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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대통령제가 아니라 ‘제왕적 국회’가 문제다
주류 언론·정치권 “대통령제가 만악의 뿌리” 주장
이승만 홀로 내각제로 갈 뻔한 나라 바로 잡았다
조우석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24 00:02:59
  
▲ 조우석 평론가·전 KBS 이사
계엄 실패 이후 세상 분위기가 묘하다. 두 가지다. 국회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조·중·동 등 주류 언론은 국민에 총부리를 들이댄 계엄의 폭력으로부터 민주주의를 지켜 냈다며 의기양양하다. 저들에겐 ‘민주주의=선’ ‘계엄=악’이라는 등식이 똬리 틀고 있다. 그러던 그들은 지금 제2라운드 게임으로 돌입해 승자독식의 나쁜 제도인 대통령중심제를 손봐야 한다고 서두르는 중이다.
 
그래서 이른바 개헌 시즌이다. 모든 신문·방송과 정치권이 그러하니 반대 논리는 들어설 여지조차 없다. 정치권의 경우 민주당 대표 이재명을 빼고 모든 정치인이 개헌에 동조한다. 이재명의 경우 당장 코앞에 대통령 자리가 어른거린다고 착각을 하니 그럴 뿐이다. 그들은 현행 대통령제가 만악의 뿌리라고 입을 모은다. 87년 개헌 이후 등장했던 5년 단임제 하의 대통령 8명 중 6명이 탄핵되고 구속됐다면, 차제에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논리다.
 
국민 판단은 다르다. 얼마 전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의 경우 내각제(6.8%)와 이원집정부제(9.1%) 지지는 모두 합쳐 10%대에 머문다. 현행 5년 단임제(21.6%)가 됐건, 4년 중임제 지지(53.8%)이건 대통령제 선호가 압도적이다. 국민의 75.4%가 대통령제 쪽이다. 그들이 어리석어서일까. 아니다. 그 배경에는 건국 전후 이승만 대통령이 남긴 유산에 대한 존중이 자리잡고 있다.
 
1948년 역사적 5.10총선으로 제헌국회가 열렸다는 건 현대사의 상식이지만, 당시 막상 권력 구조에 대해서는 합의가 없었다. 인촌 김성수가 이끄는 한민당의 경우 내각제가 당론이었다. 헌법 초안을 만든 유진오도 내각제 신봉자다. 대세는 그쪽이었는데, 그걸 뒤집은 게 이승만이다. 그는 한국의 상황에선 대통령제가 내각제보다 훨씬 낫다고 여겼다. 미국의 대통령제를 신봉한 탓도 있지만, 내각제가 입헌군주제에서 연유했음을 꿰뚫어본 통찰의 힘도 컸다.
 
명목상으로나마 구심점인 군주가 없는 나라에선 내각이 안정적으로 기능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결정적으로 양동안 교수의 명저 ‘대한민국 건국사’에 나온대로 이승만은 내각제가 우리의 고질인 분파 심리와 결합할 경우 신생국가 운영에 절대적인 정치 안정은 물 건너간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내각제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이승만은 초강공을 펼친다.
 
“만일 헌법 초안대로 내각제를 한다면 나는 어떠한 지위에도 취임하지 않고 민간으로 남아서 국민운동이나 하겠다”고 버틴 것이다. 그런 초강수 앞에 국회는 멈춰 버렸고, 결국 이승만은 혼자의 힘으로 대통령제를 관철했다. 제헌헌법이 내각제가 가미된 대통령제인 것도 그 영향이다. 일테면 국회가 총리를 인준하도록 하는 현행 헌법 규정도 그런 절충의 흔적이다.
 
그렇게 출발했던 대통령제는 당시 여건상 국회에서 대통령을 뽑는 간선제 방식이었다. 이승만은 그것도 훗날 1952년 발췌 개헌을 통해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로 바꿔버렸고, 그게 한국 현대정치사의 뼈대가 됐다. 어떠신가. 분명한 건 이승만 이래 대통령제는 국민 통합·국가 발전의 구심점이었다는 점이다. 그 바통을 이어받은 사람이 박정희였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올해 초 개봉됐던 ‘건국전쟁’의 마지막 코멘트대로 이승만이 깔아 놓은 레일 위를 박정희 열차가 힘차게 달리면서 개발 연대의 강력할 리더십을 완성했다. 이후 구국 대통령 전두환이 등장해 산업화의 대미를 완성했다. 지금의 내각제 개헌론자들은 이런 현대사의 진실을 알기나 할까. 그런 이승만·박정희·전두환에게 좌파는 오래전부터 독재자란 딱지를 붙여 놓았다.
 
그들은 제왕적 대통령이란 얘기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현대사의 이면을 모르는 헛소리에 불과하다. 또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고 있는 건 제왕적 대통령이 아니고 엄연히 제왕적 국회다. 행정부 독재시대가 끝나고 가히 입법독재 전성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 위험성을 보여 준 게 얼마 전 눈뜨고 못 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가결이었다.
 
여기서 물어볼 게 있다. 이미 개헌 작업에 돌입한 그들은 왜 유독 내각제를 선호할까. 거대한 기득권 세력 내지 이익집단이 된 그들 끼리끼리 해먹기에 딱 좋기 때문이다. 그럼 어떻게 할 것인가. 나도 개헌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방식이 다르다. 87년 개헌 당시 없앤 대통령의 국회 해산권을 우선 부활시켜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주민소환제와 그들에 대한 탄핵도 명문 규정을 하는 진짜배기 개헌도 필요하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미친 국회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현행 국회 단원제를 양원제로 바꾸는 개헌도 필요하다. 미국의 상원·하원처럼 인사와 예산을 분리시켜서 입법독재가 폭주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인 견제장치도 절실하다. 반복한다. 제왕적 대통령이 문제가 아니라, 괴물이 된 제왕적 국회가 문제다. 어설픈 개헌론자들은 반성부터 하라. 그리고 현대사를 공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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