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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야당의 ‘깡패 축구’와 여당의 ‘방벽 축구’
‘방송 독립·공익’은 정치권이 내뱉는 구호일 뿐
정치적 이해득실에 휘둘려 방송 정책 오락가락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7-30 06:31:3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이쯤 되면 이건 정치가 아니다. 동네 건달들이나 하는 치졸한 싸움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제어장치가 고장 난 폭주 기관차 같은 야당의 탄핵 공세와 무차별 입법은 난동이라고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문제는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꼼수와 편법이 난무하는 저질 정치가 정책을 실종시키는 것을 넘어 정치도 정책도 없는 난장판을 만들어 버렸다.
 
지난 총선에서 19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했을 때 야당은 윤석열정부를 식물로 만들어 조기 퇴진시키려 작정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 부처 장관과 수사 검사 심지어 판사들까지 무더기로 탄핵하더니 급기야 이번에는 법률상 탄핵 대상이 아닌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을 탄핵하겠다고 겁박해 퇴출시키는 데 성공했다.
 
방송통신위원회 수장의 퇴진은 전임 두 명의 위원장에 이어 세 번째다. 이로써 방송통신위원회는 위원이 한 명도 없게 되어 버려 기네스북에 오를 만한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웠다. 윤석열정부를 식물로 만들어 버리겠다는 야당의 목표가 달성된 셈이다. 천박한 정치 수준을 가진 나라에서 위원회라는 기구가 얼마나 정치적으로 취약하고 형해화될 수 있는가를 극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그러니 여야가 추천하는 위원으로 구성된 합의제 위원회 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야당 탄핵 공격의 핵심 좌표가 되는 것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일이다. 그것은 우리 방송 시스템이 정치권에게 종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시켜 주는 것이기도 하다. 방송 정책이 정치적 이해득실에 휘둘려 오락가락하는 조현병(schizophrenia)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BS·MBC 같은 공영방송 이사회를 구성하는 주체이고, 각종 인·허가권을 통해 방송 시스템을 통제할 수 있는 합의제 기구다. 정권이 교체된 지 2년이 지나도 온갖 편파보도와 가짜뉴스로 논란을 빚고 있는 MBC를 비롯한 몇몇 방송들이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기구의 본질적 한계를 보여 주고 있다. 야당이 전 정권에서 구성된 공영방송 이사회를 고수하겠다고 버티면 어찌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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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그치지 않고 야당은 현행 방송법에 따라 임기가 만료되는 공영방송 이사회를 개편하는 것도 원천 봉쇄하겠다고 한다. 이처럼 공영방송 특히 MBC를 자신들의 정치도구로 묶어 두려는 야당의 공세 목적은 크게 두 가지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공영방송 이사진 개편을 무력화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영방송을 영원히 장악할 수 있는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이상인 부위원장을 퇴진시키고 청문회 절차를 질질 끌면서 차기 위원장 임명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데 성공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작년에 입법에 실패했던 4개 방송관련법 개정안을 축차적으로 발의해 그야말로 소모전을 벌이고 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 분명한데도 이처럼 방송법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여당의 방어력을 소진시키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190석 넘은 의석수를 가지고 막가파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이 같은 양면 공격은 아주 치밀하게 계산된 것 같다. 성취할 수 있는 수단만 있다면 설사 그것이 불법적이고 반민주적인 것이라 해도 어떤 목적이든 스스로 정당화해서 밀어붙이는 ‘수단의 합리화’가 일상이 되고 있다. 이 같은 막무가내 공격이 가능한 이유는 100석 남짓의 여당이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오직 대통령 거부권과 임명권이라는 최후의 방어선만 있을 뿐이다.
 
야당의 탄핵 공세를 자진 사퇴와 임명이라는 일종의 육탄방어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 2인 위원회 체제로 대응하는 것이 유일한 방어책이다. 야당이 누가 뭐라든 자기들이 원하는 것을 성취하겠다는 ‘깡패 축구’를 하고 있다면, 여당은 이기는 것을 포기하고 모든 선수가 골문 앞에서 벽치고 서서 ‘방벽 축구’로 막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정치권에서 내뱉는 방송의 독립·공익 같은 거룩한 구호들이 그냥 구호일 뿐이라는 것을 국민도 알게 되었다. 어쩌면 그게 이번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청문회가 남긴 최대 수확일지도 모르겠다. 편법과 꼼수가 난무하는 저질 정치 앞에서 방송 독립이나 공영성 같은 거룩한 주장들이 덧없어 보인다.
 
방송 정책은 내용의 합리성보다 동의를 담보할 수 있는 절차적 정당성이 더 중요하다. 정상적인 민주국가에서 방송 정책을 집권 여당이나 특정 정파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인 사례가 거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방송 수준은 정치 수준과 비례한다. 대한민국이 아직 정치 아니, 방송 선진국이 아닌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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