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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기의 한반도 테라포밍] 중우정치의 즉흥적 포퓰리즘 정책 안 된다
정치는 전쟁의 또 다른 모습, 그만큼 치열한 싸움
국가 정책은 미래를 내다보고 신중하게 수립해야
대한민국의 미래 이끌 진짜 싱크탱크가 필요한 시점
박진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5-05-09 00:02:59
▲ 박진기 K-정책플랫폼 연구위원·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 감사
2023년 말 정부는 법인 명의 차량의 번호판을 ‘연두색’으로 바꾸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의 취지는 사업체 경영인과 그 가족이 8000만  원이 넘는 수입차를 구입하여 ‘사적’으로 운용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로 입안되었으며 눈에 확 띄는 연두색으로 번호판을 장착해 ‘자기 차’가 아님을 밝혀 줌으로써 타고 다닐 때 ‘창피함’을 유도한다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효과를 보는 듯했다. 이 제도가 시행된 첫 해인 2024년도 수입차 판매량이 8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1년이 지난 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고가 수입차의 대명사로 불리는 페라리의 판매량이 급증한 것이다. 2024년 판매량이 ‘제로’였으나 2025년 1분기 판매량은 104대로 집계되었다. 올해 1분기 고가 수입차의 판매량은 2024년 대비 78.5%나 증가했다. 법인 명의의 고가 외제차가 더욱 많이 구매된 것이다.
 
이유는 아주 명료했다. 이제 고가 차량의 연두색 번호판은 ‘부의 상징’이 된 것이다. ‘정책’이란 그런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현상만 바꾸려 한다거나, 편협하고 한계가 분명한 지력(智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이를 쉽게 바꿀 수 있다는 교만이 정책으로 반영되어 집행된다면 정책의 실패로 이어짐은 물론 대정부 신뢰도 하락의 근본 원인이 된다. 이는 전형적인 정책 입안 및 결정자들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The Fallacy of Hasty Generalization)’로 이해될 수 있다.
 
이러한 사소하고 조잡한 정책의 오류는 곳곳에서 발견되며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각종 공약에서도 자주 보이곤 한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캠프에 모여드는 여의도 낭인들의 탁상공론에서 이러한 현실감 없는 선거 공약이 자주 발견된다. ‘이렇게 해 보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해 그 어떠한 시뮬레이션이나 사전 표본 집단을 이용한 검증도 없이 상상력만으로 공약이라는 이름의 ‘정책’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2021년 등장했던 ‘무한경제이론’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여기서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이렇게 경쟁적으로 급조된 공약들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국정 운영에 실제 반영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차라리 ‘공약(公約)은 공약(空約)’뿐이라는 시쳇말이 더 나을지도 모르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큰 리스크가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외교 안보’와 ‘국내 경제’ 정책 분야이다.
 
외교 안보는 낭만적이고 순수한 외교의 영역이 아닌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국가 안보의 영역이다. 이는 곧 외교 안보 정책이 투철한 국가관과 애민 정신에 기반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멋들어진 전문적 외교관이 아닌 국가와 국민을 최우선으로 하는 진짜 애국자들의 영역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경험과 학식,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가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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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국내경제의 경우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을 감내하면서라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생각하는 ‘철학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눈앞에 보이는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중우정치(衆愚政治)의 대표적인 현상인 ‘즉흥적 포퓰리즘 정책’을 펼쳐서는 절대 안 된다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경우 대통령 탄핵으로 인해 여당 인사들은 너도 나도 캠프를 꾸리고 각종 공약을 만들어 냈다. 물론 한정된 시간 때문에 급조된 캠프와 급조된 공약이 판을 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우리도 미국의 헤리티지 재단(The Heritage Foundation)과 같은 국가의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설계해 나갈 진짜 싱크탱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선 후보가 오직 ‘인기’에 영합해 대통령에 취임하더라도 국가를 올바르게 이끌어 나갈 원동력을 제공하는 곳 말이다.
 
더욱이 정치는 전쟁의 또 다른 모습이다. 가까운 예로 조선시대에만 해도 정치적 목적으로 발생한 수차례 사화(士禍)를 거치면서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목숨까지는 잃지 않는 현대의 정치가 오히려 좀 더 인간적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번 대선 이후 대한민국에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임에 틀림이 없다. 정당과 자기 정체성을 망각한 보수 정당의 정치인들로 인해 정책만으로는 보수와 진보의 구분조차 모호해진 현 정치판의 현실로 미루어 이 나라의 미래가 암울해 보인다.
 
그러나 파블로 피카소의 말처럼 ‘모든 창조 행위는 파괴에서 시작된다’고 하지 않았나. 1948년 건국 이래 눈부시게 발전해 온 우리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대나무가 더욱 강한 이유는 잠시 성장을 멈춘 시간에 만들어진 마디들 때문이다. 12.3 비상계엄과 탄핵 인용에 이어 곧 있을 대선까지…, 우리 국민은 건국 이래 최고의 혼란기를 겪고 있다. 그래서 잠시 멈추고 돌아봐야 할 시간에 그만큼 정신없이 숨가쁘게 달려가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이 모든 상황이 국민 모두가 마음을 가다듬고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좀 더 성숙하고 성장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현실을 직시하고 그 결과에 따른 자신과 가족과 국가의 미래를 바라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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