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브 시리즈였다가 넷플릭스에 업로드돼 1등을 찍은 ‘약한 영웅’은 ‘범생이‘가 영웅으로 우뚝 선다는 내용의 학원물이다.
공부 외에는 어느 것에도 관심이 없던 연시은(박지훈)은 일진(학원 폭력배)의 공격에 맞서 뛰어난 두뇌와 적절한 도구로 그들을 보기 좋게 제압한다.
그의 곁에는 수호(최현욱)가 있다. 수호는 이름처럼 시은의 수호천사를 자처하면서 물리적 위험에서 그를 구해 준다. 또한 시은의 광기를 제어해 그가 선을 넘지 않도록 조정하고 부모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그의 좋은 친구가 되어 준다.
그런데 수호가 일방적으로 시은을 돕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안수호라는 이름처럼 거꾸로 시은에게 도움을 받는 ‘안 수호천사’가 되기도 한다.
수호천사는 그리스도교 문화권에서 개인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천국에서 파견된 천사를 말한다. 나 역시 삶에서 곤경에 처할 때 수호천사를 만난 적이 있다.
독학으로 소설을 쓸 때 누군가 대학원 진학을 권했다. 돈과 시간이 드는 일인지라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진학을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대학원 진학은 잘한 일이었다. 그곳에서 내 글의 단점을 알았고 겸손해졌고 부지런해졌고 덕분에 등단도 했다. 그곳은 넓은 세상이었다.
그리고 더 넓은 세상으로 나를 안내한 이가 있었다. 무명작가로 살아갈 때 누군가 페이스북에 글을 써 보라고 했다. 발표할 지면을 얻기 어려운 무명작가의 입장에서 페이스북은 독자와 나를 잇는 좋은 끈이 되어 주었다. 친구와 팔로어가 늘어난 것은 덤이다.
또 페북에서 만난 친구가 괜찮은 직장까지 소개해 주었으니 이보다 감사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우물 안 개구리로 살 뻔한 내게 더 넓은 세상을 소개해 준 이들 모두가 내 수호천사다.
‘약한 영웅’의 시은처럼 목숨이 왔다갔다 하는 싸움판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살면서 위기를 겪는다. 그럴 때 도움을 주는 것은 사람이다. 해결할 수 없는 고민 속에서 길을 열어 주고 막막한 어둠 속에서 등불이 되어 주는 그들.
안수호는 시은을 어떻게 알아보고 수호천사를 자처했을까. 그들은 나를 어떻게 알아보고 나를 도울 생각을 했을까.
복잡한 세상사 눈 감고 귀 닫고 살아가는 게 상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면 누군가의 인생에 보탬이 되는 수호천사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보답은 미래의 다른 수호천사가 해 줄 것이다.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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