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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와 대한민국 [57] 38·39호실 비자금 ①
조국을 사랑한 마이클 이의 美CIA 40년 생생한 증언
마이클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9-03 06:30:20
 
▲ 마이클 이(Michael P. Yi) 박사
[편집자 주] 
 
8·15광복 이후 정부 수립, 6·25전쟁과 빛나는 산업화 시기를 거쳐 대한민국은 오늘에 이르렀다. 격동의 한반도, 美CIA 요원으로 그 한복판에서 활약한 마이클 이 박사의 숨 막히는 체험…. 북한 정권의 실체와 광주5·18 등 좌경 친북세력이 주도한 사건들에 관한 증언과 분석,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소용돌이 속 한반도의 미래에 관한 그의 이야기들이 값지다. 이에 美연방정부 공무원으로 살아온 40년 세월을 담은 그의 저서 ‘CIA와 대한민국’을 지면에 연재한다.
  
 
 
북한 경제의 모순점
 
북한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경제 구조를 갖고 있다. ‘세 갈래 통제경제(three-pronged economic practice)’를 운영하며 구조적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소리다. 향후 어떠한 경제개혁이나 개방정책을 도입한다 해도 이 모순이 해소되지 않는 한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는 북한의 경제는 구제할 길이 없을 것이다.
 
이 ‘세 갈래’ 경제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북한은 1년 국내총생산(GDP)이 400억 달러에 불과한 가난한 나라이다. 그런 상황에 국정 운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내각 담당 제1 경제위원회의 ‘민생경제’는 최하위 순위로 떨어져 있고, 노동당 산하 제2 경제위원회의 ‘군수 경제’에는 재래식 무기는 물론 핵무기 개발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전쟁 준비 자금을 배당하고 있으며,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지는 김씨 일가를 위한 제3 경제위원회의 ‘수령경제’에 국가 자산 운용의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 수령 경제를 담당하는 39호실과 38호실의 비자금 운영에서 파생되는 비리와 암투·이권 경쟁·배신·분열·혼란에 이어 피의 숙청 등이 북한의 체제 모순을 낳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악순환은 앞으로도 끊임없이 지속될 것이다.
 
38호실의 경우
 
38호실은 원래 김일성 생존 시에 김경희가 중앙당 경공업부 부장으로 재직하면서 인민 생활 향상을 위해 김일성의 특별한 배려로 경공업부 산하에 자금 활성화를 위해 조직한 기관이었다. 그러나 김경희는 38호실을 통해 조성된 자금을 인민 경제를 위해 활용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그 돈을 김정일 일가의 비자금으로 치부해 당의 반발을 사기도 했으나 아무도 감히 그녀를 꺾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39호실의 비자금은 주로 김정일의 통치자금으로 사용된 반면 38호실의 비자금은 주로 김정일 일가의 내탕금으로 사용되었다.
 
39호실 계열의 상사들은 주로 외교 관계가 있는 나라들을 상대로 교역을 했던 반면 38호실 계열의 상사들은 주로 외교 관계가 없는 나라들과 교역을 했다. 38호실은 해외에서 식당들을 운영하며 국내에서는 고려호텔과 외환 상점들을 운영했고 중계무역을 통해 돈을 벌었다. 당시 김경희의 남편 장성택도 38호실 비자금에 상당히 깊이 관여했고 산하기관에서도 비리가 많이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다가 2008년에 자금관리 개선 조치로 39호실과 38호실이 통합되었다가 무슨 이유에선지 2010년 5월에 다시 분리되었다. 그리고 한동안 장성택이 39호실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김정일의 애첩 김옥이 38호실의 비자금을 관리하고 있다는 첩보도 있었다.
 
 
▲ 2012년 9월 북한 정권 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참석한 장성택(왼쪽). 김정은(오른쪽) 국방위원장의 후견인으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고모부 장성택은 김일성 일가를 위한 수령경제 체제를 민생경제로 전환하려는 경제개혁을 시도했다.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39호실의 경우
 
북한의 경제를 파괴하는 무서운 제도적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대한민국 사회에 몇이나 될까. 내각의 국가계획위원회가 나라 살림을 위해 사용하는 예산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비자금을 김정일 개인이 39호실과 38호실이란 조직을 통해 마음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39호실의 경우는 1970년대 중반에 조직되어 형식적으로 노동당 중앙위원회 재정경리부 산하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김정일이 직접 그 조직을 장악하고 운영했다. 그러므로 당과 내각을 비롯해 국가 어느 기관에서도 손을 못 대는 성역으로 아무도 그 내용을 알 수 없었다.
 
김일성 생존 시 국가계획위원회와 경제 관계 부처에서 “나라 살림이 이렇게 힘든데 국내 자금이 39호실에 너무 쏠리고 있다”고 불평을 했지만 김일성은 “남조선 해방과 조국 통일을 위해선 인민이 이 정도의 희생은 각오해야 한다”면서 일축한 일이 있다.
 
39호실이 보유하고 있는 비자금의 규모나 연간 지출이 얼마인지 정확히는 알 수 없다. 간단히 말해서 북한에서 가장 큰 지출은 전쟁 준비와 군비 유지를 위한 것이고, 다음은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위한 것, 세 번째는 남한을 파괴하기 위한 대남 적화 공작비이며, 네 번째가 인민 경제를 위한 국가운영비다. 39호실은 이 중에서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대남 공작 활동을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39호실은 대성은행과 고려은행을 장악하고 있고, 주로 대성은행에 비밀계좌를 갖고 있으며, 스위스 은행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있는 금별은행과 금별은행을 통해 마카오·홍콩·독일·일본·영국 등 세계 유력은행에 자금을 분산 보유하고 있다.
 
범죄를 통한 자금 조달
 
39호실은 대성총국을 운영하며 산하 120여 개의 무역회사를 통해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 대성총국이 너무 설치는 바람에 내각 산하 무역성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다고 한다. 그 외에도 39호실은 국내에 원평 대흥 수산사업소·문천 금강 제련소·대성 타이어공장 등 100여 개의 공장과 기업소를 직영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17개 금광이 39호실에 속해 있는데 연간 약 12톤의 순도 높은 순금을 생산해 해외에 밀수출한다. 금 수출은 주로 마카오에 있는 조광무역상사가 담당해 왔으며 홍콩과 싱가포르 등지에서 국제 밀수꾼들에게 건네졌다.
 
모든 재외공관과 국내기관이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충성금, 정성품, 외화벌이’ 등의 명목으로 김정일에게 바치는 뇌물이 39호실에 들어가며, 이를 위해서 외교관들은 본연의 임무를 소홀히 하면서까지 밀수행위를 하고, 국내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는 주민들이 추가 노동으로 버섯 재배, 산나물 채취 등으로 ‘위대한 장군님께’ 바치는 충성금을 마련했다. 재외공관에 나가 있는 대사나 외교관들의 근무 공과는 39호실에 바치는 외화벌이 액수로 판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39호실의 외화벌이
 
비밀 유지 때문에 인민군 보위사령부 소속 몇 개 연대 병력이 양강도와 자강도 등의 산간 오지에서 생산하는 아편(검은 금)과 코카인(백도라지)과 필로폰 등으로 버는 돈도 39호실로 들어간다. 이를 위해서 식량이 부족한 북한에선 1만7000에이커에 달하는 농경지를 양귀비 재배지로 전환했고 연간 평균 약 50톤의 아편을 생산해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요덕 수용소 부근에 수용소 면적 15배의 아편 재배 농장을 개간했다고 한다.
 
미국의회조사국(CRS)의 보고에 의하면 지난 수십여 년간 북한의 외교관들은 면책특권이 부여된 외교 행랑을 이용해 헤로인·코카인·필로폰·아편 등을 밀수출했고 15개국에서 최소한 35회 이상 마약 밀매에 연루됐으며 1996년부터 드러난 북한의 ‘메타암페타민(필로폰)’ 수출은 주로 일본·태국· 필리핀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권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북한은 지금도 연간 10∼15톤의 순도 높은 메타암페타민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미국의회조사국에 의하면 북한이 마약 밀수로 버는 돈은 연간 약 1∼2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39호실의 비자금 조성을 위해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며 그 방법 중에는 밀수와 마약 외에 위조달러 유포도 포함된다.
 
북한은 가장 정교한 위조지폐 제조 기술을 갖고 있으며 미국의 조폐공사가 사용하고 있는 인쇄기와 비슷한 1000만 달러짜리 요판 인쇄기로 가짜 달러를 찍어 낸다. 북한의 위조달러 유포가 최초로 적발된 것은 1974년 칠레에서다. 그 후로 몽고·독일·러시아·마카오·홍콩 등 9개국에서 적발되었고, 한국 정부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연간 유포 액수는 약 1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정리= 박혜수 편집위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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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 연방정부 40년 근속
   (DIA(Defense Intelligence Agency·국방정보국) 16년·CIA(중앙정보국) 24년)
△ 1976년 미국 외무고시 합격
△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정치학 박사
△ 美 국무성 동아시아 문제 수석연구원
△ 美 국무성 외교연수원 교수
△ 주한 미국대사관 정무관
△ CIA 한·미 안보협력 조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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