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드라마의 막장’이 벌어지고 있다. ‘막장’의 사전적 의미는 ‘광산 갱도의 막다른 곳’이다. 의미를 확대하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윤리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나 상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 막싸움‘은 양측 모두 지는 순간 바로 지옥으로 떨어지는 절체절명의 막장극이라 할 수 있다.
막장극의 구성 요소는 ‘사랑·배신·음모를 소재로 한 과장된 스토리’ ‘극단적이고 대립적인 파격적 상황’ ‘사회적 메시지의 전달’이다. 바로 이런 요소들 때문에 막장 드라마는 욕하면서 즐겨 보는 드라마라고도 일컬어진다. 어쩌면 한국과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지금 한국의 정치 상황을 마치 막장 드라마 보듯 즐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야당 대표 구하기’를 위한 무려 29차례의 정부 주요 인사들에 대한 줄 탄핵, 먼 과거 일인 줄로 알았던 대통령의 비상계엄 조치, 그리고 마치 예정되어 있었다는 듯 화롯불에 콩 볶아 먹는 것처럼 일사천리로 추진되고 있는 대통령 탄핵 심판. 그 와중에 계엄 관련 인사들의 사랑과 배신, 그리고 음모. 그야말로 막장 드라마의 모든 요소가 완벽히 갖춰져 있다.
이뿐 아니라 여러 범죄 의혹들로 벼랑 끝에 몰려 살아남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야당 대표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현직 대통령. 당대표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의 배신, 의문의 체포 명단, 울먹이는 군 지휘관, 우물쭈물하는 삼성 장군. 말 그대로 현실과 동떨어진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캐릭터들이다.
이쯤 되면 막장 드라마의 등장인물과 기본적인 시놉시스는 잘 준비되었다. 하지만 이런 극적인 요소들을 잘 버무려 흥미진진하게 만들 수 있는 각색자가 중요하다. 이번 탄핵 막장 드라마의 각색자는 바로 언론들이다. 불과 3시간도 채 못 되는 어설프기 그지없는 계엄 조치가 해제되자마자 ‘내란 수괴’라는 용어가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되고, 지금도 거의 모든 언론이 그것을 대통령을 수식하는 용어로 쓰고 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득달같이 수사에 나선 경찰과 공수처. 공정성은 고사하고 법 절차마저 무시하는 사법부와 헌법재판소에서는 막장 드라마가 아니라면 상상하기 힘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분노한 국민과 젊은이들이 거리로 나와 격렬하게 항의한다. 여기서 각색자인 언론들은 다시 한번 재능을 발휘한다.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극우 세력’ ‘극우 유튜버’ 같은 용어들을 제조·확산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이 막장 드라마의 각색자가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니라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는 것이 문제다. 매주 수만에서 수십만 명의 분노한 군중이 거리로 나와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보도하는 기성 언론은 거의 없다. 규모를 줄여 보도하는 것도 싫어 아예 침묵하는 언론이 더 많다. 도리어 이를 보도하는 유튜브나 인터넷 매체들을 ‘내란 선동 매체’로 낙인찍었다. 이후 야당에게 불리한 말을 하거나 비판적인 사람들은 졸지에 내란선동자가 되어 버렸다.
최근에는 탄핵 반대 집회를 ‘반공 몰이’로 묘사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반중 분위기가 탄핵 반대 여론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는 영국 BBC 보도를 모든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받아쓰고 있다. 하지만 탄핵 중인 대통령 지지율이 50%에 달하는데, 거의 모든 한국 언론들이 탄핵반대 여론에 침묵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다는 지적은 전하지 않고 있다.
헌법재판소 탄핵 재판 보도도 그렇다. 탄핵 드라마의 ‘어그로’ 끄는 데 성공했던 의원 체포 명령이나 체포 명단 관련 증언들이 오락가락하면서 진실성을 의심받고 있는데도, 기성 언론들은 이를 외면하거나 도리어 정반대로 보도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대통령 탄핵을 기정사실화하고 차기 대통령 선거나 출마자 지지율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번 막장 드라마에는 가장 중요한 요소 하나가 빠져 있다. 막장 속에서도 보여주는 ‘사회적 메시지’다. 탄핵 막장 드라마의 사회적 메시지는 사법부를 비롯한 한국의 권력 기구들의 부도덕함과 불공정이다. 광장에 나와 탄핵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전한길 강사를 졸지에 ‘내란 선동 주범(?)’으로 만든 것도 바로 이것이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의 각색자인 언론은 이를 완전히 빼 버렸다. 마치 대통령 탄핵 사유에서 내란죄를 빼 버린 것과 비슷하다. 어쩌면 이번 막장 드라마의 가장 악질 빌런은 각색자인 기성 언론들일지도 모른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언론 대청소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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