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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위기의 대한민국 스포츠 이대로 방치해야 하나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24 06:31:00
 
▲ 박병헌 디지털뉴스 국장
대한민국이 태극기를 앞세우고 하계올림픽에 처음 출전한 것은 정부 수립 직전인 1948년 제14회 런던대회였다. 1948년 7월 열린 런던올림픽 당시 미 군정청이 철수하지 않은 상태였으나 독립국 지위나 다름 없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정부 재정이 부족한 탓에 올림픽 참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1947년 거국적으로 복권을 발행했다. 기념 복권 발행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올림픽에 어렵사리 참가할 수 있었다.
당시 대한민국 선수단은 임원 17명·선수 52명의 소규모였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손기정이 기수를 맡았으며, 복싱 플라이급의 한수안과 역도 미들급의 김성집이 각각 동메달을 획득했다. 종합순위 32위였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6·25전쟁 중에 열린 1952년 7월 헬싱키올림픽에도 6개 종목 19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이후 올림픽 무대를 끊임없이 노크했지만 금메달과는 거리가 멀었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까지 대한민국 스포츠는 금메달을 향해 긴 여정을 걸어야 했다. 
 
대한민국은 몬트리올올림픽 레슬링 자유형에서 ‘부산 사나이’ 양정모가 첫 금메달의 한을 풀었다. 올림픽 출전 28년 만의 쾌거였다. 몬트리올올림픽 당시 한국 선수단은 선수 50명이었다. 이후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에는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에 대한 항의 표시로 불참했다. 
 
서구 진영의 모스크바올림픽 보이콧에 대한 보복으로 공산권이 빠진 1984년 LA올림픽에서 금메달 6개·1988년 서울올림픽 12개·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12개·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7개 등 12년간 4개 올림픽에서 무려 38개의 금메달을 양산하면서 일약 세계 스포츠 강국으로 떠오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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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1984년 LA올림픽을 시작으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까지 9번의 올림픽에서 2000년 시드니올림픽을 제외하고는 줄곧 세계 10위 안의 성적을 유지했다. 특히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무려 12개나 따내 역대 최고 성적인 4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역사는 금메달을 향한 처절한 몸부림과 투혼으로 점철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수들의 피와 땀이 모여 그것이 살아 있는 교훈으로 이어지면서 화려한 발자취를 남길 수 있었다.
 
하지만 26일 새벽 개막하는 제33회 파리올림픽에선 대한민국 스포츠가 최악의 성적을 내지 않을까 우려된다. 벌써 곳곳에 빨간 신호가 켜진 상태이다. 파리올림픽에는 144명의 선수가 참가한다. 몬트리올 대회 이후 48년 만에 최소 인원이다.
 
▲  2024 파리올림픽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의 주장인 구본길이 21일(한국시간) 태극기를 앞세우며 선수단과 함께 프랑스 파리의 샤를 드골공항 2터미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그동안 대한민국 선수단은 200명 넘는 대규모 인원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따고 국위를 선양해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선사했다. 직전 대회였던 2021년 도쿄올림픽에는 232명의 선수,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에는 204명의 선수가 출전한 바 있다.
 
이같이 선수단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은 출전 선수가 많은 구기종목들의 잇딴 부진으로 본선 자격을 따지 못했기 때문이다.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여자 핸드볼만이 파리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축구·농구·배구·하키 등이 모두 지역 예선에서 탈락, 본선 출전길이 막혔다. 아시아 맹주를 자랑하던 남자축구는 10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의 대업 달성에 실패해 큰 실망과 충격을 안겼다.
 
단체 구기종목은 1976년 몬트리올 대회 여자 배구 동메달을 시작으로 1984년 LA 여자 농구와 여자 핸드볼 은메달 등 2012년 런던 대회 남자축구까지 항상 메달 소식을 전했지만 2016년 리우에서는 노메달에 그쳤다. 그러나 불과 8년 만에 단체 구기종목은 메달은커녕 올림픽 출전도 못 하는 딱한 신세가 됐다.
 
대한민국 스포츠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엘리트 선수를 집중 육성하는 스포츠시스템이 인구 감소로 선수의 저변이 좁아지고 선수들의 가치관이 다양해지면서 메달 지상주의의 기류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구기종목의 경우 몸값이 오른 국내 프로리그에 선수들이 안주하면서 올림픽에서 포상금을 받는 데 대한 동기부여가 떨어졌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대한민국 선수단은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 5~6개 정도를 목표하고 있다. 종합 순위는 20위 안팎으로 예상한다. 이런 성적을 낸다면 대한민국 스포츠는 1984년 LA올림픽 수준으로 뒷걸음치며 세계 스포츠에서 그 위상과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 스포츠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본궤도에 오르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강력한 스포츠 육성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무너져 버린 엘리트 스포츠를 되살리기 위해 스포츠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엘리트 스포츠와 함께 스포츠의 양대 축인 생활스포츠를 홀대하자는 것은 결코 아니다. 생활스포츠는 복지 차원에서 다뤄질 문제이고, 지자체가 주도하면 된다. 
 
대한체육회는 본연의 사명인 엘리트 선수 육성에 매진해 국제대회에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거둠으로써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면 된다. 올림픽의 영광과 감동은 엘리트 스포츠와 생활스포츠가 한데 어우러져야 커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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