치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꼬락서니는 정치권력이 과연 이기인가 흉기인가를 따져 봐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여러 잡설이 있지만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직 한 사람을 지키기 위한 도구나 다름없다. 수많은 금배지가 몸 바쳐 지키고 있는 오직 한 사람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그들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무기 삼아 ‘이재명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하고 있다. 그 정당의 공천과 당헌·당규 정비와 인력 배치가 오직 그 하나의 목적에 집약되고 있음은 물론, 그러한 비상 기획의 연장선상에서 국회에서도 모든 초점을 여기에 맞추고 있다. 이제 국회를 민의의 전당이라고 부를 수 없다. 갈수록 ‘악의의 소굴’ 같은 흉한 모습으로 변해 가는 느낌이다.
간간이 무슨 ‘민생’이라고 이름 붙여 들고 나오지만 이것은 끼워팔기 수준의 정략일 뿐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들고나오고 있는 각종 특검 법안들이 그렇고,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위원장 등 핵심 요직을 독차지하려는 것도 그렇고 걸핏하면 독식·독주·독재하는 것도 그렇다. 심지어 대북송금 사건의 판결이 이재명 대표의 유죄로 이어질 공산이 커지자 수사 검사를 수사하는 특검을 만들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고 백주의 도심 칼부림 난동처럼 판사·검사 할 것 없이 여차하면 탄핵까지 불사하겠다는 태세다.
이러한 삼엄한 분위기 속에서도 대북송금 사건 판결에서 전 경기도 부지사 이화영 피고인에게 징역 9년 6개월을 때린 신진우 부장판사는 황야의 무법자를 통쾌하게 물리친 영웅이 돠고 있다. 사실 그는 판사로서 해야 할 일을 법대로 당연히 했을 뿐이다. 그러나 현실의 세계에서 판사들이 이 눈치 저 눈치를 보는 등 사법이 정치에 깔려 캑캑대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도 열렬한 박수를 받게 된 것이다.
특히 ‘김명수 대법원’ 이후 무슨법 연구회인가 하는 단체의 판사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이러한 사법 위기는 한층 심화되었다. 이재명 관련 재판을 질질 끌다가 사표를 내고는 줄행랑을 친 자도 있었고, 국회에서 정말 어렵사리 가결된 이재명 체포동의안에 대해 눈 질끈 감고 영장 발부를 거부한 판사까지 나오는 바람에 법원에 대한 신뢰는 말이 아니다. 그 판사가 그렇게 하는 바람에 체포동의안 찬성파 의원들이 무더기로 공천 학살당한 것은 사법의 수치로 역사에 남을 것이다.
‘대장동’을 위시해 7종 10건의 ‘이재명 사건’들은 2021년 9월부터 터지기 시작했으나 1심에서마저 판결이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 무려 3년간! 대법원장이 공개 사과라도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지난 7일 대북송금 사건 판결을 계기로 사태가 확 달라졌다. 이 사건에서 무려 징역 9년 6개월을 언도받은 이화영 피고인은 이재명이 경기도 지사 시절 평화부지사 자리를 만들면서 특별히 임명한 사람이다. 이화영은 쌍방울그룹 책임자들과 협업해 이재명의 북한 방문 작업을 해 왔고 800만 달러를 북한에 주었다. 직속상관인 이재명 당시 도지사가 이걸 몰랐고 보고도 못 받았다고?
이제 그가 여기서 빠져나가기는 낙타가 바늘귀를 빠져나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해야 할 것이다. 다만 국회 과반수라는 위력의 몽둥이를 어떻게 휘두를지, 국민의 직접투표로 선출된 국회의원들이 과연 얼마나 동조할지는 미지수다. 이제 재판이 다 끝나 가는 위증교사 사건과 선거법 위반 사건도 판결이 곧 나올 것이고, 대북송금 판결의 ‘용기’에 힘입어 다른 재판들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일이 이렇게 되자 대법원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만약 그런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그 재판은 계속되는가 아니면 중단되는가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하여튼 이재명 사태로 우리 국민의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민주당 의원들이 국민의 소리에 귀를 막고 오직 충성 매진할지 지켜볼 일이다. 지금 민주당 의원들은 그들의 행위가 헌법 위반임도 알아야 한다. 헌법 46조 국회의원의 의무 조항에는 ‘국회의원은 국가 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되어 있다. 헌법을 우습게 보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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