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으로 보수는 전통과 기존 질서를 중시하면서 급진적인 변화보다 점진적인 발전을 추구한다. 개인의 책임과 자유시장경제에 기반하며 성장에 초점을 맞춘다. 반면 진보는 사회와 시대의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개혁을 전면에 내세운다.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불평등을 해소하며 분배를 강조한다. 이처럼 보수와 진보의 가치는 극단적인 대립 개념이 아니고 상호 절충과 보완의 여지를 가지면서 발전하게 된다.
18세기 프랑스혁명 이후 정치적 성향을 우파와 좌파로 국분하게 되었는데 우파는 자유를, 좌파는 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고 정치 환경이 바뀌면서 시간과 공간에 따라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념적 스펙트럼으로 좌는 종북·친중·반일, 우는 반북·친미·친일로 분류하기도 한다.
우리 내부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해 보면 건전한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없고, 이념적으로 극단적인 좌우만 있다. 한때 우리 정치판을 두고 보수는 부패했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무능해도 도덕적이라는 말이 정설로 통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 또한 갈수록 빗나가면서 보수는 더 무능하고, 진보는 더 부패해지고 있다.
무능한 보수와 부패한 진보가 교대로 정권을 잡으면서 국가를 계속 역주행시키고 있다. 비뚤어진 보수와 진보, 우와 좌의 프레임이 국가를 계속을 분열로 몰고 간다. 정치에 민감한 국민까지 기존의 지역에 더해 나이와 세대, 그리고 남녀까지 가치와 이념으로 갈라지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상대에 대한 분노만 키워 갈 뿐 대화와 타협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 정치판은 교묘하게 이를 부추기고 심지어 역이용하기도 한다.
계엄과 탄핵으로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야당은 마치 정권을 손아귀에 움켜쥔 것처럼 광폭 행보를 한다. 우클릭하기도 하고, 심지어 중도 보수 정당이라고 자처하고 나서기도 한다. 표를 얻으면 된다는 얄팍한 계산으로 맞지 않는 옷을 입으려다 보니 어색하고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한다. 이 과정에서 내부 조율이 되지 않아 하루아침에 손바닥을 뒤집는 볼썽사나운 꼴불견까지 연출한다.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과연 본심인가 싶을 정도로 진정성이 의심된다. 한편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의 모습은 너무도 초라하고 궁색하다. 아무런 대안도 내지 못하면서 상대의 행태에 딴죽만 건다. 전자는 교활하고, 후자는 궁색하다. 야당은 진보를 포기하고 보수 선점 경쟁 대열에 뛰고 들고 있는 건지 유권자인 국민을 교란한다.
나라 밖을 보더라도 세계화가 퇴색하고 각자도생의 국익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 정치 지형이 보수 지향적으로 바뀌는 추세다. 보수의 가치로 국론 분열을 지양하고 힘을 하나로 결집하려는 경향이 뚜렷하다. 퍼주기식의 포퓰리즘보다는 경제의 파이를 키우는 성장으로 무게추가 옮겨지는 중이다. 특히 2030 세대의 보수화가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아 가고 있으며, 이는 경제 불안정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유럽·일본 등 선진국은 물론이고 핑크색 일색이던 중남미에서도 유사한 현상을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중동 등 자유 민주주의와 반대편에 서 있는 국가들도 강력한 리더십을 배경으로 국가 사회주의 혹은 전체주의 색깔을 강화하면서 국익을 위해 국력의 낭비를 최소화하는 중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가치는 무늬만 그럴듯하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얼치기 보수 혹은 진보가 아니다. 그리고 세상 돌아가는 현실에 눈과 귀를 막고 이미 철이 한참 지난 낡은 이념에 사로잡혀 국가를 공회전시키는 사이비 보수와 진보는 퇴출당해야 한다. 이참에 극우든 중도 보수든 누가 더 국력을 신장시키고 국익에 도움이 되는 세력인지를 가려 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어차피 보수 경쟁을 하려면 좌우가 화끈하게 한번 붙어 볼 수 있도록 판을 깔아 주자.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갈 수 있도록 국민이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어느 쪽이 현재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 기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준엄한 심판을 받아야 한다. 남의 정당 정책에 어깃장만 놓고 흉내만 내려는 비겁한 짓도 당연히 비난받아야 한다.
국가 간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청사진을 밝혀야 한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주 52시간제·노란봉투법·상속세 혹은 상법 개정 등 현안 이슈에 대해 양자가 각각 분명한 입장을 천명해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리고 있는 제조업 회생과 수출·내구 살리기, 노동생산성과 연계된 임금 구조개혁, 저출산·고령화 대책과 노인 나이 기준 조정, 사교육 개혁을 비롯해 양극화 해소, 미래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규제개혁과 인재 양성 방안 등을 포함해야 한다. 이 외에도 북한·미국·중국·일본 등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국가에 대한 이념적 지향점도 밝힐 필요가 있다. 보수·진보 혹은 좌우를 떠나 누가 국가에 도움이 되는 세력인지 검증받아야 한다. 그 캐스팅 보트는 살날이 더 많이 남은 2030 세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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