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광복 이후 미·소 공동위원회가 아무런 결실을 맺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에서는 김일성 중심의 단일 지배체제가 굳어져 갔다. 1946년 1월 초 소련군 사령부가 5도 행정국에 모스크바 삼상회의 결정을 지지할 것을 요구했을 때 조만식을 대표로 하는 5도 행정국은 그 요구를 단호히 거절하고 신탁통치 결정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사직했다. 해산된 북조선 5도 행정국 대신에 1946년 2월8일 중앙 시정 기관인 ‘북조선 임시인민위원회’가 조직되었으며 김일성이 이 위원회를 지휘하게 되었다.
중앙정부의 정권을 장악한 김일성은 1946년 11월 각 시·도·군 단위의 제1차 인민위원회 선거를 실시하고 곧이어 부락 단위 인민위원회 선거까지 실시했다. 이 선거로 인민위원들이 선출되어 1947년 2월17일에 북조선 인민위원회가 구성되었는데 소련 점령군은 소련식 정치체제에 속하지 않는 어떠한 정치조직도 용납하지 않았다.
소련 정부는 북한에 공산당 단독정권 수립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의 일환으로 1948년 2월8일에 정규군인 조선인민군을 창설하고 ‘인민헌법’을 기초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여 1948년 3월2일 인민헌법 초안을 채택했다. 8월25일 북한 전역에서 소련식 ‘흑백 선거’를 실시하고 그 해 9월9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수립을 선포했다.
제1차 미·소 공동위원회가 결렬된 상황에서 북한에서 단독정권 수립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정치 상황이 전개되자 남한의 미 군정은 ‘남한에도 어떤 형태로든지 남한 사람들에 의한 대표기관이 설치되어야 한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이를 하지 사령관이 5월24일 국무부에 보고했다. 이에 대해 국무부는 “미·소 공동위원회가 개최되지 않으면 미국은 남한에 단독정부의 수립을 추진해야 한다”고 화답했다.
우파 진영의 이승만은 6월3일에 전라북도 정읍에서 ‘남쪽에서만이라도 임시정부 또는 임시위원회 같은 것을 조직하자’고 주장하며 단독정부 수립론을 전개했다. 그는 북한에서 소련 점령군의 주도면밀한 계획 아래 이미 공산 단독정권이 세워지고 있고, 그 정권이 다 세워지고 나면 남침할 뜻까지 갖고 있는 판에 남한에서는 아무런 대비책 없이 분열과 대립을 거듭하고 있어선 안 된다고 주장한 것이다.
소련이 반대했으나 1947년 10월28일부터 유엔 정치위원회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기 시작하여 11월14일에는 대한민국의 탄생을 가져오게 될 ‘남북한 총선결의안’을 채택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 지역 선거를 위한 유엔 한국임시위원단(UNTCOK)의 입북이 거절되자 1948년 2월26일 유엔 소총회에서 ‘가능 지역 선거’를 결정함으로써 미·소 대립이 커지고 남북 총선의 실현이 좌절되었다.
4월19일 북한은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를 개막하여 김일성이 제시한 ‘유엔 한국임시위원단(UNTCOK) 축출, 유엔 총회와 소총회 결정의 무효화, 단선·단정 반대, 미·소 양군의 즉시 동시 철퇴의 실현, 양군 철퇴 후 조선 인민의 자주성 위에서 선거에 의한 통일정부 수립’ 등을 논의하고 4월30일에 김구와 김규식은 김일성 및 김두봉과의 요인 회담을 통해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남북 지도자 연석회의가 끝나고 열흘 뒤인 1948년 5월10일에 남한에서는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의 참관하에 제헌의회 구성을 위한 총선거가 실시되었다. 5.10 선거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초로 선거의 4대 원칙인 보통·평등·비밀·직접 선거제도가 도입되어 치러진 선거였다. 5월30일 국회가 열린 후 헌법을 제정·공포하고 정부조직법을 만들어 1948년 8월15일에 대한민국이 탄생했다.
1948년 8월13일 미국 정부는 “신정부를 1947년 11월14일 유엔 총회 결의에 의하여 구성된 한국의 정부로 간주한다”는 공식성명을 발표하여 대한민국 정부를 승인했으며 주한 미군사령관 하지 중장도 8월15일 미 군정이 폐지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대한민국 정부에 정부 기능을 이관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자 10월8일 유엔 한국임시위원단은 유엔 총회에 최종보고서를 제출했다. 곧 파리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 총회는 12월12일 임시위원단의 보고서를 논의한 후 대한민국 정부가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라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하여 대한민국 정부의 정통성을 확인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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