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골프 세계랭킹 3위에 올라 있는 로리 매킬로이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나 유럽투어에서 경기를 할 때면 늘 북아일랜드(NIR) 국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
북아일랜드는 아일랜드섬 북동쪽에 있지만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와 함께 영국(UK·United Kingdom)의 일부에 속한다. 아일랜드섬의 약 5분의 1이 영국령 북아일랜드다.
4개 자치 지방 정부로 구성된 영국은 축구와 골프의 종주국이기도 하다. 축구의 경우 4개 축구협회(FA)가 있듯 골프도 4개 협회로 구성돼 있다. 골프의 발상지는 엄밀히 말하자면 스코틀랜드다.
프로골퍼 가운데 가장 교과서적인 스윙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매킬로이는 엄연한 영국시민이지만 2024파리올림픽 골프 남자부 경기에 아일랜드 국가대표로 출전해 공동 5위에 랭크됐다. 그의 모자 정면에는 아일랜드의 국화이며 상징인 세잎 클로버가 새겨져 있었다. 영국 대표로 나와야 할 듯한 매킬로이가 아일랜드 대표로 나선 데 대해 많은 사람이 의아해 했던 게 사실이다.
이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역사적·민족적 관계 등으로 인해 영국과 아일랜드 두 나라 올림픽위원회(NOC)가 북아일랜드 출신 선수들에 대해서는 영국 또는 아일랜드 중 어느 한 쪽을 택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도록 합의했기 때문이다. 매틸로이는 서류상으로는 영국인이지만 심정적으로 아일랜드에 더 가까운 선수였다.
잘 알다시피 영국과 아일랜드는 우리나라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처럼 서로에 대한 국민적 감정이 좋지 않다. 북대서양의 섬나라 아일랜드는 약 700년간 영국의 식민지배를 받았던 역사적·민족적 감정을 갖고 있다. 북아일랜드는 지리적으로 아일랜드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일랜드는 수백 년간 영국의 식민지배에 저항한 결과 1921년 12월 독립했지만 아일랜드 섬의 일부가 바로 영국령 북아일랜드로 남았다. 북아일랜드가 생겨난 배경이다.
축구 종주국이라 할지라도 영국에서도 1개 팀만이 출전해야 하지만 4개 자치 지방 정부로 구성된 영국의 경우 4개 FA가 모두 월드컵에 출전할 자격을 갖고 있다. 종주국에 대한 예우다. 하지만 올림픽은 국가대항전이기 때문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1국 1팀이라는 원칙만을 인정하고 있다.
축구라면 목숨과도 바꿀 정도인 영국은 이번 파리올림픽 축구 경기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2023 유럽축구연맹(UEFA) 21세 이하(U-21) 챔피언십에서 잉글랜드가 우승해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올림픽에는 ‘영국’으로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관례대로 출전을 포기한 것이다. 영국 축구는 단일 협회를 두지 않고 잉글랜드·스코틀랜드·웨일스·북아일랜드로 나뉘어 있다.
월드컵과 유럽축구선수권대회 등 국제축구연맹(FIFA)과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대회의 경우 4개 협회를 모두 인정하지만 IOC는 ‘영국’만을 허용하기 때문에 올림픽에 출전하려면 단일팀을 구성해야 한다. 그러나 4개 협회는 갈등 관계에 있어 원만한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 1970년대 이후 올림픽 출전을 하지 않는 편을 택한 것이다.
그렇지만 자국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에는 천신만고 끝에 영국 단일팀으로 출전했다. 런던올림픽에 영국팀이 없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는 단일팀 차출을 거부하는 바람에 웨일스 선수 5명만 합류해 단일팀 22명을 꾸릴 수 있었다.
영국의 자치 지방정부는 미국의 주(state) 개념과 달리 자치권이 강하게 보장돼 있으며 자치권은 4개 자치 지방정부별로 차이가 있다. 스코틀랜드 정부는 의회를 별도로 두고 있으며 세율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심지어 영국과는 다른 화폐를 발행·유통한다. 꾸준히 독립국임을 주장하고 있으나 영국 정부로부터 묵살되고 있는 실정이다.
20세기 초 영국령으로 남게 된 북아일랜드의 경우에도 자체 화폐와 언어가 존재한다. 영국의 남서쪽인 웨일스의 경우 별도의 의회와 화폐는 없고 웨일즈어를 주요 언어로 사용하고 있는 정도다. 물론 영어도 공식 언어다. 웨일스 지방을 방문하면 영어와 웨일스어가 병기된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의 Hello는 웨일스어로 Helo로 큰 차이가 없지만 도로에서 ‘속도를 줄이라’는 표지판에는 웨일즈어 araf 밑에 영어의 slow가 쓰여 있다.
축구 행정과 골프 룰 개정에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영국이다. 하지만 영국이 축구와 골프에서 종주국이라는 권세를 앞세워 막강한 힘을 발휘했으나 실력에서는 더 이상 막강하지가 않다. 축구와 골프의 종주국다운 실력은 언제쯤이나 보여 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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