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1:05
뉴스 > 연재기획
[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21세기형 계엄과 사문화된 통치 행위
전 세계 모든 정보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세상
휴대폰 시대에 전통적 의미의 계엄 사실상 불가능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17 00:02:50
 
▲ 황근 선문대 교수·언론학
지난 주말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통과되었다. 앞으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이 남아 있지만 만약 탄핵이 인정된다면 대한민국은 두 명의 대통령을 임기 전에 정치적으로 끌어내린 나라가 될 것이다. 야당이 발의한 탄핵 의결안에는 여러 탄핵 이유가 열거돼 있지만 결정적인 사유는 12월3일 심야에 있었던 계엄령 선포라 할 수 있다.
 
1970·80년대에 대학 시절을 보낸 사람들에게는 아주 오래 전에 자주 들어 봤던 용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군부 정권이 사라진 것이 언제 일인데 계엄이라니 매우 낯선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계엄이란 용어의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표준한국어사전에 ‘계엄이란 군사적 필요나 사회의 안녕과 질서 유지를 위하여 일정한 지역의 행정권과 사법권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군이 맡아 다스리는 일’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한마디로 군이 모든 국가 기능을 통제·운영한다는 것이다. 다만 계엄법 제2조 2항에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 시 적과 교전(交戰) 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攪亂)되어 행정 및 사법(司法) 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라고 요건을 명시해 놓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계엄 조치가 이런 조건에 합당한지의 여부를 헌법재판소에서 결정할 것이다.
 
이러한 법적 논리를 떠나 현실적으로 계엄이 과연 실현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즉, 국가적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군사적 수단을 가지고 모든 국민의 신체적·정신적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계엄법 제9조에서 계엄사령관은 ‘비상계엄지역에서 군사상 필요할 때 체포·구금(拘禁)·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해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 규정에 따라 계엄 중에 국민의 물리적 행동은 통제 가능할지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 행위들을 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인터넷을 비롯해 수많은 첨단 통신 네트워크들이 생활 깊숙이 연결되어 있는 상태에서 언론·출판에 대한 통제 조치만으로 개인적 의사소통을 완전히 제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기성 언론보다 훨씬 위력적인 SNS와 온라인 미디어들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살고 있다.
 
물론 소수 언론매체만 존재하던 1990년대 이전까지는 가능했을 수 있다. 과거의 거의 모든 군사정권들은 강력한 언론 통제를 통해 권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1982년 멕시코 월드컵에 참가했던 아르헨티나 축구 선수들은 자국이 포틀랜드 전쟁에서 지고 있다는 사실을 현지에 와서 듣고 크게 놀랐다고 한다. 쿠티에르 군사정권이 언론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발생한 일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철권 독재체제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통신망을 원천 봉쇄하여 강력한 정보통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계엄령은 시작부터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실제 계엄 선포 이후 어떤 언론 통제 조치도, 통신망을 장악하기 위한 어떤 시도도 없었다. 그 이유가 윤석열 대통령이 담화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번 계엄 조치가 ‘국정을 완전히 마비시키고 있는 야당과 불순 세력들에게 경고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계엄 조치 중에 언론매체들과 통신 네트워크를 통제한다는 작전 계획 자체가 없었던 것인지 지금으로선 알 수 없다.
 
효율적인 계엄 조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차단하고, 내부에서 확산되는 정보들을 엄격히 통제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국민이 개인 휴대폰을 소지하고 있고 이를 통해 국내 소식은 물론 전 세계 정보들에 실시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상태에서 전통적 의미의 계엄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심지어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휴대폰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거의 통제되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계엄이라는 통치 행위는 어쩌면 실효성이 없는 사문화된 통치 행위일지도 모른다. 물론 계엄 조치 중에 통신망과 서비스를 통제할 수 있게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조치가 실제 가능할지도 지극히 의문이다. 국가의 모든 통신망을 통제하면 군사 행위를 포함해 국가 자체가 마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전 세계적으로 군사 쿠데타나 계엄 통치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광고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34,338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