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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헌의 스포츠 세상] KLPGA 일군 여자 프로골퍼 1호 강춘자 고문
박병헌 필진페이지 + 입력 2024-12-24 06:30:45
 
▲ 박병헌 취재본부장
한국 여자 프로골프는 1978년 출범한 이후 그야말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 출범 당시에는 남자 프로 단체인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에 여자부를 따로 뒀다. 재정과 주변 환경이 좋지 않은 탓에 10년간 곁방살이 신세를 감내해야 했다.
 
1978년 선수 8명 3개 대회·각 총 상금 50만 원으로 태동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2024년 1부 투어 30개 대회에 총상금 320억 원 규모로 치러졌다. 열악하고 척박한 환경에서 시작했지만 상금 규모는 무려 6만4000배로 늘었으며, 역대 최대 상금이었다. 총 상금은 매년 늘어나며 인기 상한가다.
 
국내에서 발군의 성적을 내는 선수들이 세계 최고라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을 마다할 정도로 국내 정규투어 여건은 좋아졌다. 명실공히 세계 3대 투어라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 2024시즌의 경우 10억 원 넘는 상금을 받은 선수가 4명이나 됐다.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퍼 회원번호 1번인 강춘자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KLPGT) 고문은 약 반세기 동안 한국 여자골프의 눈부신 발전을 지켜보고 주도한 산증인이다. 엄격한 프로 테스트를 거쳐 탄생한 여자 프로골퍼는 현재 약 1700명에 달한다. 강 고문은 KLPGA 전무와 수석부회장·KLPGT 초대 대표이사를 거치며 여자 골프와 슬픔과 기쁨을 함께해 온 ‘맏언니’다. 여자 골프의 부흥과 발전을 이끈 덕분에 ‘섀도 커미셔너’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경기도 김포 출신의 그는 1978년 처음 열린 여자 프로골프 테스트에서 고(故)구옥희·한명현 등과 함께 합격해 국내 여자 프로골퍼의 첫 탄생을 알렸다. 4명의 합격자 가운데 성적이 가장 좋아서 영광의 회원번호 1번을 따낸 ‘대단한 선수’였다. 1987년 국내 최고의 대회인 내셔널타이틀 한국여자오픈 원년 대회 우승자였다. 투어 선수로서도 10승을 거뒀다.
 
▲ 우리나라 여자 프로골퍼 회원번호 1번인 강춘자 한국 여자 프로골프투어(KLPGT) 고문은 약 반세기 동안 한국 여자 골프의 눈부신 발전을 지켜보고 주도한 산증인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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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골프와 첫 인연을 맺은 것은 9홀짜리 골프장이 있었던 서울 성수동의 뚝섬경마장(현 서울의숲)에 취업반 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부터다. 중학교 시절 배구선수를 했던 덕분에 운동신경이 남달라 손이 까여도 반창고를 붙이며 2년 동안 지독하게 연습한 결과 프로 테스트를 통과할 수 있었다. 프로 테스트 때 골프채가 없어서 골프연습장 회원 부인의 풀세트를 빌려서 나갔다. 풀 세트를 써 본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다. 그전까지는 남자용 하프세트를 빌려서 연습했다.
 
뿐만 아니라 1996년까지 투어를 뛰면서 KLPGA 전무를 겸임하며 골프 행정가로 발돋움했다. 일반인을 상대로 렛슨하랴, 대회에 출전하랴, 협회 일 하랴 아주 바쁜 시간을 보낸 시기였다. 2011년부터 수석 부회장을 맡으면서 1호 프로골퍼라는 점 때문에 후배들을 위해 협회를 잘 이끌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지 않았다.
 
국내 여자 프로골프가 흥행면에서 성공을 거둔 것은 강 고문이 협회 전무와 수석 부회장을 맡은 때와 궤를 같이 한다. 대회가 매년 2~3개 씩 늘어나고 상금 규모도 날로 커졌다. 2024년엔 무려 33개 투어가 열렸다. 시즌이 시작되는 4월 초부터 11월까지 매주 대회가 열렸다는 얘기다.
 
강 고문은 특유의 ‘맏언니 리더십’과 친화력을 발휘하면서 KLPGA를 성장·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후배들이 조금이라도 더 좋은 환경에서 플레이하도록 후원사들을 찾아다니며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읍소하면서도 한 번도 부끄러운 적이 없었다고 한다. KLPGA 발전을 위해서라면 꺼릴 일이 없어서다. 투어를 총괄하는 KLPGT 대표이사를 3년간 역임한 뒤 현재 고문으로 물러나 있지만 음양으로 투어 발전에 열성이다.
 
그에게 휴대전화를 걸면 언제나 “세계 넘버원! K! LPGA! 세계를 향해 힘차게 티샷∼.” 이런 가사의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온다. KLPGA 투어가 세계 1등 투어가 되겠다는 염원을 담은 노래다. KLPGA투어 발전에 얼마나 열성적인가를 보여 주는 단면이다.
 
KLPGA투어는 LPGA투어(총상금 1억 1800만 달러·약 1567억 원) 일본 여자 프로골프(JLPGA)투어(44억 엔·약 413억 원)에 이어 당당히 세계 3대 투어로 성장했고 상금 규모만 뒤질 뿐 이미 질적으로는 일본 투어를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한국 선수들은 박세리 25승·박인비 19승을 포함해 LPGA투어에서 그동안 무려 210승을 합작할 정도로 투어를 주름잡고 있다.
 
태극 낭자들이 이처럼 세계 무대를 호령하기까지는 화수분처럼 끊임없이 선수를 공급하는 KLPGA 선수 육성 시스템과 기업들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인터내셔널 퀄리파잉을 통해 KLPGA에서 뛸 외국 선수들을 뽑은 지도 10년째를 맞았다. 매년 100명가량이 지원할 정도로 인기다.
 
강 고문은 국내 여자 프로골퍼 1세대들이 가시밭길을 걸으며 많은 고생을 한 만큼 후배들은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가도록 길을 닦겠다는 마음이다. 행정가로서 마침표를 찍은 강 고문은 이젠 쉬라는 주변의 얘기도 있지만 투어가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있다. 그가 언제까지 여자 프로골프를 위해 열정적으로 힘을 쏟을지 관심을 갖게 된다.  
 
박병헌 취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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