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MBC 기상캐스터 故 오요안나 영전에 부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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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5-02-26 00:02:30

수려한 외모에 모두가 선망하는 대기업이란 꿈의 직장에서 일하던 한 MBC 기상캐스터의 죽음이 세간에 큰 충격을 안겼다.

고 오요안나의 사망 소식이 일파만파 퍼지며 비극의 근본적 원인이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이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밝혀지자 이에 대해 분개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에 개선을 위한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졌다. 당정에서 ‘직장 내 프리랜서 괴롭힘 방지를 위한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가칭 고 오요안나법)’ 제정을 발의한 것이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특별법은 근로자라면 신분과 관계없이 소위 ‘갑질 행위’를 하는 직장 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직장 내 중대한 괴롭힘 발생 시에는 단 1회만으로도 처벌이 가능하게 했다.

그녀가 사회에 던진 직장 내 차별과 괴롭힘 문제라는 메시지가 다시금 세상의 뜨거운 화두로 떠오른 셈이다.

최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만2253건의 신고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접수됐다.

2019년부터 시행된 직장 내 괴롭힘을 명시하는 근로기준법 제76조제2항에 따르면 직장 내 지위나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 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 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직장 내 괴롭힘 발생 건수를 연도별로 보면 △2019년 2130건 △2020년 5823건 △2021년 7774건 △2023년 1만1038건으로 계속해서 증가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직장에서 벌어지는 괴롭힘의 행위를 규정하는 범주는 매우 광범위하다.

이러한 범주에는 언어적 공격을 비롯한 정상 수행이 불가능한 업무나 사적 용무 지시·부당한 업무 배제·사생활 침해·업무상 불필요한 성적 신체 접촉·차별·물리적 폭력도 직장 내 괴롭힘으로 포함한다.

이 같은 가해 행태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실 등 한정된 공간 안에서 특정 대상에 국한해 발생한다. 특히 조직에서 매일 마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발생 빈도는 더 증가하는데 괴롭힘이 반복적으로 지속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온라인 플랫폼이 발달하면서는 괴롭힘의 영역이 근무시간 외 사적인 시간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힘이 약한 부하 직원은 절대적 약자가 되고 상대적으로 권한이 있는 상급자는 강자라는 일종의 갑의 위치, 즉 우월적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 구조에서는 관리자가 권력적 우위를 점하는 게 당연하다.

더욱이 부당함을 알면서도 근로관계의 영속성을 위해 침묵할 수밖에 없는 근로자와 부정을 저지름을 알면서도 직무 권한을 부당하게 행사하는 모습을 보고 외면하는 최고 관리자의 묵인이 이러한 현상을 사회 전반적으로 깊게 뿌리내리게 하고 있다.

여기에 근로자가 부당한 차별을 받거나 제대로 된 권리를 보장받지 못할 경우 윗선에서 즉시 이를 바로잡기 위한 신속한 노력을 하기보다는 묵시적으로 해당 행위를 동조하고 소외되도록 내버려둔다면 그것은 무책임한 일이자 조직이라는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명백하게 잘못된 행동을 목격하고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긴커녕 그대로 방치한다면 이 같은 행위를 직접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무릇 건실한 체계일수록 밑 둑이 튼튼해야 그 위도 세워지는 법이다. 누군가를 사지로 몰아갈 만큼의 고통을 안긴 끔찍한 비극은 이것으로 족하지 않겠는가.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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