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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근칼럼]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려는 진짜 이유
이춘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3-14 00:02:55
 
▲ 이춘근 국제정치아카데미 대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기 재임 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게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며 그러지 않을 경우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잘 지내는가 하면 북한 김정은· 중국 시진핑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추켜세우는 말도 서슴없이 하곤 했다. 
 
그래서 많은 평자가 트럼프를 적들에게는 잘해 주면서 동맹을 못살게 구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트럼프는 47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더욱 구체적으로 그리고 빈번하게 나토 동맹국들을 위협하며 미국은 나토에서 탈퇴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놀라운 외교 정책을 필자는 ‘충격과 공포의 정책’이라고 말한 적이 있지만 트럼프의 외교를 ‘동맹을 우습게 보고 적과 잘 지낸다’는 식으로 해설한다면 바보 같은 것이다. 언제나 러시아를 적국이라 말하고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 등 나토의 핵심 멤버들을 친구라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현실을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 더 나아가 트럼프의 과격한 듯 보이는 대외 정책은 미국의 외교 정책 전통에서 크게 벗어난 것도 아니고 국제정치 이론에서 벗어난 것도 아니다.
 
우선 미국의 외교 전통은 언제라도 적과 친구를 순식간에 바꿔칠 수 있다는 초현실적 국제정치 이론에 근거하고 있다. 학자들은 흔히 이것을 말할 때 “영국에게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국가 이익만이 영원할 뿐”이라고 말한 파머스턴 공의 금언을 인용하지만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은 파머스턴보다 수십 년 앞서 같은 내용을 더욱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워싱턴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특정 국가들에 대해 지속적이고 완고한 혐오감을 갖는 한편, 또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는 열정적인 애착심을 갖는 태도를 배제해야 한다.” “그러한 감정 대신에 모든 나라들에 대해 공평하고 우호적인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다른 나라에 대해서 끊임없는 혐오감이나 상습적인 호감을 갖는 국가는 어느 면에서 볼 때 노예국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미국이 나토 동맹을 우습게 볼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정당한 이유가 있다.
 
첫째, 오늘의 미국은 나토 동맹에 연연해야 할 정도로 약한 나라가 아니며 나토에 목숨 걸어야 할 만큼 무서운 적도 없다. 오늘의 러시아는 1949년 나토를 결성할 당시만큼 무서운 나라가 아니다. 미국은 현재 전 세계 군사비 총액의 37%를 소비하는 군사적 초강대국이다. 10일 러시아·중국·이란이 함께 군사 훈련을 벌일 때 “염려 되십니까”는 기자의 질문을 받은 트럼프는 “아니오”라고 대답했다. “왜 아닙니까”는 기자의 반문에 트럼프는 “우리는 그들을 다 합친 것보다 힘이 더 강해요”라고 응답했다.
 
둘째, 미국의 1차적 전략적 관심이 더 이상 유럽에 있지 않다는 사실은 트럼프는 물론 미국의 국가안보 엘리트들이 나토 탈퇴를 심각하게 말하는 이유가 된다. 과거 미국보다 오히려 경제력 면에서 더욱 막강했던 유럽의 경제력은 지금 미국의 절반을 겨우 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유럽의 동맹국들은 미국이 제공하는 안전보장 덕택에 사회복지와 자유분방한 문화 발전에 오히려 더 치중했다.
 
미국의 1차적 전략 목표는 더 크고 심각한 위협인 중국의 도전을 꺾는 데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러시아를 주적으로 삼은 것과는 달리 트럼프는 중국을 주적으로 삼는다. 그러기 위해 러시아를 미국 편으로 끌어들여야 하며 유럽의 러시아를 향한 위협을 감소시킴으로써 러시아의 관심을 동쪽, 즉 중국 쪽으로 돌려야 한다. 미국의 나토 탈퇴 발상은 러시아의 관심을 동쪽으로 돌리기 위한 대 전략이다.
 
셋째, 오늘의 주요 나토 동맹국들이 견지하고 있는 가치는 트럼프의 미국이 지켜 주기는커녕 오히려 깨 부수고 싶어 하는 것이라는 문제가 있다. 유럽연합(EU) 자체가 극좌파 글로벌리스트들에 지배당하고 있으며 현재 캐나다·영국·프랑스 정권은 사회주의·친이슬람·반기독교·반남성백인주의가 지배하고 있다. 길에서 설교하는 목사들은 잡혀가지만 이슬람 신도들은 대로를 가로막은 채 메카를 향해 절을 해도 된다. 백인 소녀를 강간한 아랍 남성들은 가벼운 처벌을 받는 반면 이를 항의하는 글을 게시한 사람은 인종주의자로 몰려 감옥에 가야 한다. 이민을 반대한다는 스티커를 만들어서 판 영국 백인 남성은 2년 동안 옥살이를 하고 나왔다.
 
J.D. 밴스 부통령은 유럽 정치가들을 향해 “당신들을 위협하는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침략 위협이 아니라 내부로부터 이미 크게 잠식해 오고 있는 이슬람의 공격”이라고 말했다. 많은 사람이 막말이라고 비난한 밴스 부통령의 언급은 미국이 지금 이슬람에 우호적인 영국·프랑스·독일·캐나다의 국가 안보를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는가를 진정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이미 미국은 유럽의 좌파정권들에 대해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발 벗고 나서고 있으며 영국·프랑스·캐나다의 차기 정권은 보수정권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최근 독일 총선거에서는 기왕의 좌파 정당이 3위로 추락했고, 진성우파 정당이 2위를 차지해 약간의 우회전이 가능하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트럼프의 미국은 그다지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유럽 국가들이 스스로 우회전하면 좋고 그러지 못할 경우 미국은 나토를 탈퇴하면 될 일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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