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6-09-28 20:30
뉴스 > 연재기획
[오주한의 중국고전] 왕도와 패도 모두 필요한 이유
때와 상대 가릴 줄 몰랐던 양공
때와 상대 가릴 줄 알아야 된다
오주한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4-14 06:30:00
▲ 세종대왕 어진. 마냥 어질 것만 같은 세종은 만백성의 안위를 책임진 리더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았다. ‘세종 시대 도둑과의 전쟁에 관한 연구’ 논문에 의하면 세종 집권 마지막 3년 동안 전국에서 처형된 흉악범은 550여 명에 달했다. 연합뉴스
 
여기 상반되는 두 인물이 있다. 한 사람은 때와 상대를 가리지 않는 왕도(王道)만을 좇다가 패가망신했고, 한 사람은 왕도와 패도(霸道) 모두를 추구한 끝에 성군의 반열에 오른다.
 
송(宋)나라는 춘추시대 주(周)나라의 제후국이었다. 송나라는 주나라에게 멸망한 상(商)나라의 계승국이었다. 임금이 된 양공(襄公)은 상나라의 영광을 재현하려 했다. 출발은 좋았다. 패자(霸者)였던 제(齊)나라에서 왕좌의 게임이 벌어지자 양공은 출병했다. 그의 도움으로 효공(孝公)이 된 제나라 공자 소(昭)는 양공을 은인으로 받들었다.
 
양공은 초(楚)나라마저 굴복시켜 자신이 패자가 되려 했다. 그는 초나라와 긴밀했던 정(鄭)나라를 쳤다. 초나라는 정나라 구원을 위해 파병했다. 송군(宋軍)·초군(楚軍)은 홍수(泓水)를 사이에 두고 대치했다.
 
군세는 초군이 훨씬 컸다. 양공은 선수를 쳐 요지를 점유함으로써 우위를 잡았다. 초군은 송군을 공격하기 위해 도강했다. 예나 지금이나 강을 건너는 군대는 매우 취약하다. 이미 강을 건넌 부대와 강을 건너는 중인 부대와 강을 건너려는 부대 셋으로 쪼개져 각개 격파된다. 오자병법(吳子兵法)은 “도하 중인 적은 망설이지 말고 쳐라”고 못박고 있다.
 
그런데 양공은 어처구니없는 짓을 저질렀다. “자고로 군자는 상대 약점을 노리지 않는다”며 전군 대기를 명한 것이었다. 초군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도강했지만 전열이 흐트러져 여전히 취약했다. 재상 목이(目夷)는 “지금이라도 쳐라”고 닦달했다. 양공은 “이런 상놈”이라 꾸짖으며 물리쳤다. 초군이 기어코 진세를 취하자 양공은 그제야 공격 명령을 내렸다. 그렇게 정정당당히 싸운 양공은 정정당당히 져서 송양지인(宋襄之仁·쓸데없는 명분으로 인한 허망한 결과) 고사의 주인공이 됐다.
 
광고
마냥 인의로울 것만 같은 조선의 세종대왕(世宗大王)은 때와 상대를 가릴 줄 알았다. 그의 치세 당시 한반도 북부는 여진족이 차지하고 있었다. 여진족의 추장 동맹가첩목아(童猛哥帖木兒)는 명(明)나라 벼슬을 받는 등 득의양양했다. 어느 날 그가 이웃 부족 습격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세종은 ‘상중(喪中)인 적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유교적 가르침에 따르는 대신 좌우에 명했다. “지금이 기회다, 쳐라.” 세종의 이러한 결단으로 한반도는 현재의 국경선을 확립하게 된다.
 
바야흐로 대선의 시간이다. 모진 각오로 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달리 국민의힘 일각에선 여전히 ‘셀카’를 연상케 하는 한가한 목소리가 나온다. 패자는 말이 없는 법, 송양지인의 놀림감이 돼선 안 된다.
 
오주한 정치전문 기자
후원하기
  • 정기 후원
  • 일반 후원
  • 무통장입금: 하나은행 158-910019-39504 스카이데일리
  • 스카이데일리는 공공성에 기반해 독자가 만들어 가는 언론을 지향합니다. 정기 또는 일반 후원시 맞춤형 뉴스, 독자에게 할당하는 지면 서비스, 동행하는 홍보, 유상증자시 참여기회 제공(법인에 한함)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0
좋아요
0
감동이에요
0
화나요
0
슬퍼요
0
댓글 : 0
방문수(PC&모바일)
오늘(실시간) 128,609 ▶
어제 140,329 ▶
최근 7일 ▶
대한민국 명사들
대면 기회를 가져보세요.
팬클럽 가기
오늘자 스카이데일리



주요 섹션 기사
주소 : 서울시 서초구 방배천로2안길 82(방배동 463-18) 청송빌딩 3,4층 | 전화 : 02-522-6595~6 | 팩스 : 02-522-6597
종합일간지 등록번호 : 서울시 가50131,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시 아01703, 등록일 : 2011년 7월 18일
발행·편집인: 민경두, 편집국장 : 주경준, 사업자 번호 : 214-88-81099 후원계좌 : 158-910019-39504(하나은행)
copyrightⓒ2011, All rights reserved. Contact : skyedaily@skyedaily.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진강
본지는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서약사로서 신문윤리강령을 준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