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뮌헨안보회의(MSC)에 참석하여 “우크라이나를 뺀 평화 협정은 절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국제정치의 현실이 언제나 그렇듯이 약소국 대통령의 희망은 전혀 반영되지 않고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18일 오전 사우디아라비이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한 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전 방안을 놓고 장관급 협의를 시작했다. 미국 대표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러시아 대표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참석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공언해 왔던 일이었던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12일 통화를 계기로 조속한 종전을 위한 장관급 협의가 개최된 것이다.
우선 ‘종전 협상’이라는 것보다 좀 더 현실적인 사안을 짚어 보자. 이번 협상과는 별개로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지금까지 지원받은 전쟁 지원금 5000억 달러(한화 720조 원)를 갚으라”고 통보했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경제 상황을 볼 때 사실상 상환이 불가능한 액수이다. 인류 역사상 언제나 전쟁을 마무리하는 종전 협상은 돈 문제와 직결 된다. 통상적으로도 패전국은 승전국에 배상금을 지불해야 했다. 역설적으로 이번 전쟁이 승전국도 패전국도 없는 상태에서 휴전해야만 그것이 오히려 우크라이나에 도움이 될 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번 전쟁의 발발과 진행·결과 모두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은 다름 아닌 1994년 12월5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체결한 ‘부다페스트 안전보장각서(Budapest memorandum)’다.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한 신생 독립 3개국(우크라이나·벨라루스·카자흐스탄)과 러시아·미국·영국 간에 체결한 각서로 각국 특히 우크라이나 영토에 보관 중이던 엄청난 수의 핵무기가 국제 안보에 큰 위협이 될 것으로 판단한 열강들이 ‘핵탄두와 발사체·핵무기 활성화 코드’를 러시아에 인계하는 조건으로 우크라이나의 안전과 크림반도의 소유권을 인정한 것을 말한다. 물론 이 각서는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으로 효력이 중단되었으며 2022년 러시아의 돈바스 지역 분리 독립 지원과 우크라이나 본토 침략을 계기로 완전 무력화되었다.
1991년 소비에트 연방 해체 직후 우크라이나는 핵탄두 1800개·핵미사일 176기 등 세계 3위의 핵무기 보유국이었으며 정규군만 100만 명 넘는 군사 강국이었다. 그러나 전투 민족 ‘코사크’의 명성에 걸맞지 않게 수세기 동안 몽골·폴란드·러시아에게 차례로 지배를 받으면서 자치 능력을 잃었기에 갑자기 찾아 온 독립은 오히려 더욱 큰 불행의 씨앗이 되었다. 우크라이나인과 친러시아 우크라이나인·순수 러시아인 사이의 대립이 지속되며 수시로 정권을 서로 뺐고 빼앗기는 것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부패한 러시아 공산당의 지배하에서 성장한 ‘부패한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막대한 규모의 재래식 무기를 팔아 부를 축적해 나가면서 군사력이 급속히 약화됐다. 이 상태에서 2022년 러시아가 또다시 침공하자 현재에 이르기까지 장기간 소모전을 지속하고 있을 뿐이다. 빼앗긴 크림반도 및 동부 영토 수복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국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젊은 남성들은 이미 상당수 전사했고 국가 재정은 바닥이 났으며 무려 720조 원이라는 전쟁 채무액만 쌓여 있는 만큼 단기간 내 재건 가능성도 없다. 개전 후 일정 기간 코사크 정신으로 선전(善戰)하는 동안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적극적인 협상을 실시하여 우크라이나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수준에서 전쟁을 마무리했어야 했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우유부단함’과 서방국가들의 푸시에 떠밀려 막대한 전비(戰費)가 소요되는 ‘소모전 형국’으로 변한 상태에서 미국 정부가 교체되고 나니 그 길을 잃은 것이다.
당초 우리 정부 역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와 유럽연합(EU) 수장들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강력 요구하자 국제 정세 파악도 못 하고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지원’ 및 ‘조사단 파견’을 추진하려 했다. 그러던 중 12.3 비상계엄 사태의 여파로 자연스레 발을 뺄 수 있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야 할까.
우리가 우왕좌왕한 것과 달리 북한은 ‘방산기술 대표단’을 러시아로 보내 운용 중인 미그(MIG)-29와 수호이(Su)-25 전투기의 업그레이드와 항공기 조립 및 레이더 개발 기술 확보를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3월까지 정밀미사일 유도기술까지 확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은 152m·122mm 포탄 수십만 발·KN-23 전술유도미사일·KN-24 초대형 방사포 등 수백 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을 추가 제공하고 특수 전자정찰부대와 기계화 보병·공수부대를 추가 파병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곡차곡 정치적·경제적·군사적 내실을 쌓아 가는 북한에 비해 야당의 정치 공세로 아직도 ‘혼돈의 세월’을 보내고 있는 우리는 이제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후원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