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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한국 현대사에 엄중한 전환의 시기가 오고 있다
역사의 물꼬 바꾸는 실마리 만들어 내는 게 중요
2030 세대가 나서서 가짜·사이비·좀비 걷어 내야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2-05 00:02:55
 
▲ 김상철 글로벌비즈니스연구센터(GBRC) 원장
대한민국의 성장 엔진이 멈춰 섰다. 개미 쳇바퀴 돌듯 모두가 겉돈다. 바깥세상과 등진 채 이불 속에서 만세를 부르는 저질 막장 정치의 끝판을 보고 있는 듯하다. 정치인들은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여전히 권력 암투와 진영 논리로 국가를 계속 역주행시킨다. 국민은 불안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접은 지 오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에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절박감에 국민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 파행으로 고통을 받는 것은 결국 국민이고, 나라가 망가지면 비빌 구석이 없다는 점을 마침내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2030 세대가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망가진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회생시킬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나라 안팎 상황을 보면 총체적인 위기다. 지난 10여 년 동안 계속된 내리막길이 이제 돌아설 수도 없는 벼랑 끝으로까지 내몰리고 있다. 되는 것은 별로 없고 안 되는 것만 계속해서 늘어난다. 현재 처한 상황이 정점이라면 내려가는 길밖에 없고, 바닥이라면 올라가는 길이 있을 수 있다. 정점이든 바닥이든 간에 현상을 타개할 수 있는 명확한 해법이 나오지 않으면 국가적 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지난 세기 잘나가다가 추락한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나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의 사례를 보더라도 우리가 그런 유형의 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단지 시간 문제일 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해방과 건국 이후 약 80년의 현대사 관점에서 보더라도 우리는 지금 실로 중차대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피와 땀으로 이룬 경제적 성취로 이만한 삶의 질을 누리고 국제 사회에서도 무시당하지 않고 살고 있다. 한동안 우리의 성공 방정식을 배우겠다는 후발주자들이 줄을 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간 레퍼토리고 더는 유효하지도 않다. 비상계엄과 탄핵 상황, 이에 분노하는 양 진영의 샅바 싸움이 실시간으로 주요 외신들을 통해 세계에 알려지면서 국가 위신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경제가 곤두박질치면서 벼랑 끝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3분기 연속 제로 성장으로 저성장 국면이 고착될 조짐이다. 수출을 견인하는 제조업의 활기가 식고 있고, 건설업을 비롯한 내수는 급감하고 있다. 주변국과 경쟁국은 맹렬한 속도로 달리고 있는데 한국 경제는 등에 무거운 짐을 메고 갈팡질팡 숨이 차서 허덕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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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이 제2의 일본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라 밖에서는 물론 안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온다. 하지만 냉정하게 따져 보면 한국과 일본이 처한 여건은 확연히 다르다. 일본은 한때 세계 1등까지 했던 나라다. 부자가 망해도 3대는 먹고 산다는 말이 있듯이 그들은 여전히 재기의 칼날을 갈고 있다. 원천기술이나 제조업 기초 체질 측면에서 보면 우리의 사정은 일본과 비교해 턱없이 열악하다. 
 
주변 경쟁국인 중국이나 대만은 물론 인도와 동남아시아 국가들까지 우리 턱밑까지 추격해 오고 있는 판이다. 새로운 인재나 기업의 등장이 정체되면서 경제의 역동성이 사라지고 있다. 인공지능(AI)이나 양자 컴퓨팅·로봇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생태계가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잠재력과 역량은 고갈되고, 정치는 경제를 계속 갉아먹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설상가상으로 해묵은 이념과 가치·진영 논리가 판을 친다. 각국이 숨 가쁜 국익 창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데도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은 친중·반미와 친미·반중, 친일·반일, 종북·반(反)종북 색깔로 나뉘어 공회전을 거듭한다. 이런 틈새를 타고 외부 세력의 우리 내부 교란 전술은 기승을 부린다. 사방에 중국의 검은 영향력이 깊숙하게 뻗쳐 있다는 일부 평가가 헛소리인가. 
 
수년 전 호주 교수 클라이브 해밀턴이 저술한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어떻게 다른 나라를 중국의 세력권으로 끌어들이는지를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다. 근래 사임을 발표한 쥐스탱 트뤼도 총리의 캐나다 좌파 정권 탄생에도 중국이 개입했다는 캐나다 정보 당국의 발표가 남의 일 같지 않다. 이러한 방식으로 10여 개 국가에서 중국이 현지 여론을 움직이고 자국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데 과연 한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나라인가.
 
탄핵 정국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아직은 미궁이다. 그런데 정치판은 벌써 대선(大選) 정국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자천타천 대권주자들이 속속 얼굴을 내민다. 야당 유력 주자가 조급한 나머지 몸에 맞지 않는 우클릭 행보를 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실용적 외교와 친(親)기업 정책을 지향하고 분배보다 성장을 중시하겠다고 한다. 진작 그럴 것이지 지지율이 떨어지니까 다급한 나머지 쏟아 내고 있는 말을 국민이 진정성 있게 받아들일지 의심스럽다. 더 한심한 것은 아무런 대안도 내지 못하고 있는 빈 껍데기 여권이다. 
 
풍전등화 한국호(號)가 살아남기 위해선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길어야 고작 3년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천 길 낭떠러지다. 볼품없는 국가로 전락하느냐 아니면 다시 도약하는 국가가 될 수 있는가를 가름하는 분초가 빠르게 흘러간다. 그래도 희망이 있다면 2030 세대가 깨어나고 있고, 정직한 중도층이 움직이고 있는 점이다. 가짜와 사이비·좀비를 걸러 내야 새로운 기운이 생겨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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