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판타지다. 정확히 말하면 작가의 판타지다. 시청자가 작가의 판타지에 공감하는 부분이 클수록 드라마는 시청률이 올라간다. 시청자의 판타지를 우리는 대중성이라고 부른다.
결국 작가가 자신의 판타지와 대중성 사이의 간극을 얼마나 좁히냐에 드라마의 성패가 달려 있다. 그 둘이 딱 붙어 있는 게 가장 좋겠지만 이건 거의 불가능하다. 시청자는 한 사람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이다. 대중의 취향이란 일정한 스펙트럼을 갖기 마련이다.
그래서 작가의 위치는 대중의 바로 코앞이 적당하다. 너무 앞서가면 대중이 따라오지 못하고 보조를 같이하다가는 자칫 뒤처져 그들에게 ‘개무시’당할 위험이 있다. 앞선 시청자들은 100% 비율로 작가를 무시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누구는 재미있었다고 하고 누구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말은 이 드라마가 대중을 견인하는 데 성공했다는 이야기다.
단적으로 여자들의 환상은 백마 탄 왕자님과 무쇠 철인 마당쇠 사이에서 진동한다. 남자는 그 스스로 고결한 사람이면서 사랑하는 여자에게 100% 충성을 바쳐야 한다.
양관식은 애순에게 더 없는 무쇠 철인이었다. 남주를 무쇠 철인으로 만들기 위해 여주는 고아가 되어야 했고 식모가 되어야 했으며 대학과 시인을 꿈꾸어야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여자들의 환상은 채워지지 않는다. 감독은 박보검이라는 배우를 기용함으로써 고결한 캐릭터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한 여자만을 위한 귀족 마징가제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애순은 스스로의 힘으로 시인이 되는 데 성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귀족 마징가제트가 버티고 있었다.
새침떼기 애순은 자식을 낳은 후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렇듯 그악스러운 아줌마가 된다. 사실 그래서 그의 시는, 그의 인생은 더 성공적으로 보인다. 한 인간이 고결함과 무쇠 철인을 동시에 품기 어렵듯 그악스러운 아줌마는 시인이 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시인이 된다면 그보다 성공적이기 힘들다. 시 잘 쓰는 시인이 그럴듯한 스토리텔링까지 갖추었다!? 누가 그를 이길 수 있으랴.
진흙탕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연꽃은 작가의 꿈이고 귀족 마징가제트는 대중의 꿈이다. ‘폭싹 속았수다’는 둘의 판타지가 만나는 장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화제다. 누구는 재미있었다고 하고 누구는 공감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누구는 여전히 귀족 마징가제트를 꿈꾸고 누구는 귀족 마징가제트 따위는 없다고 확신한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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